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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구노력 전제 금융지원 적극 나서야

■ 성동산업 해법은<br>조선해양 채권단 채권 회수로 경영 악화 가속


성동산업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는 모기업인 성동조선해양의 부실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성동조선해양은 한 때 수주잔량 기준으로 전세계 조선사 중 8위에 오를 정도로 잘 나가던 조선사였다. 현재 장기간의 수주 침체에도 불구하고 성동조선해양은 세계 조선사 순위에서 1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국내 대표 중견 조선사인 성동조선해양에 위기가 찾아온 것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부터다. 환헤지상품인 키코에 과도하게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입었고 글로벌 경기침체로 선박 수주마저 급감하며 2009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에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2010년부터 자율협약 형태로 성동조선을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채권단 관리 이후에도 성동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는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관련 업계에서는 그 이유로 사상 최악의 조선 불황과 함께 회사 정상화보다는 채권 회수에 급급한 채권단의 행태를 꼽고 있다.

실제로 성동조선해양이 지난 5월 수주한 가축운반선을 놓고 벌어진 채권단 간 갈등은 회사 정상화는 뒷전인 채 채권 회수에만 몰두하는 채권단의 행태를 잘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당시 성동조선해양은 가축운반선 10척을 총 6,500억원에 수주했지만 주요 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선박 인도기일이 촉박하고 리스크가 높다는 이유로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을 반대해 수주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RG는 조선소가 선주로부터 선수금을 받고 선박을 건조하다가 납부기한 내 배를 인도하지 못할 때 선수금을 되돌려준다는 보증으로 RG 발급이 안 되면 선박 수주는 불가능하다. 이후 성동조선해양이 선주 측과 인도기일을 연장하기로 하자 우리은행이 뒤늦게 RG 발급에 합의, 가까스로 일감 확보에 성공할 수 있었다.

또 성동조선해양 대주주 측은 신규 신용 공여 부담을 줄이려는 채권단이 회사의 정상적인 선박 수주활동을 방해해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주주 측에 따르면 채권단은 지난해 그리스 선사인 코스타마레와의 8,8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10척 추가 수주계약을 적자수주라며 거부해 무산시켰다. 당시 선주사가 제시한 선가는 척당 9,300만달러로 10척의 수주금액은 총 9억3,000만달러에 이른다. 특히 현재 강재가격이 수주 무산 당시보다 37% 가량 떨어져 원가절감을 통해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는 1조원 가량의 일감이 채권단의 책임 회피로 날아갔다는 게 대주주 측 주장이다. 또 대주주 측은 채권단이 적자가 1%에 불과한 BC선(벌크 캐리어) 2척의 수주 승인을 거부해 그리스 선주사와의 거래관계가 단절됐으며 채권단에서 회사 영업담당자에게 수주활동 자제를 유도하는 일도 벌어졌다고 항변하고 있다.



성동조선해양의 한 관계자는 "채권단은 RG 발급 등 신규 여신 제공을 줄이기 위해 회사의 정상적인 선박 수주활동을 저가수주라고 매도하며 무산시켰다"며 "이는 채권단의 지원 아래 회사를 정상화한다는 자율협약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 및 전문가들은 성동조선해양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채권단의 보다 적극적인 금융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특히 자신들의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금융권의 논리에 치우치기 보다는 국가 기간산업인 조선산업의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산업적 측면에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대형 조선업체 관계자는 "조선산업은 대규모 장치산업으로 설비와 인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수익을 낼 수 있는데 채권단이 금융논리를 앞세워 채권 회수에만 몰두하면 회사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며 "채권단은 성동조선해양의 철저한 자구노력을 전제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까지 적극적인 금융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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