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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교육 産·學·硏 협력 올인체재로

참석자: 손 욱삼성인력개발원 원장 한민구 서울대학교 공대 학장 조환익 한국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 1인당 국민소득을 2만 달러, 나아가 3만 달러 이상으로 끌어 올리려면 첨단 기술 개발이 필수적이다. 뛰어난 기술이 뒷받침돼야 세계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다. 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주체는 바로 우수한 과학기술인력이다. 하지만 우리의 과학기술인력 양성 시스템으로는 밝은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당장 이공계 졸업자 가운데 절반이실업자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반면 산업 현장에서는 “도대체 쓸만 한 기술인력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서울경제신문은 국내 과학기술인력 양성 시스템의 문제 및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손욱 삼성인력개발원장, 한민구 서울대학교 공대학장, 조환익 한국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을 초청, 좌담회를 가졌다. 참석자들은 “과학기술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우수한 교수 확보 등 인프라 구축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동시에 이공계 출신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보상체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이공계 교육이 공급자(대학) 중심에서 벗어나 수요자(기업) 위주로 바뀌어야 하고 수요자와 공급자간에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조환익 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최근 들어 국내 산업의 중국 이전이 빨라 지고 심지어는 고용마저 중국으로 넘어가는 상황입니다. 장기불황에 빠져있던 일본도 다시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제조업 공동화를 비롯해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달성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여러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제조업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서는 신기술 개발과 기술인력 양성이 중요합니다. 먼저 이공계 경쟁력 강화및 기술인력 양성에 대한 그간의 노력에 대해 평가해 주시지요. ▦손욱 삼성인력개발원 원장=외환위기로 중국이나 동남아의 값싼 노동력과 선진국의 기술 경쟁력 사이에서 한국은 넛크랙커(nutcracker) 신세를 면하 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 산업인력의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높 아지소 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이공계 교육의 큰그림, 비전이나 100년대계(大計)는 아직도 마련되고 않고 있습니다. 과학기술 강국이 되려면 기업의 기술력과 대학의 인재양성 능력, 연구소의 연구능력 등 3박자가 갖춰져야 합니다. 특히 박사 인력의 73%를 점하고 있는 대학의 인재 양성 능력과 연구 개발력이 중요합니다. 중국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연구중심 대학 100개를 만들고, 일본은 30개를 만들자는 프로 젝트를 진행중입니다. 우리는 과학기술부에서 연구중심 대학 10개를 만들자고 했지만 아직도 구체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한민구 서울대 공대 학장=우리나라 이공계 교육의 문제점은 교수, 즉 공 급자 중심으로 교육이 이뤄져 왔다는 점입니다. 교수가 어떻게 지도하고,어느 부분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특정 분야를 중심으로 인력이 양성된 것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요자 특히, 중소기업의 요구를 파악할 수 있는 체계적인 정보유통망이 갖춰져 있지 않 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수요자와 공급자가 서로 충분한 정보를 공유할 수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합니다. ▦조 총장=늘 산학협력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지금은 완벽한 산학협 력은 이뤄지지 않은 채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 이에 대해 대학에서는 산업계가 협력에 인색하다는 불만도 제기됩니다만 …. ▦손 원장=지금까지의 산학협력은 진정한 의미의 협력이 아닙니다.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우리나라 공대 대부분이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산학 협력도 특정 교수와 협력하는 형태가 대부분입니다. 