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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농업관리의 방미/김인영 특파원(기자의 눈)

지평선 끝까지 옥수수 밭이다. 푸르른 대지 위에 옥수수가 긴 잎을 늘어뜨린채 익어가고 있다. 간간이 눈에 띄는 목장에 젖소와 염소가 무리지어 풀을 뜯고 있다. 미국 중부 평원의 한가운데 미네소타주의 늦여름 풍경이다.이곳에 지난달말 갑자기 북한 고위간부 6명이 찾아왔다. 낮선 손님들이 장장 30시간이나 걸려 이곳까지 온 것은 농사 방법을 배워가기 위해서 였다. 그들은 재미교포의 안내를 받아 『이렇게 넓은 농장에서 몇 명이나 일하는가』 『수많은 돼지를 몇 사람이 기르는가』 등을 물었다. 일행은 한 가족이 농장과 목장을 건사한다는 얘기를 듣고 무척 놀란 표정을 지으며 알이 톡톡히 배인 옥수수를 만져보기도 하고 살찐 가축을 둘러보았다. 종자 저장소, 유전공학 실험실 등을 방문한 뒤 영어로 된 농업서적 몇 권을 챙겼다. 전세계에 식량 지원을 호소하던 북한이 이젠 농사기술을 배우기 위해 현장 답사에 나섰다. 세계의 곡창인 미국 평원의 농가를 돌며 선진 농법을 배우려 한 것은 자존심이 강한 북한으로선 상당한 의식전환이다. 그동안 북한은 식량부족과 경제난을 천재지변의 탓으로 돌렸다. 2년에 걸친 홍수와 그 뒤를 이은 가뭄으로 농토가 폐허로 변했기 때문이지, 그들이 애지중지하는 주체 농법의 실패를 인정한 적은 한번도 없다. CNN 기자를 초청해서 바닥을 드러낸 저수지 모습을 보여주고 이를 수없이 화면에 비치게 함으로써 전세계에 동정심을 자아내려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더이상 집단 농장의 낙후성을 감출 수만은 없는 처지에 이른 모양이다. 이집트 주재 대사 가족의 망명으로 미·북 관계가 냉각된 시점에서 농업 사절단을 미국 농촌에 보낸 것은 농사 방법을 개선하지 않고는 언제까지 식량을 얻으러 다닐 수 없다는 인식을 갖게 된 것 같다. 그런데 북한 농업 사절단이 굳이 이 멀리까지 와야 했을까. 가까운 한국에 왔더라면 몇 명만이 해독할 수 있는 영어 서적을 가져갈 필요도 없고, 같은 기후와 토양에서 연구한 더 좋은 농사기법을 배워갈 수 있을텐데 말이다. 그들을 만나본 한 재미교포는 북한 사람들이 미국의 농촌에 감탄하면서도 자신들의 농법에 대한 자존심이 여전하더라고 전했다. 그 자존심이 뼈가 앙상한 어린이 모습을 서양인들에게 보여주는 것인가 생각하면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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