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육군의 호텔 건립안은 어떤 이유로든 말이 안 된다. 지난해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작성한 예비타당성 보고서에 따르면 병사용 시설은 30개층 가운데 3개층에 불과하다. 군은 이 부분에 관한 한 신뢰를 잃은 지 이미 오래다. 그토록 비난을 받으면서도 예비역 장성을 포함한 군 간부들을 위한 골프장은 기를 쓰고 유지해온 군이 아닌가. 국방부 신청사 준공(2003년) 직전에는 설계를 슬그머니 변경해 전용식당과 사무실 등 장군들을 위한 시설을 마련했던 전례도 있다.
용산에 군 관련 시설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국방부와 합참의 신청사는 어느 정부 부처보다 넉넉한 사무공간을 가졌다. 국방컨벤션센터와 전쟁기념관의 기존 웨딩홀과 식당도 손님을 채우지 못하는 판에 또 호텔을 짓는다니 도대체 예산 관념이 있는지 묻고 싶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올해 말까지 완료될 예정이던 국방부 구청사 리모델링 작업조차 예산이 없어 착수도 못한 채 흉물로 전락해가는 마당이다. 새로운 위락시설 건립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입만 열면 예산이 부족해 전력 증강과 장병 복지가 어렵다고 강조하는 군이다. 국민소득 4만달러 진입은 고사하고 실질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이 1만4,690달러인 나라다. 그래도 국민은 지금 혈세를 내 무기를 사고 군인들의 봉급과 군인연금을 내주고 있다. 이런 판국에 30층 호텔이라니 꿈도 꾸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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