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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개혁·생존싸움 "아직 진행형"
입력2002-07-03 00:00:00
수정
2002.07.03 00:00:00
■ 구조조정 4년 6개월 주요기업 어디까지 왔나환란이후 진행돼온 DJ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 작업도 어느덧 4년반이 지났다. 대마불사의 신화는 사라지고 102개에 달했던 워크아웃(기업구조조정작업) 기업들은 혹독한 생존 싸움을 벌였다.
그리고 상당수 기업들은 다시 일어나 새로운 질주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구조조정은 아직 진행형이다. 하이닉스반도체가 전히 미로를 헤매는 것을 비롯 적지않은 기업들이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환란 이후 서슬 퍼렇던 구조조정 의지는 정권 막바지에 들어서며 퇴색되고, 국민과 시장의 관심도 사그러들었다. 그러나 부실 기업들에게 '자기 개혁'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화두다. 주요 기업 구조조정의 현재를 짚어본다.
매각 무산따라 진로 여전히 미궁
▶ 하이닉스반도체
'유동성위기-→채무조정→유동성위기→매각추진→매각 무산→(?)'.
유동성 위기에 봉착한지 2년이 지났지만, 그 진로는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다.
정부와 채권단은 일단 7월말까지 새로운 진로를 설정한다는 방침을 세워 놓고 있다. 도이치 방크를 주간사로 기업분할 등을 포함한 광범위한 구조조정 틀을 잡는다는 것. 이를 위해 이사회 멤버도 새롭게 구했다.
도이치 방크는 오는 15일까지 실사를 마무리짓고 24일께까지는 구조조정안을 확정지을 예정이다. 큰 틀은 역시 D램 등 우량사업부분을 한 데 엮어 '굿 컴퍼니'로 만들고, 불량 사업부분은 배드 컴퍼니로 떼어내 매각 또는 청산 등을 방법으로 정리하는 쪽으로 짜여질 전망이다.
가장 큰 관심은 뭐니뭐니해도 매각 재추진 여부. 채권단은 내심 마이크론테크놀로지를 다시 염두에 두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마이크론이 대규모 손실에 허덕이고 있는데다 하이닉스 내부에서도 매각에 대한 반대 분위기가 여전히 드세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권 막바지에 들어서며 구조조정 의지가 약화돼 매각을 주도적으로 추진할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 안팎에서는 현실적으로 현 정권 아래에서 매각을 마무리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이에 대비해 제조공정을 미세화하는 방법으로 메모리 생산량을 연내 월 1억개 수준으로 현재 보다 50% 정도 늘리는 등 독자생존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세워 놓고 있다.
공정 기술을 첨단화하기 위한 독자 모델인 '블루칩 프로젝트'와 '프라임칩 프로젝트'는 하이닉스 독자생존을 위한 핵심 무기다.
AIG 인수철회… 프루덴셜과 협상
▶ 현대투자신탁증권
현대증권과 현투증권, 현대투신운용 등 이른바 현대그룹 금융 3사는 지난 1월 17일 미국 AIG가 인수계획을 철회한 후 5개월 넘게 표류하고 있다. 현재로선 미국 프루덴셜이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지만 연내 타결이 불투명한 상태다.
매각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금융감독위원회는 AIG가 협상중단을 결정한 후 미국 프루덴셜과 AIG가 빠져나간 윌버로스컨소시엄, 익명을 요구한 제3의 업체 등 3곳이 적극적인 인수 뜻을 표시해오고 있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윌버로스컨소시엄은 AIG를 대체할 새로운 투자자물색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익명을 요구한 제3의 업체도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결국 프루덴셜과 상당한 수준의 의견접근을 이룬 것으로 확인되고 있으나 금감위의 함구령으로 자세한 내용은 베일속에 가려진 형편이다. 하지만 금감위는 지난 5월 24일 '유가증권 발행 및 공시에 관한 규정'을 전격 개정, 프루덴셜 쪽으로 가닥을 잡았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이 규정에는 금감위원장 승인을 받을 경우 외자유치 등을 통한 기업구조조정(출자관계에 있는 기업을 구조조정 포함)차원에서 발행되는 주식에 대해선 3자 배정시 할인률예외를 적용할 수 있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이에 따라 프루덴셜은 AIG측과 합의한 가격(주당 7,000원) 정도에서 현대투신을 인수할 길이 열렸다.
그러나 규정까지 개정해 프루덴셜을 유혹했지만 1만원대를 형성했던 현대증권 주가는 7,470원으로 내려앉아 버렸고, 프루덴셜은 시간벌기에 들어갔다. 정권말기라는 특수성까지 얽혀들면서 현대3사 매각은 연내실현이 불투명한 것 아니냐는 견해가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매각 불투명 독자생존案도 검토
▶ 쌍용자동차
결론부터 말하면 연내 해외매각은 불투명한 상태다. 이에 따라 쌍용차는 영업이익 증대 등 일단 '회사 가치 높이기'에 주력하고 있다.
쌍용차는 올해 초 매각 주간사인 컨설팅업체 KPMG가 전세계 29개 완성차 업체 및 투자기관에 투자설명서를 발송했으나 현재 인수 의사를 밝힌 업체가 나타나지 않은 상태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최근 정보 수집 차원에서 쌍용차 공장을 둘러본 푸조- 시트로엥도 인수 의사가 없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밝혀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사견임을 전제로 "쌍용차 워크아웃 자체가 매각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내년까지는 매각작업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면서도 "매각 작업이 계속 지지부진하고 재무 구조 및 영업이익이 획기적으로 나아질 경우 '레저용차량(RV)' 전문 회사로의 독자생존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쌍용차는 해외 매각 추진과 관계없이 회사 가치를 높이는 게 '생존의 지름길'이라고 보고 '2005년 최상의 경쟁력을 갖춘 레저용 차량(RV) 리더'로 자리잡기 위한 3단계 중장기 경영목표를 마련했다.
