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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장에 조롱당한 단통법, 더 이상 존속 이유 있나

지난주 말 새벽같이 줄을 서서 스마트폰 아이폰6를 '정부 규제가격'보다 20만원 안팎 싸게 예약한 소비자들의 노력이 헛일이 돼버렸다. 정부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에서 정한 것보다 많은 보조금을 지급해 단말기를 10만~20만원대에 판매한 유통점과 이들에게 그럴 여지를 준 이동통신사를 제재하겠다고 위협하자 미개통자에 대한 예약취소에 나섰기 때문이다.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아이폰6 대란'으로 불리는 이번 사태는 현행 단통법이 모순투성이며 더 이상 존속할 이유가 없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단통법의 당초 취지는 가계통신비 인하와 소비자 차별 금지다. 하지만 통신요금·단말기값 인하를 담보할 수단이 없는 상태에서 이통사들의 보조금 상한을 34만5,000원(유통점 보조금 포함)으로 너무 낮게 책정해 소비자 부담만 키웠다. 통신요금 인하는 깜깜무소식이고 폰을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길목만 막아놓은 탓이다. 이통사들의 배만 불리고 법을 지키거나 단말기를 싸게 구입하려고 새벽에 줄을 섰다가 헛고생을 한 '호갱(어수룩해 이용하기 좋은 손님)'만 양산했을 뿐이다. 공무원이 순진한 탓인지, 이통사 논리에 세뇌당한 탓인지 의아할 따름이다.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현실을 정상화하려면 '보조금 상한'을 대폭 올리거나 폐지하는 게 마땅하다. 미국에서는 이통사 간의 보조금 경쟁을 자율에 맡겨 가입자들이 요금제와 상관없이 단말기값을 거의 부담하지 않고 있다. 유럽·일본은 단말기 유통을 이통사로부터 분리해 소비자 선택권을 넓힘으로써 단말기값을 낮췄다. 정부의 강제적·일괄적 규제로 접근한 우리와 달리 시장친화적 해법을 택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아이폰6 대란으로 단통법은 이제 시장의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정치권에서도 다수의 개정안을 발의한 만큼 개정은 불가피해졌다. 터무니없이 낮은 보조금 상한은 경쟁과 소비자 후생만 저해할 뿐이다. 정부와 단통법이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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