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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이 바꿔 놓은 샐러리맨 일상

출근시간 빨라지고… 비용 줄이려 휴가 독려…<br>출장은 화상회의로 대체<br>부서회식도 1차로 마무리<br>비상경영에 업무환경 변화




습관처럼 2차 가던 김 대리 발길 돌린 까닭
갈수록 팍팍해지는 샐러리맨출근시간 빨라지고… 비용 줄이려 휴가 독려…출장은 화상회의로 대체부서회식도 1차로 마무리비상경영에 업무환경 변화

김현상기자 kim0123@sed.co.kr
김흥록기자 rok@sed.co.kr

























호남석유화학에 근무하는 김모 대리는 며칠 전 밤9시도 안 된 '이른' 시간에 부서회식을 끝내고 귀갓길에 올랐다. 평소 같으면 당연히 2차 장소로 달려갈 시간이었지만 이달부터 시행된 '부서회식은 밤9시 이전에 1차만 하고 해산한다'는 회사 방침 때문에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경기불황의 어두운 그림자가 샐러리맨들의 생활 패턴까지 바꿔놓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기업마다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는 '위기경영'에 돌입하면서 직원들의 업무환경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 전사원이 위기의식을 공유하자는 차원에서 출근시간을 앞당기고 회식은 일찍 끝내는가 하면 비용절감을 위해 유급휴가 사용을 독려하고 출장을 최소화하는 기업들도 점차 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호남석유화학은 이달부터 모든 사업부서를 대상으로 '회식은 1차에서 한 가지 술로만 밤9시 전에 끝내자'는 이른바 '음주문화 119'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호남석유화학은 자체 제작한 캠페인 포스터를 사내 곳곳에 게재하고 직원들을 상대로 조기귀가를 종용하는 휴대폰 문자 메시지도 발송하고 있다.

호남석유화학이 전사적 차원에서 음주문화 개선 캠페인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에서 공개적으로 직원들의 회식문화까지 변화를 요구한 것은 글로벌 경제위기 확산이 석유화학 업계의 실적부진으로 이어진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호남석유화학 관계자는 "석유화학 업계는 시황 악화로 사실상 올 1ㆍ4분기부터 이미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황"이라며 "1ㆍ4분기에 이어 2ㆍ4분기 실적전망도 좋지 않은 만큼 '과음하면서 흥청망청하지 말자'는 취지로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오일뱅크 직원들은 지난달 11일부터 평소보다 30분 일찍 출근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회사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며 직원들의 출근시간도 기존 오전8시에서 7시30분으로 당겨졌기 때문이다. 모든 임직원들이 긴장감을 갖고 일하자는 취지에서다. 현대중공업그룹에 편입되기 이전 현대오일뱅크의 출근시간 오전9시에 비하면 무려 1시간30분이나 빨라진 셈이다.

경기불황의 그늘은 직장인들의 출장과 휴가문화도 바꾸고 있다. LG전자 직원들은 최근 들어 국내외 출장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LG전자가 화상회의 시스템 확대운영을 결정하면서 자연스레 출장수요가 축소됐다. LG전자 관계자는 "다자간 화상회의 시스템을 갖춘 지는 몇 년 됐지만 최근 들어 활용도가 부쩍 높아졌다"며 "가전사업부의 경우 과거 창원공장에 한 달에 2~3번 내려갈 일이 있었지만 최근 상시적으로 서울~창원 화상회의를 실시하면서 출장이 절반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비용절감을 위해 직원들의 휴가사용을 적극 독려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직원들이 유급휴가를 가지 않을 경우 지급해야 하는 비용조차 줄이겠다는 취지에서다. 아시아나항공은 직원들이 휴가를 모두 사용하도록 회사 차원에서 적극 권장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직원들이 상사의 눈치 때문에 휴가를 못 쓰는 분위기를 없애기 위해 최근 팀장급부터 솔선수범해 일주일가량 긴 휴가를 쓰고 있다.

이 밖에 에너지 절약을 위해 지난 4월부터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이용을 적극 장려하고 있는 효성의 공덕동 사옥에서는 지하 2층에서 지상 10층까지 걸어 다니는 직원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극심한 불황으로 비상경영에 들어간 한 해운업체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따로 지침이 내려오지는 않았지만 요즘 들어 다들 누구랄 것도 없이 알아서 일찍 출근하는 분위기"라며 "회사가 비상경영을 하는 만큼 직원들도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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