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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대국민 사과, 현안 해결에 역부족"

삼성그룹의 '대국민 사과'와 이건희 회장의 사재 8천억원 사회 헌납이 과오를 인정하지 않는 한국 재벌들의 관행에 비춰볼 때 이례적인 일이긴 하지만 삼성의 과거 부정과 지배구조와 관련된 현안을 해결하는 데는 역부족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 논평했다. 이 신문은 이날 '삼성 사과하다(Samsung says sorry)'란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이 회장의 사과가 진정한 뉘우침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국민들의 동정과 정부의 관대한 처분을 사려는 의도인지 확실치 않다"며 "어느 쪽이든 삼성의 경영 행태와 지배구조에 관한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미치지는 못한다"고 평가했다. FT는 삼성은 현재 1997년 대통령 선거 당시 후보들에 대한 정치자금 제공 혐의와 자녀들에 대한 계열사 지분 편법 증여 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수년간 어떠한 불법 행위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재벌 개혁에 대한 저항의 대명사로 인식돼 왔다고 지적했다. FT는 삼성의 이번 제스처는 삼성의 지배구조에 대한 미미한 변화만을 의미할 뿐기존 경영 행태에 대한 개선을 담보해주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을 비롯한 한국 재벌들은 기업 경영의 투명성 제고와 지배구조 개선요구를 정치적 로비를 통해 무마시켜왔다며 한국 정부는 이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법적인 대응에 나서는 한편 지난 수년간 정체돼온 기업 개혁을 쇄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FT는 또한 한국 정부는 한국 주식의 절반 가량을 보유한 채 신속한 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과 잠재적으로 강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혁 요구에 부응하기보다 오히려 외국인을 경계하는 대중 여론에 영합해 외국인 투자자들을 희생양으로 삼아왔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국 경제에 대한 더 큰 위협 요인은 외국 자본이 아니라 재벌들의 잘못된경영 행태라며 '외국인 혐의증'(xenophobia)에서 벗어나 경제 질서를 재정비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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