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생활이 풍족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비만 인구가 크게 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성인 3명 중 1명이 과체중 또는 비만으로 분류된다. 문제는 비만이 당뇨와 고혈압·심혈관질환 등의 발병위험을 크게 높인다는 것.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과체중 및 비만에 기인한 질병으로 숨지는 사람이 매년 340만명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약자원그룹 김호경 박사팀이 한약재에서 천연 비만 예방·치료 물질을 추출하고 그 효능과 작용기전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이 활용한 한약재는 파뿌리다. 한방에서 총백(蔥白)이라 부르는 파뿌리는 발한과 해열·항균작용을 하고 칼슘과 칼륨·비타민C·유황화합물도 풍부해 예로부터 감기 예방과 면역력 증강에 효과적인 약재로 쓰였다. 김 박사팀은 총백의 약리 성분 중 황화합물 성분에 주목했다. 양파에도 많이 들어 있는 황화합물 성분은 지방분해와 담습(수분) 제거에 탁월한 효능을 가져 비만 예방에 효과적일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연구팀은 실제로 총백의 모든 성분을 추출해 쥐 실험을 실시한 결과 눈에 띄는 비만 억제 효과가 확인됐다. 쥐를 세 그룹으로 나눠 A그룹과 B그룹에는 각각 일반사료와 고지방사료를 주고 C그룹에는 고지방사료와 함께 총백 추출물을 경구 투여했더니 7주일 후 C그룹의 체중이 B그룹 대비 최대 9% 감소했다.
지방조직의 중량 또한 피하지방과 부고환 주위지방, 복막후지방에 있어 C그룹이 B그룹보다 각각 37%, 29%, 35%나 가벼웠다. 김 박사에 따르면 이는 총백 추출물이 간 조직 내 지방 축적과 지방세포 성장을 억제했다는 의미다. 혈중 중성지방의 경우 무려 46%가 개선돼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 저하에 탁월한 효과가 있음이 입증됐다.
김 박사는 "기존 약물을 이용한 비만 치료의 경우 약물 효과가 제한적이고 혈압상승·가슴통증·불면·정신분열증·폐동맥·고혈압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다"며 "이 추출물은 지방합성 억제는 물론 혈중지질(트리글리세라이드), 총콜레스테롤, 저밀도 콜레스테롤을 동시에 낮춰주기 때문에 비만 예방과 치료 모두에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총백 추출물은 천연물질인 만큼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이 전혀 없다. 기존 비만 치료 약물들의 경우 대개 효과가 제한적인데다 혈압상승과 가슴통증·불면증·고혈압·정신불열증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다는 점에서 총백 추출물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는 부분이다.
현재 연구팀은 비만 예방·치료제로서 총백 추출물의 특허등록을 완료했으며 국내 기업에 선급 실시료 2억원과 매출액의 3.5%를 경상 실시료로 받는 조건으로 관련 기술을 이전했다.
김 박사는 "기술이전 기업과 공동으로 3년 안에 임상시험을 거쳐 효능과 안정성을 확보한 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개별인정원료 인증을 완료할 계획"이라며 "이를 비만 예방·치료제 혹은 건강식품 형태로 개발해 미국·캐나다를 중심으로 유럽·아시아 등 전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