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 업황 부진이 지속되면서 국내 LCD 부품 업체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부품 업체들은 해외 설비투자를 철회하는가 하면 단가가 비싼 국내 생산공장을 폐쇄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LCD용 전자회로기판(PBA) 전문업체인 연이정보통신은 전날 공시를 통해 113억원(1,000만달러) 규모의 중국 현지법인 설립 계획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연이정보통신은 지난해 3월 LCDㆍ발광다이오드(LED) 시장이 확대될 것을 고려해 중국 쑤저우에 연이전자과기유한공사를 설립하기로 한 바 있다. 중국 투자 계획을 철회함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연이정보통신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 예고했다.
연이정보통신의 한 관계자는 “기존에 LCD와 LED 시장이 확대될 것에 대비해 신규 법인을 설립해 사업을 확장하려고 했지만 업황 부진이 계속되면서 계획을 철회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더 이상 LCD나 LED에 대한 투자 확대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신 최근 차별화 제품으로 주목 받기 시작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쪽에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연이정보통신은 OLED사업 확대를 위해 지난달 9일 중국 현지 계열사인 연이전자천자유한공사에 14억원 규모(120만달러)의 시설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시장의 패러다임이 OLED 쪽으로 가고 있다”며 “특히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모바일기기 관련 제품 개발과 생산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LCD 업황 부진으로 국내 생산을 중단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LCD용 백라이트유닛(BLU)을 생산하는 태산엘시디는 전날 공시를 통해 국내 생산을 전면 중단하고 제품 생산을 중국 자회사로 전량 이전한다고 밝혔다. 태산엘시디의 연간 국내 생산 규모는 약 3,300억원에 이른다. 태산엘시디의 한 관계자는 “국내 LCD 업황 침체로 국내 BLU 물량이 크게 줄어 원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며 “중국자회사에서 BLU 제품 생산은 계속 할 계획이고 국내 BLU 수요가 회복되면 국내 생산도 재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LCD 부품업체들의 이 같은 결정은 국내외 LCD 업황 부진이 지속되며 기존 사업 모델로는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LCD 업황이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앞으로 관련 부품업체들의 생존을 위한 자구책 마련은 더 분주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황준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현재 LCD 업황 부진은 시장이 공급과잉 상태이기 때문”이라며 “중국의 LCD 패널 업체들이 계속해서 증설하고 있고 유럽과 중국 등 소비시장 침체로 TV 등 수요가 부족해 공급과잉 상태가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 수요 확대에 따른 관련 제품의 판매는 늘어났다. 그러나 전체 디스플레이 시장의 70~80%를 차지하고 있는 TV와 PC 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면 업황 턴어라운드는 어렵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국내 대형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기술력을 앞세워 제품 차별화 전략에 나선 만큼 부품 업체들의 변화도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황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업체들은 기존 LCD와 LED 시장의 한계를 인식하고 기술력을 앞세워 OLED 등 차별화 제품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이와 관련해 협력 업체들과의 기술 개발 등이 동시에 가야 하기 때문에 국내 부품 업체들도 이 같은 시장의 변화에 발맞춘 대응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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