대학내 연구센타와 협력하는 예는 아주 적습니다. 서울대에도 자동화연구소등 특정분야의 연구센타가 부분적으로 존재하지만 전반적으로 부족한 실정 입니다. 삼성종합기술원장으로 재직할 때 전체 연구 예산의 30%를 아웃소싱에 할애했지만 국내 대학은 10%를 넘지 못했습니다. 특정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대학 연구소나 연구기관이 적기 때문입니다. 해외 연구기관 에 예산을 뺏기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특정분야를 깊이 있게 연구하는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한 학장=대학과 기업의 시각이 다른 것도 원인입니다. 대학은 기업에 연 구개발비를 많이 지원해 달라고 하는데 기업은 당장 필요한 것을 만들어 내라고 합니다. 선진국 대학은 기업으로부터의 자금지원이 많지 않습니다. 연방정부, 지자체 등에서 대부분 지원합니다. 당장 필요한 연구개발은 기업 자체에서 해결하고 대학은 미래 지향적인 연구에 전념하라는 뜻입니다. 대학의 교육이 기업의 니즈(Needs)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면도 있습니다. 최고경영인(CEO) 강좌 뿐만 아니라 최고기술책임자(CTO) 강의도 확대하는 게 필요합니다. 이런 방법을 통해 기술의 변화를 수도권 뿐만 아니라 지방 대학이 따라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손 원장=선진국은 1인당 학생수 6명 정도이기 때문에 연구를 전담하거나 아니면 교육 및 연구를 병행하는 교수 등으로 역할 분담이 가능합니다. 우 리 대학은 교수들이 학생들을 가르치기에 급급합니다. 교수 한 사람 당 학 생수가 30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연구와 교육 어느 것 하나 충실히 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진정한 산학협력이 됩니다. 대학에 연구장비 등 시설이 부족한 것도 문제입니다. 자금부족 때문에 연구설비를 완비하지 못하고 있으니 산학협력이 제한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나노연구센타 같은 게 많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 영세한 중소기업의 경우 혼자서 연구를 수행하기 어려운 만큼 조합이나 협 회 형태로 움직여야 합니다. 이를 통해 개발할 기술을 찾아내 연구는 대학 에 위탁한 후 그 성과를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조 총장=인재가 우수한 대학은 장비가 모자라고 장비가 갖춰진 지방 대학은 인력문제로 설비가 놀고 있는 불균형 현상이 국가 경쟁력을 저해한다 는 지적도 많습니다. 지방 이공계 대학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 라고 생각합니까. ▦한 학장=교육의 내실화를 통해 산학협력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산학협력은 성격이 다른데 이를 구분치 않고 마구 뒤섞여 있습니다. 교통정리를 통해 내실화해야 합니다. 지역 클러스터(cluster)와 연계하는 산학협력을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단일 창구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산업자원부, 과학기술부 등으로 창구가 다양해 오히려 혼란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과학기술 인력양성에 대한 중장기 마스터플랜이 없습니다. 막연한 통계 데이터만 있을 뿐입니다. ▦손 원장=미국의 버클리대를 간 적이 있는데 한국 대학은 왜 미국에 똑 같은 장비만 사러 오느냐고 의아해 했습니다. 대학마다 똑 같은 부분 장비 가 널려있는 반면 완벽한 세트로 장비를 갖춘 대학은 없는 게 우리 현실입 니다. 예산지원이 ‘나눠 먹기’식으로 이뤄지는 경향 때문에 빚어진 부작 용입니다. 이런 현상은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고 결실 도 없습니다. 지역마다 거점 대학과 연구소를 지정해 육성하고 이 곳에서나오는 연구성과와 정보를 공유하는 게 중요합니다. 또 인재의 지역균형이 필요합니다. 중앙공무원도 지방근무를 의무화하는 등 추진력을 갖추고 우수한 인재들이 지방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지역균형발전이 되고 국가경제에 보탬이 됩니다. ▦조 총장=지방에는 이공계 석ㆍ박사 연구인력이 없어 스카우트해야 하는실정입니다. 클러스터의 핵심이 되는 지방대학에 사람이 없는 현실입니다.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당분간 시장 원리에 벗어나더라도 지방 대학 , 나아가 지방 경제를 키우는 데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손 원장=지역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지방 대학의 성공사례가 많이 발굴,전파돼야 합니다. 그래야 경쟁심리가 촉발되고 발전이 있습니다. 성공 사례는 많은 만큼 이를 전파하는 소프트웨어를 활성화해야 합니다. ▦조 총장=지금 각 대학에서 CEO들이 강의중인데 높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 다. CEO 강좌는 이공계 출신의 자부심과 사회적 인식을 높이기 위한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이공계 출신이라는 데 대한 자부심이 부족한 것 같습 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이공계 출신 가운데 30% 만이 자기가 일한 만큼 대우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를 해소하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한 학장=봉급 차이도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의사ㆍ변호사 등과의 봉급차이가 아니라 산업별로 경제적 보상이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이 더 큰 문제 입니다. 