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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40돌 특집/해외전문가에 듣는다] 도널드 그레그 회장

[해외전문가에 듣는다③] 도널드 그레그 회장"남북정상회담 동북아 새시대 열었다" [영어 전문 보기] 한·일등 우방과 긴밀협의 미군위상 재정립해야 평양 정상회담은 2차 대전후 아시아에서 일어났던 주요 사건중 무엇과 비교될 수 있을까. 정상회담이라는 측면만 놓고보면 1972년 닉슨 대통령과 마오쩌둥의 베이징 회담과 비교할 만하다. 다른 각도로 미국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만들어낸 사건이라는 의미에서 평양회담은 1954년 프랑스가 베트남 디엔비엔푸에서 패배한 일에 견줄 수 있다. 46년전 베트남 정글에서 프랑스가 겪었던 군사적 재앙과 김대중 대통령이 6월에 평양에서 이뤄낸 외교적 성과를 비교하는 것에 대해 의아해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요점은 두 사건이 모두 그 지역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미국이 동남아시아에서 프랑스의 패배 이후 상황에 대처했던 것보다 평양회담이후 동북아의 환경변화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떠오른다. 사이공에서의 굴욕적인 철수 이후 25년이 되는 올해 미국의 비극적인 개입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디엔비엔푸 전투로부터 미군이 다낭에 진주할 때까지 10년동안 미국은 베트남의 식민지 이후의 복잡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채 경직된 냉전적 사고로 동남아 문제를 다룰려고 했기 때문에 베트남에서 실패한 전쟁을 수행해야 했다. 동남아에서 벌어지는 일을 한국전 경험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봤던 것이다. 당시 미국은 중국을 남부 베트남에 대한 위협으로 느끼고 있었지만 실제 미국이 싸웠던 상대는 북부 베트남인들의 꺾을 수 없는 통일에의 민족적 열망이었다. 평양회담은 분명한 성공이고, 동북아의 패러다임 변화를 불러온 사건이다. 이 지역의 장래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서울의 외교적 행동주의 및 평양과의 새로운 대화가 점점 중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같은 새로운 변수들은 이 지역 국가들의 미국에 대한 시각도 점차 변화시킬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의 목표와 이를 달성하는 방법을 새로 점검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다. 평양회담이후 한국의 여론은 즉각적으로 미군의 주둔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고 반미 데모가 다시 터져나왔다. 일부 한국인들은 회담에 대한 미국의 반응이 너무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의 주된 관심이 평양회담으로 인해 미군 주둔 및 국가방위체제(NMD) 채택의 근거가 약해지는 쪽에만 쏠리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일본내 미군 주둔기지인 오키나와에서도 미군 감축을 주장하는 반미 시위가 몇 년째 계속되고 있다. 이 문제는 평양회담이 열리기 수년 전부터 계속된 것이지만 한국의 시위에 영향을 받아 오키나와의 부분적인 미군 철수 요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여전히 판에 박힌, 매파식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중국은 이같은 상황을 즐기는 것같다. 베이징은 미군의 동북아 주둔을 「패권주의적」인 욕망으로 규정하면서 이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타이완은 최근 윌리엄 코언 미 국방장관의 베이징 방문에서 드러났듯 아주 복잡한 변수다. 미국과 중국은 건설적인 유대관계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주로 타이완문제 때문에 이러한 관계를 만들어내기 위한 청사진조차 만들지 못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중국은 기본적으로 미군 철수가 필요하다는 자신의 주장에 남북한을 끌어들이려고 노력할 것이다.(코언은 베이징을 떠나 상하이증권거래소의 증권인들에게 한 강연에서 『안정과 평화, 자유를 위한 미국의 노력은 이 지역 모든 국가들, 특히 중국에게 도움을 줘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을 「악마」로 규정하는 중국의 태도를 강력히 비판하고 그런 거칠고 불공정한 비판은 똑같은 반응만 불러일으킬 뿐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코언의 이같은 당당한 의견 표명은 매우 믿음직스러운 것이었다.) 한국인들이 미국인과 미국의 정책을 이해하고 양국간 관계 변화를 효과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희망, 이상, 책임감이라는게 어떤 맥락에서 작용하는지를 이해할려고 노력해야만 한다. 한국인의 사고방식에는 스스로도 어쩔 수 없이 인정하는 「우물안 개구리」같은 경향이 분명히 있다. 복잡다단한 냉전이후 상황에서 워싱턴의 정책 입안자들이 미국의 이익을 지켜내기 위해 논리적이고 세계적인 차원에서 어떻게 그림을 그려나가고, 이 과정에서 얼마 나 많은 압력과 관심사가 다뤄지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야를 보다 넓힐 필요가 있다. 50년간 주둔했던 주한미군을 일부 국회의원들이 요구하는 것처럼 반미 시위 및 소요를 핑계로 철수해야만 하는가. 주한미군을 철수 또는 감축한다면 일본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마지막으로 이론적으로는 북한같은 「관심국가」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국가방위계획(NMD)의 논란은 어떻게 되는가. 