쌍용차는 특히 지난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 1단계로 설정한 '생존기반 확보'에는 성공했다고 보고, 2단계로 2003년까지 '기업 회생' 작업에 나서고 있다.
쌍용차는 또 3단계로 2005년까지 '성공적인 재도약'을 위해 전략적 제휴와 투자자 유치ㆍ지분매각 등을 통해 매출 5조1,000억원ㆍ영업이익 5,800억원을 올릴 계획이다.
쌍용차는 이를 위해 오는 2004년 새 MPV(다목적차량) 모델을 출시, 레저용 차량(RV) 시장에 진출하는 동시에 첫 자체 개발한 고성능 커먼레일 디젤엔진을 내년 10월부터 양산하고 중국 장쑤성의 업체와 합작, 현지에 렉스턴ㆍ무쏘 등 SUV 양산 공장을 설립키로 했다.
채무재조정 年內 매각매듭 계획
▶ 현대석유화학
채권단은 지난해 12월 2,300억원을 출자전환 해 현대유화의 부채를 300% 이하로 끌어내리며 정상화 기반을 마련했다.
이를 바탕으로 채권단은 올해 안에 현대유화의 매각을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이미 지난 5월 말 매각자문사로 골드만 삭스를 선정, 현대유화에 대한 자산실사를 벌이고 있다.
실사는 2~3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측은 2조원 가량의 채무재조정을 실시한 만큼 매각작업을 꼼꼼히 해 적정한 대금을 확보하겠다는 생각이다.
인수희망 기업도 하나 둘 늘고 있다. 가장 먼저 현대유화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호남석유화학은 재정자문사로 JP모건을 선정해 놓고 언제든 협상에 들어갈 태세다.
LG화학, SK㈜ 등 국내 굴지의 석유화학업체들도 올들어 유화경기가 회복되면서 현대의 정상화가 급물살을 타자 인수를 적극 검토중이다. 다우케미칼 등 해외의 메이저업체들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관심의 초점은 부채탕감을 포함한 매각대금이 어느 정도 선에서 결정될 것인가로 모아진다. 채권단은 현대유화가 올 들어 1분기에 4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등 경영이 급속도로 좋아지고 있고 2,000억원 이상을 출자전환한 만큼 2조원은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인수의사를 밝히고 있는 기업들은 현대유화의 부채규모가 여전히 높아 자칫하다간 동반 부실의 늪으로 빠질 수도 있다며 추가 부채탕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백색가전등 분할 자체회생 추진
▶ 대우전자
기업분할구도가 잡혀 구조조정이 마무리단계에 들어갔다. 백색가전과 영상사업부문은 자산ㆍ부채인수(P&A)방식으로 자회사인 대우모터스로 넘어가 채권단의 출자전환 등이 이뤄져 회생을 추진하고 오디오와 모니터, 가스보일러 등 나머지 사업부문은 잔존법인에 남아 매각 또는 청산절차를 밟는다는 것이 그 것.
채권단은 최근 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방향으로 대우전자의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백색가전과 영상사업부문을 인수하는 대우모터스는 대우전자의 금융권 부채 총 6조390억원 가운데 약 1조원을 떠안게 되며 이 가운데 채권단은 4,000억원 가량을 출자전환 형태로 지원할 예정이어서 실제 부담은 6,000억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채권단은 출자전환 등이 마무리되고 경영활동이 정상화되면 대우모터스의 상장을 추진한다는 복안이다.
채권단은 당초 대우전자를 대우자동차의 경우처럼 굿컴퍼니(백색가전ㆍ영상사업)과 배드컴퍼니(오디오ㆍ모니터 등)로 나눠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새 법인 설립에 따른 비용문제 등을 고려해 대우모터스로의 이전으로 가닥을 잡았다.
채권단은 잔존법인에 남는 5조원대의 채권 처리문제 등 세부적인 방안은 이달중 각 채권금융기관의 의견을 수렴해 확정할 방침이다.
낙찰자 AK캐피탈 "인수준비중"
▶ 한보철강
일단 매각작업을 위한 큰 그림은 잡혔다. 한보철강 최종 낙찰자로 선정된 AK캐피탈이 지난 4월부터 실시한 한보철강 자산 및 부채에 대한 현장실사를 끝내고 7월중 컨소시엄을 구성, 인수 준비작업을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AK캐피탈은 존 코렌티 버밍엄 스틸 사장 및 해외 회계법인 등과 실사결과를 정밀 분석한 후 오는 8월까지 매매대금에 대한 조정작업을 하고 한보철강 채권단에 정식으로 가격 조정 요청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필요하면 추가로 공장은 물론 재무부문에 대한 보조 실사도 실시할 예정이다.
AK캐피탈은 지난해말 한보철강 매각 입찰에서 매입대금으로 4억100만달러를 제시했으며 최종 매매금액은 실사결과를 반영해 입찰금액인 4억100만달러의 상하 9.3% 범위 내에서 조정하게 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AK캐피탈이 한보철강에 대한 실사작업을 이미 수년간 여러 차례 실시해 현황을 잘 파악하고 있다"면서 "매각대금이 4억달러 미만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해외 유수 철강업체와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자금이 계획대로 들어올지는 의문이다.
/산업ㆍ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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