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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에서 건져올린 동양적 사유

함섭 '종이의 혁명전' 박영덕 화랑서"나는 어떤 한계에 이르렀음을 알았다. 내가 아무리 시도해 보아도 이 세상 어떤 다른 곳에 있는 다른 예술가와 유사한 페인팅 밖에 만들어 낼 수 없다. 우리는 모두 인간이기에 도저히 이 같은 일을 피할 수 없다. 나는 어느 누구를 추종하고 싶지도 않고, 다른 예술가와 비교되기도 싫다. 아주 독창적이고 싶다. 한국 닥나무 종이야 말로 한국문화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나에게는 명백한 선택이 되었다." 독창적인 한지 작업으로 세계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화가 함섭(59)의 독백은 자신의 작품세계를 매우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오는 9월 7일부터 16일까지 서울 강남구 박영덕 화랑에서 함섭은 '종이의 혁명전'이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갖는다. 홍익대 서양화과와 동국대 대학원을 나온 함섭은 오랫동안 유화와 아크릴화를 작업했으나 1980년대 초부터 수제 한지의 잠재력을 최대한 표출해 낼 수 있도록 몰두해왔다. 그의 작품은 한국의 황토를 연상시키는 기본적인 색조로 이뤄진다. 어찌보면 황소를 몰고 시골 길을 걸어가는 촌부의 모습을 숨겨놓은듯한 그의 작품은 전통식으로 만들어진 닥종이를 물에 적신 후 그것을 찢거나 두드리고 짓이겨 다시 화면 위에 재구성하는 과정으로 탄생된다. 작가는 자연적인 닥종이의 색을 그대로 사용하고 때로는 치자 등 식물에서 채취한 천연 안료를 사용하여 부드럽고 절제된 색조를 내어 한국적인 풍취가 물씬 배어들게 한다. 화면의 여러 곳에 옛날의 사연, 또는 담론을 담은 한문의 문장이 그대로 들어서고, 이쪽 저쪽에 작가의 손자국이 매우 투박하게 자리잡고 있다. 마치 물속에 이제 막 물고기를 들어올리듯 물속에서 닥종이를 건져내는 함섭의 작업과정은 자연과 생명과 인공이 서로를 끌어안는 상생의 묘법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하다. 함섭은 한국 닥종이의 아름다움과 가능성을 현대적인 조형언어로 승화시킨 것이 해외에서 큰 호응을 얻어 지난 1998년 샌프란시스코 아트페어와 1999년 시카고 아트페어에서 전 작품이 솔드아웃되는 등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마친 후 샌프란시스코 아트페어에 참가하며, 10월에는 쾰른 아트페어, 11월에는 네덜란드의 겔드롭에 위치한 '갤러리코 발렌코'에서 초대전이 예정되어 있는 등 국제적인 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문의 (02)544-8481. 이용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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