과학기술자의 연봉이 서비스업보다 떨어져 상대적 박탈감이 심합니다. 과학기술인력에 대한 사회적 처우 개선이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한 중 장기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조 총장=경제적 보상보다는 승진이 늦은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는 이공계 출신도 많습니다. ▦손 원장=삼성을 포함한 기술혁신형 기업들은 이공계 출신들의 승진이 빠 릅니다. 그렇지 않은 기업들은 반대입니다. 이런 문제는 기술혁신형 기업들이 많이 나와야 해결될 수 있습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업이 성장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미국의 경우 이공계 엔지니어들이 봉급을 가장 많이 받습니다. 우리나라는 반대인데 가치관을 바꿔야 합니다. ▦조 총장=국가의 과학기술력을 높이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 고 생각합니까. ▦손 원장=우리 나라는 과학기술이 경제발전에 기여한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수준입니다. 앞으로 세상은 과학기술 경쟁력이 좌우합니다. 국민소득 2, 3만 달러 시대로 가기 위해서는 선진국처럼 실사구시(實事求是)형 과학기술 인재들을 키우는 게 관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벤처를 부활시키고 중소기업 경쟁력도 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이공계 정책으로는 우수한 과학기술 인재를 키울 수 없습니다. 가장 시급한 것이 인프라 구축입니다. 우수한 교수 초빙, 연구진 확보 등의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앞으로 10년간 기금조성 등을 통해 50조원 정도를 투자해야 합니다. 특히 첫 3~4년간 투자를 집중해야 합니다. 연구진, 교수진 개발 시스템을 만들어야 10년 후에 기술경쟁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2, 3만달러 시대가 와야 그 시대에 맞는 인재가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먼저 2, 3만달러 시대에 맞는 인재양성 시스템을 갖춰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한 학장=나무는 10년, 사람은 100년을 보고 키운다고 하는데 중장기적인 인력양성을 위한 마스터 플랜을 세워야 합니다. 정부가 바뀐다고 해서 이런 계획도 바뀌면 안됩니다. 또 연구중심 대학을 육성하는 한편 이공계 인 력에 대한 승진 등 보상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대학도 특화 노력을 해 야 합니다. 지역 클러스터와 연계되는 대학을 만들어 지역특화 산업을 육성하는 토대를 만들어야 합니다. ▦조 총장=최근의 기술혁신은 과거보다 10배 이상 빠릅니다. 신산업이 목전에 와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의 사회 제도와 시스템이 못 따라가고 있습니다. 산학연 협력에 올인(All in) 체제로 가야 합니다. ▦손 원장=우수한 인재들이 이공계 대학으로 진학하도록 유도하는 노력도중요합니다. 과학기술을 좋아하는 학생이 많아야 합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실험, 관찰 등을 통해 과학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교육환경이 미흡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과학에 취미를 갖도록 유도하고 과학에 자질을 갖고 흥미가 있는 학생들이 이공계로 와야 과학기술 발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한 학장=최근 클러스터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은 좋지만 좁은 나라에서광역시도별로 16개나 클러스터를 만드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습니다. 다른 시ㆍ도라지만 자동차로 불과 1시간만에 갈 수 있는 곳도 많기 때문입니다. 클러스터를 위한 클러스터를 만들면 안됩니다.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져 야 하고 클러스터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방화가 하향 평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특화를 해야지 ‘구색 갖추기’식으로 추진되면 안됩니다. 국내 경쟁에 머물지 말고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체제 를 만들어야 합니다. 정리=임석훈기자 shim@sed.co.kr 사진=류종상기자 /서울경제신문ㆍ산업기술재단 공동기획 <저작권자ⓒ 한국i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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