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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의 충격과 위기관리
입력1999-02-07 00:00:00
수정
1999.02.07 00:00:00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은 세계경제를 이끌어 가는 주요 인물들의 토론에 장이라는 점에서 매년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특히 이번 포럼은 책임있는 세계성(GLOBALITY)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면서 세계화의 충격과 위기관리라는 화두로 시작되었다. 그래서 날로 불확실성이 가중되어 가는 세계경제의 위기를 어떻게 이해하고 위기의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할 것인지 무척이나 궁금해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세계지도자와 석학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번 포럼에 대한 평가는 그 어떤 구체적 결론이 도출되지는 못했지만, 세계
화의 충격에 대해 많은 이들이 공감을 하고 특히 선진국의 책임의식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고 싶다. 그러나 여전히 미진했던 점은 좀 더 질서 있는 세계화가 추진되기 위해서 전제되어야 할 조건이 무엇인가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가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선 세계화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 같다. 세계화는 비단 경제적 영역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고, 정치적·문화적인 영역에서도 깊이 스며들고 있다. 교역이 확대되고 외국자본, 외국기업이 자유롭게 지구촌에서 활동하는 국경장벽의 붕괴라는 차원을 넘어서 세계화는 경제적 행위를 규율하는 제도와 관행이 세계적 차원에서 규범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러한 세계적 가치규범을 창조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이념의 공유, 문화적 수렴화 현상도 목격된다.
그런데 세계화가 가져오는 사회적 충격은 이러한 변혁이 상당수의 사람들이
그대로 수용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사회적 긴장관계를 형성한다는 점에 있다. 기존의 이념과 철학, 달리 말하자면 패러다임의 전환에 쉽게 적응할 수 없거나 아니면 적응을 거부하는 이들의 반격이 늘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화의 충격은 작금의 경제위기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새로운 가치정립
의 부재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경제를 포함한 아시아경제가 세계화를 추진하면서 겪게 되는 경제적 고통은 바로 세계화를 내면화하기 위해 필요한 새로운 세계적 가치관을 스스로 정립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지난 몇년간 세계화의 압력은 안팎으로 가중되어 왔다. 그러나 좀더 질서있는 세계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세계화로부터 빚어지는 사회적 긴장관계를 흡수해 주면서 방향성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이념이 제시됐어야 했다. 앞으로도 세계화가 분명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면, 우리가 값비싼 비용을 치러야 하는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는 포스트 글로벌라이제이션시대의 이념적 가치를 정립해야 한다.
포스트 글로벌라이제이션시대란 우선 글로벌 스탠더드가 통용되는 시대를 말한다. 이는 문화적·인종적 차별성이 완전히 없어지는 세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개성이 강조되고 다양성이 존중되는 매우 자유로운 세상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글로벌 스탠더드는 다양한 가치를 포용할 수 있는 무색무취의 객관적 표준으로서 기능해야 한다. 어떤 특정국가 또는 집단의 이해관계를 편향되게 반영한다든지, 특정문명의 우월성을 강조한다면 세계화는 오히려 갈등을 심화시키고 위기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
세계화는 향후 이러한 글로벌 스탠더드를 찾기까지 계속 진행될 것이다. 세
계경제는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위기가 반복될 수도 있다. 다만 그러한 세계화가 가져오는 충격을 잘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이다. 특히 세계적 차원에서 위기관리가 어렵다는 것은 우리가 스스로 질서 있는 세계화과정을 밟아나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자칫 세계화가 가져오는 기득권의 포기 때문에 세계화의 폐해만을 강조하는 편협된 의식이다.
세계화의 속도를 조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계화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킴으로써 자신의 기득권을 보호할 경우 나중에 닥칠 준비 안된 세계화의 충격과 위기의 파장은 더욱 심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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