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000830)·제일모직(028260) 합병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합병이 무산될 경우 삼성물산의 주가가 크게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앞서 삼성물산은 지난 5월26일 이사회에서 제일모직과 합병을 결의하면서 패션·식음료·건설·레저 등 의식주휴(衣食住休)와 바이오 사업을 선도하는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비전을 밝힌 바 있다.
9일 금융투자(IB)업계에 따르면 삼성과 엘리엇의 싸움으로 삼성물산의 자산가치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합병이 무산될 경우 삼성물산의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주가가 합병 이전 수준으로 회귀하거나 사실상 지주회사의 시너지가 사라지면서 하락세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이달 3일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는 이번 합병에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도 합병 무산시 삼성물산의 주가가 22.6% 하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용기 현대증권(003450) 연구원은 "삼성물산은 과거 지배구조 이슈가 불거질 경우 건설주와 다른 흐름을 보인 적이 있지만 현실화되지 않을 경우 결국 대형 건설주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수준으로 회귀해 거래됐다"고 말했다. 백광제 교보증권(030610) 연구원도 "합병이 무산된다면 다시 합병 이전 주가로 하락해 회귀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합병이 무산될 경우 삼성그룹은 지배구조 승계 차원에서 합병 재추진보다 새로운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삼성물산 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결국 중장기적으론 합병이 성사되는 것이 삼성물산 주주가치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합병이 무산되면 엘리엇의 추가 지분 매입 등 경영권 분쟁 요인으로 주가가 단기에는 상승할 수 있겠지만 궁극적인 영업가치 개선 없이 어렵다"면서 "장기적인 기업가치만 본다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주주가치 제고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은 시장의 이 같은 분석에 발맞춰 합병의 정당성을 적극적으로 알려나갈 계획이다.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통해 기존의 건설·상사의 사업영역을 레저와 패선 분야로 확대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최근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면서 성장 청사진을 밝힌 바이오 등 신규 사업기회 창출을 통해 오는 2020년까지 통합 삼성물산의 매출을 60조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합병시 현행 21%인 배당성향을 30% 수준으로 올리고 사업 성과 등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배당을 늘리기로 했다.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거버넌스 위원회와 외부 전문가, 사내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사회적책임(CSR)위원회를 신설해 글로벌 기업으로서 주주와 시장·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선진적 경영체제도 갖춰나갈 방침이다.
전 연구원은 "합병 이후 사업 시너지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주주가치 증대를 위한 배당성향 상향과 투명한 지배구조를 위한 거버넌스 위원회 등 주주 친화정책만으로도 삼성물산 주주들은 투자수익 측면에서 충분히 만회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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