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의 반쪽이 떨어져 나갔다"
지난해 6월 김광수(55)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뇌물혐의로 구속된 직후 김석동 (사진) 금융위원장이 사석에서 체념 섞인 목소리로 꺼낸 말이다. 김 위원장의 한 측근은 "피를 토하는 듯한 괴로운 표정이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자신의 오른팔인 김 전 원장의 자리를 눈물을 흘리며 채웠다.
금융위는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 파면된 김 전 원장의 후임에 박재식 기획재정부 국고국장(행시 26회)을 5일 임명했다. 김 전 원장이 구속된 지 8개월여 만이다.
김 전 원장은 김 위원장 취임 직후인 지난해 3월 FIU원장으로 금융위에 복귀했다. 한나라당 수석전문위원으로 근무하던 그를 김 위원장이 불러들인 것이다. 전남 보성 출신인 김 전 원장은 나이에 비해 행정고시 합격(27회)이 다소 늦은 편이지만 업무처리능력과 성실함으로 김 위원장의 총애를 받아왔다.
금융감독위원회 은행감독과장,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과장, 금융위 금융서비스 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쟁쟁한 선후배들도 '준비된 장관감'이라며 인정할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해 초 영업정지된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대전저축은행 인수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면서 발목이 잡혔다. 검찰은 박연호 부산저축은행 회장의 광주일고 후배인 김 전 원장을 타깃으로 삼았다.
김 위원장은 고개를 숙였다. '김 원장 구속에 대한 심경을 말해달라'는 기자들의 무심한 질문에 '묻지 말아달라'며 입을 닫았다. 평소'폭탄' 발언을 서슴지 않는 김 위원장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오른팔을 잘라냈지만 김 전 원장에 대한 김 위원장의 애정은 여전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김 전 원장에 대한 위원장의 애정은 각별하다"며 "측근을 통해 틈틈이 2심 재판 준비 상황을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