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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다우지수 1만P돌파]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
입력1999-03-31 00:00:00
수정
1999.03.31 00:00:00
미국 경제는 다른 나라의 고통에서 이득을 얻고 있는가. 미군기의 폭격으로 유고슬라비아 주민들이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으나,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 지수는 미국의 힘을 자랑하듯 1만을 돌파했다. 아시아 국가들이 늘어나는 실업자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미국은 이들 국가에서 들여온 저가의 소비재로 물가안정을 달성하고 있다. 국가 파산후 모스크바 시민들이 난방도 못한 채 기나긴 겨울을 보내는 동안 미국인들은 러시아 등 산유국이 쏟아낸 저가의 기름을 펑펑 써댔다.1일로 미국의 경기호황은 만 8년(96개월)를 맞는다. 공산권 붕괴로 세계 질서가 양극 체제에서 일극 체제로 전환된 후 지속되고 있는 이번 장기호황은 지난 61년부터 69년까지 106개월의 호황에 이어 두번째로 길다.
90년대에 전세계로 확산된 글로벌리즘은 고통받는 나라와 이득을 얻는 나라를 분명히 구분지었고, 미국은 다른 어떤 나라에 비해 많은 혜택을 받고 있다. 조지아 주립대학의 도널드 라타차크 교수는 『미국은 고립된 오아시스가 아니라, 글로벌 위기의 결과로 오히려 번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 미국이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역설의 논리를 즐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정설은 없으나, 몇가지 가설이 제시되고 있다.
첫째, 국제 금융시장의 거대한 돈 줄기를 움직이는 것은 이자율이나 수익율만이 아니라 국력도 주요 요인이 된다는 사실이다. 미군이 국제경찰을 자임하며 수단과 이라크·유고슬라비아 등 반미 국가를 수시로 포격할 때마다 투자자들은 전쟁시 가장 안전한 금융상품인 미국의 달러와 재무부 채권(TB)를 사들였다. 전쟁시에 미국 만큼 안전한 나라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둘째, 미국의 무역구조를 들 수 있다. 미국의 수출이 국내총생산(HDP)에 차지하는 비중이 11%에 불과하고, 캐나다·멕시코·유럽 등이 주요 교역대상국이다. 아시아와 러시아·브라질의 위기로 미국이 수출에서 본 타격을 이들 국가로부터 저가의 원자재를 수입함으로써 충분히 만회하고 있다.
세째, 뉴욕 월가가 국제금융 시스템의 방대한 저수지 역할을 있다는 점이다. 세계 경제가 위기에 빠질 때마다 이머징 마켓에 투자됐던 방대한 자금이 월가로 들어왔고, 상황이 바뀔 때 이 돈이 이문을 챙기러 밖으로 나간다.
그러나 미국이 냉전체제 붕괴후 어떤 외부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이익을 얻는 경제 시스템을 창출하기까지 무엇보다 80년대에 뼈를 깎는 기업 및 금융 부문의 구조조정을 감내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뉴욕=김인영 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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