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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구조본 축소 배경과 의미
입력2006-03-08 14:26:35
수정
2006.03.08 14:26:35
삼성이 8일 내놓은 조정본부 축소 개편 및 역할재조정은 지난달 7일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부회장)이 이건희 회장 귀국 직후 발표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에 포함됐던 '국민여론 수렴대책'의 후속 조치다.
당시 이 본부장은 8천억원의 사회헌납과 사회봉사 확대 등과 함께 계열사 독립경영 강화 방침을 밝히면서 "구조조정본부의 기능을 미래지향적으로 조정하고 축소운영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고(故)이병철 회장이 창설한 그룹 비서실에 연원을 두고 있는 구조조정본부는계열사의 경영전반을 통제, 감독함으로써 총수의 '황제경영'을 뒷받침하는 기구로일부 시민단체들과 정부 일각의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구조본 산하 법무실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BW) 증여세 부과소송이나 공정거래법 일부 조항에 대한 위헌소송 등을 주도해 '국가권력에 맞서는 삼성'이라는이미지를 심고 '삼성공화국론(論)'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삼성은 이번 개편을 통해 법무실은 구조본에서 완전 분리해 '수요회'로 불리는사장단협의회 산하에서 계열사 사장들에 대한 법률자문을 담당토록 직제와 역할을조정하고 인력, 재무, 경영진단, 기획, 홍보 등 구조본의 5개팀을 인사지원, 경영지원, 기획홍보 등 3개 팀으로 통폐합했다.
구조본은 미래전략의 수립과 신사업 발굴, 삼성의 핵심가치 수립.전파, 브랜드전략 등 지원업무에 충실하고 각 계열사가 스스로의 책임 아래 독립경영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데 주력토록 한다는 것이 이번 개편의 핵심이다.
이런 취지에 따라 구조본의 명칭도 전략기획실로 변경했고 상위기구라고 할 수있는 그룹 구조조정위원회 역시 전략기획위원회로 명칭을 바꾸는 것과 함께 11명의위원을 9명으로 축소 조정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회장-구조본-계열사로 이어지는 '삼각편대' 경영에서 구조본은 컨트롤 타워 또는 나침반의 역할을 했으나 이제는 계열사의 현장완결 체제로그룹 경영방식이 바뀌고 전략기획실은 주로 지원하는 조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종전에는 일정한도 이상의 투자에 대해서는 구조본 재무팀의 승인을 받도록 의무화돼 있었으나 이번 조치 이후에는 이 액수가 대폭 증대되는 등 계열사들이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범위가 크게 넓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개편은 구조본의 역할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은 아니어서 "법적인 근거와 책임소재가 모호한 임의기구가 그룹과 계열사 경영을 좌우한다"는 비판을 완전히 불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구조본 개편에 따른 인사도 종전 구조본 차장이었던 김인주 사장이 전략기획실 사장 겸 전략지원팀장으로 보직을 바꾸고 그동안 팀장이었던 부사장 3명이같은 업무 담당임원으로 직책이 변경된 것이 전부여서 인적 변화는 사실상 없는 셈이 됐다.
삼성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장단을 비롯한 임원들에 대한 정기인사가 이미 마무리됐기 때문에 인적 개편에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 구조본의 역할과 의미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해체'운운하지만 중복투자 방지 등 선택과 집중의 방향타 역할은 어느 기업집단에도 필요한 기능"이라면서 "구조본의 존재이유를 부인하는 논리는 육.해.공군이 있다고 해서국방부가 필요없다는 주장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8년 전 구조본 체제에서 삼성이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눈부신 도약을했듯이 앞으로 10년간 전략기획실 체제에서 계열사가 현지완결형 독립경영을 실현하고 전략기획실이 이를 도움으로써 더 큰 도약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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