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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력증강비 부족하다면서 30층 텔 짓겠다니

육군이 서울 용산역 앞에 지상 30층짜리 호텔을 짓겠다고 한다. 1,297억원을 들여 '용사의 집'을 허물고 2017년까지 객실 196개와 예식장·편의시설을 갖춘 호텔을 완공하겠다는 것이다. 육군이 내거는 명분은 그럴싸하다. 장병들의 복지를 위해 모아둔 기금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은 겉으로 보면 적극적이고 창의적이다. 용산역 앞에 위치한 용사의 집이 1969년 완공돼 노후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육군의 호텔 건립안은 어떤 이유로든 말이 안 된다. 지난해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작성한 예비타당성 보고서에 따르면 병사용 시설은 30개층 가운데 3개층에 불과하다. 군은 이 부분에 관한 한 신뢰를 잃은 지 이미 오래다. 그토록 비난을 받으면서도 예비역 장성을 포함한 군 간부들을 위한 골프장은 기를 쓰고 유지해온 군이 아닌가. 국방부 신청사 준공(2003년) 직전에는 설계를 슬그머니 변경해 전용식당과 사무실 등 장군들을 위한 시설을 마련했던 전례도 있다.

용산에 군 관련 시설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국방부와 합참의 신청사는 어느 정부 부처보다 넉넉한 사무공간을 가졌다. 국방컨벤션센터와 전쟁기념관의 기존 웨딩홀과 식당도 손님을 채우지 못하는 판에 또 호텔을 짓는다니 도대체 예산 관념이 있는지 묻고 싶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올해 말까지 완료될 예정이던 국방부 구청사 리모델링 작업조차 예산이 없어 착수도 못한 채 흉물로 전락해가는 마당이다. 새로운 위락시설 건립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입만 열면 예산이 부족해 전력 증강과 장병 복지가 어렵다고 강조하는 군이다. 국민소득 4만달러 진입은 고사하고 실질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이 1만4,690달러인 나라다. 그래도 국민은 지금 혈세를 내 무기를 사고 군인들의 봉급과 군인연금을 내주고 있다. 이런 판국에 30층 호텔이라니 꿈도 꾸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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