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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느닷없는 출자규제 폐지론
입력2004-04-09 00:00:00
수정
2004.04.09 00:00:00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를 둘러싸고 공정거래위원회와 재계간의 공방이 뜨겁다. 재계의 본산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출자총액제도가 실익도 명분도 없다며 즉각 폐지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에 맞서경제 검찰을 자부하는 공정위는 지난해 마련한 ‘시장개혁 로드맵’의 원칙을 훼손할 수 없다며 존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 일부 경제부처도 재계의 주장에 동조하면서 논쟁은 더욱 가열되는분위기다. 이를 의식한 듯 강철규 공정위원장은 “재계는 물론 정부 내에서도 ‘투자’와 ‘출자’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며 출자규제 조기 폐지론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출자규제 존폐 문제는 지난해 12월 시장개혁 로드맵을 통해 논란에 종지부 가 찍혔던 사안. 새삼스레 다시 불거지는 이유는 뭘까. 당시 로드맵은 재벌개혁의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시장자율감시 체계가 확립되면 출자 총액제한제도를 포함한 정부의 직접적인 재벌규제 장치를 전면 재검토하기 로 정리됐었다.
그런데도 출자규제 존폐 문제가 다시 부상한 것은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고용 창출형’ 창업 투자활성화 대책을 내놓은 것이 직접 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 부총리가 “재벌정책은 로드맵에 따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제도가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게 해서는 안된다”고 밝히자 재계는 기다렸다는 듯 출자규제 조기 폐지론을 들고 나왔다.
차분히 집어본다면 출자규제 문제가 총선이 눈앞에 다가온 현 시점에서 불 거질 하등의 이유가 없다. 일단 출자규제가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는 재계의 논리는 설득력이 약하다. 오히려 19개의 예외인정 조항 때문에현행 출자규제가 사실상 ‘뇌사상태’에 빠졌다는 해석이 더 정확하다.
순자산의 25%까지만 계열사 출자를 허용하는 현행 제도에 묶여 적대적 인 수합병(M&A) 시도에 경영권을 효과적으로 방어하지 못한다는 것 역시 어불성설이다. 소버린이 2,000억원도 안되는 적은 돈으로 자산 50조원 규모의 SK그룹을 통째로 삼키려는 시도가 가능했던 것도 따지고 보면 계열사간 순환출자로 인해 대기업의 지배구조가 그만큼 취약해졌다는 반증이기도 하 다.
로드맵에 묻은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경기가 좋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그것도 총선을 앞둔 미묘한 시점에 시장투명성 장치를 당장 폐지해달라는 요구는 명분이 약하다. 재계 역시 로드맵 작성을 위해 태스크포스에 참 여한 당사자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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