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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만족 버리고 팀워크 챙겼더니 성적 쑥쑥 좋아져"

'투수 연봉킹' 두산 김선우<br>첫 출전 야구인 골프대회 우승<br>"투구하듯 스윙하는게 장타 비결"

평균 300야드 정도의 드라이버 샷을 날리는 김선우는 "투구 동작을 떠올리면 거리를 늘릴 수 있다"고 말한다. 와인드업과 백스윙 톱 동작은 오른발에 체중을 싣고 몸통을 회전시켜 파워를 충전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오른손 투수 김선우(35). 그에게 새로운 수식어가 생겼다. 바로 '투수 연봉킹'. 김선우는 지난 6일 올 시즌 연봉 5억5,000만원에 계약하면서 투수 최고 연봉을 예약했다. 지난 시즌 MVP 윤석민(KIA)과 세이브왕 오승환(삼성)이 아직 계약 전이지만 김선우를 넘기는 어렵다. 새해 첫 훈련소집이 있었던 10일 잠실야구장에서 만난 김선우는 "지난해에는 내가 입단한 뒤 처음으로 팀이 포스트시즌에 못 나갔다. 지난해 잃어버렸던 운을 다시 우리 팀으로 가져와 꼭 우승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나는 써니가 아니다=김선우는 국내 무대에서 이제 5년 차지만 프로경력은 15년이다. 대학 재학 중이던 1997년 명문 보스턴에 입단한 김선우는 2007년까지 11년간 메이저리그에 몸담았다. 통산성적은 13승13패 평균 자책점 5.31. 콜로라도 시절이던 2005년에는 4피안타 완봉승을 올리기도 했다. 미국에서 김선우는 이름에 'Sun'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써니'로 불렸다. 메이저리그에 등록된 풀네임도 'Sun-Woo Sunny Kim'이었다.

하지만 국내 복귀 첫해인 2008년에는 햇살과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돈값(당시 연봉 4억원) 못한다" "메이저리거 별 거 없다"는 비난이 따라다녔다. 6승7패 평균 자책점 4.25의 초라한 성적을 냈으니 할 말이 없었다. 그랬던 김선우는 2009년부터 11승→13승→16승으로 가파른 오르막을 탔다. 지난 시즌 성적은 16승7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3.13. 다승 2위, 평균 자책점 3위의 기록이다. 김선우는 "미국에 있을 때의 나와 2009년부터의 나는 완전히 다른 투수"라고 했다. 시속 150㎞가 우스운 강속구를 앞세워 탈삼진에 매달렸던 써니는 무조건 팀 승리가 우선인 두산의 에이스로 탈바꿈했다. "직구 하나만 믿고 자기 만족을 위해 던졌다. 팀 승리야 어찌됐든 내 투구에 만족하면 그만이었다"고 메이저리그 시절을 돌아본 김선우는 "지금은 내가 나를 잘 안다. 빨리 맞혀 잡아야 이닝을 더 많이 소화할 수 있고 그래야 팀이 이긴다. 투 스트라이크에서도 탈삼진을 생각하지 않는다.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마인드로 바뀐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 시즌 김선우의 승부구는 직구가 아닌 변화구(체인지업). 주무기인 투심패스트볼에 약간의 회전을 더한 '김선우표 체인지업'은 땅볼 유도에 그만이었다. "보기에는 별로 좋은 공 같지 않지만 살짝 휘어 타이밍을 뺏는 데 좋다"는 김선우는 "올해도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으면서 10승 이상을 하고 또 3점대 평균 자책점을 찍는 게 목표"라며 '소박한' 포부를 밝혔다. 세월이 흐를수록 성적이 좋아지는 비결은 뭘까. 김선우는 "나 혼자만의 야구를 버리고 야수들과 같이 호흡하니까 팀워크의 힘이 엄청나다. 김선우 하나만의 힘이 10이라면 동료들이 남은 90을 모아준다"며 "그러다 보니 결과가 따라온다. 어렸을 때는 전혀 깨닫지 못하던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장타 비결? 마운드에서처럼=김선우는 지난달 야구인 골프대회에서 78타로 우승했다.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고수들을 제치고 우승하면서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베스트 스코어는 미국 생활 때 기록한 75타이고 당시 330야드까지 나갔던 드라이버샷 비거리는 지금도 평균 300야드에 가깝다. 장타 비결을 묻자 김선우는 "비결이랄 것도 없다. 그저 투구하듯 스윙한다"고 답했다. 싱겁지만 한편으로 명쾌한 답이기도 하다. 야구선수들의 경우 방망이를 잡는 타자보다 오히려 공을 던지는 투수 중에 골프 장타자들이 많다. 투구 동작과 골프 스윙의 메커니즘이 상당히 유사하기 때문이다. 공을 글러브에서 뺄 때 뒷발에 완전히 체중을 실었다가 앞발로 옮기며 릴리스하는 투구 동작이 몸에 배어 있다 보니 같은 원리의 골프 스윙, 특히 드라이버를 들 때 안정적이면서도 힘 있게 샷할 수 있는 것이다.

15년 전 마이너리그에서 꿈을 키우던 김선우는 한인회 초청 자선행사에서 처음 골프클럽을 잡았다. 당시 스코어는 132타. "어떻게 쳐야 잘 칠 수 있을지 도저히 감이 안 왔다"는 그는 이후 집 근처인 올랜도의 골프장에서 동반자도 없이 혼자 라운드하며 감을 잡아갔다. '도무지 이해 안 되는 운동'에서 '알수록 재미있는 운동'이 된 골프를 김선우는 아들에게 가르칠 계획이다. 일곱 살인 첫째 성훈이가 열 살이 되면 본격적으로 레슨을 시키겠다고 한다. "집에서 같이 퍼트 대결도 해요. 그런데 계속 져주다가 실수로 한 번 이겼더니 삐쳐서 며칠을 가더라고요." 머잖아 '골프 대디'로 변신한 에이스를 목격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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