중국과 러시아가 격렬하게 비난하고 있는 국가방위계획에 남북한의 화해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인가. 미국의 정책입안자들이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는 이런 것들이다. 앞으로 아시아와 세계에서 미국의 역할이 어떻게 유지되어야 하는지와 관련된 매우 중요하고도 복잡한 문제들이다. 미국이 11월 초의 대통령 선거라는 큰 행사때문에 자칫 소홀할 수도 있지만 아주 깊이 생각해야 할 문제들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위험이 희박해진 이후에라도 「안정적 변수」로서 아시아에의 미군 주둔은 필요하다고 김대중대통령이 지난 수년간 계속 강조해온 것은 미국에 다행스러운 일이다. 김정일 위원장도 최근 한국계 미국인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이 당장 철수하는 것은 어려운 일임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미국의 군사적 전략을 당장 수정해야 할 상황은 아니다. 북한의 위협은 여전히 실재하고 있고 빠른 시일내에 사라질 것같지 않다. 미국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우방인 한국 및 일본과 긴밀히 협의해 동북아에서의 미군의 위상 재정립 및 감축에 관해 광범위한 계획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현재 미군이 일본과 한국에서 불러일으키고 있는 반발과 적대감을 더 이상 나타나지 않게 하면서 이 지역의 안전판 역할을 계속할 수 있는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북한이 비무장지대(DMZ)에서 군사력을 철수할 때 미군의 새로운 위상이 혼란없이 자리잡을 수 있다. (한국 국방연구소(THE KOREA INSTITUTE FOR DEFENCE ANALYSES), 미국의 해군센터(THE CENTER FOR NAVAL ANALYSES), 일본의 오카자키 연구소(THE OKIZAKI INSTITUTE)는 이미 삼국간 해군협력에 관해 좋은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또 최근 계속 가열되고 있는 한미간 현안인 SOFA협상, 폭탄실험문제(***매향리 공군실험사건같은데 정확한 명칭으로 고쳐주기 바람), 노근리사건 조사 등도 당장 처리되어야 할 문제다. 이들 사안이 해결되면 주한 미군의 문제점에 대한 압력이 많이 줄어들 것이고 한미 양국의 최선의 이익을 고려한 광범위한 결정들을 보다 현명하게 내릴 수 있을 것이다. 평양회담이라는 중요한 성취가 불러올 새로운 도전은 디엔비엔푸같은 전략적 실패에서 발생했던 문제점만큼이나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것들이라는 점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그러나 실패의 잔재(殘在)를 다루는 것보다는 성공의 결과를 처리하는게 훨씬 바람직한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현재 상황에서 나타날 수 있는 최선과 최악의 결과를 예상해보자. 한국에서 SOFA 및 다른 현안을 건설적으로 해결하는데 실패하고, 한국과 일본의 미군주둔에 대해 구체적인 3자간 계획을 만들어내지 못한채 국가방위계획(NMD)의 실행만 고집할 경우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과 파워는 갈수록 줄어들 것이다. 10년후에는 아시아에 아무런 군사력을 갖지 못한채 국가방위계획(NMD)에만 의존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그나마 국가방위계획의 능력이라고 입증된게 지금까지는 우방국들에게 의구심만 안겨주고 러시아나 중국같은 잠재적인 적(敵)만 만들어내는 것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위험하고 불안정한 승리를 기록하는게 고작인 고립주의의 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보다 나은 결과는 미군을 아시아 계속 주둔시키되 유연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개선해 나가겠다는 방침에서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지난 50년간 미국이 아시아에서 계속 추진해온 정책과 같은 맥락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것이다. 이런 자세를 통해서만 SOFA와 같은 「뜨거운 감자」를 현명하게 다룰 수 있을 것이고 서울·도쿄·워싱턴이 함께 유연한 군사적 계획을 만드는게 가능할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문제를 보다 원활하게 해결할 수 있어야만 궁극적으로 「관심국가」의 미사일 위협을 줄이기 위해 러시아·중국과 공조하는게 가능해질 것이다. 디엔비엔푸시절 동남아에 미국의 우방은 없었다. 당시는 비동맹운동의 전성기였고 아시아에서 미국을 축출해내기 위한, 소위 「베이징-평양-프놈펜-자카르타 축」이 강력히 작동하던 시절였다. 또 냉전의 독성이 가장 강하게 퍼져있었다. 이런 상황였기 때문에 미국은 싸우는 길만이 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게 되었던 것이다. 현재 동북아의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미국의 강력한 우방으로 한국과 일본이 있다. 그리고 신념이 뚜렷한 우방인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 및 주변국가와의 창조적 외교를 통해 이 지역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고 있다. 누가 미국의 새 대통령이 되든 김 대통령의 남은 집권기간인 2년을 동북아에서 미국의 새로운 위상을 창출해내는 시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일을 얼마나 잘 해내느냐에 따라 21세기 한국 및 주변국가와 미국의 관계가 결정될 것이다. 입력시간 2000/08/0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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