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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벤처사장의 창업일기] (9)외주 개발사 선정은 잘해야 본전?


‘외주 개발사와 심하게 다퉈보지 않은 사람은 벤처를 논하지 말라!’

정보통신기술(ICT)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대표라면 이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리더는 자체 인력만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없습니다. 크고 작은 개발업무를 외주 개발사에 의뢰해야 합니다. 사업 초기에 고급 기술자를 채용하기 어렵고 인건비까지 높아 외주개발을 선호하는 까닭입니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외주개발 업무가 말처럼 호락호락하지 않다는데 있습니다. ‘적게 주고 일을 더 많이 시키려는 초기 벤처’의 입장과 ‘더 적게 일하고 많은 돈을 받으려는 외주개발사’의 처지가 서로 상충하기 마련. 많은 스타트업 대표들은 외주 개발사와 일해본들 잘해야 본전이라고 푸념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ICT 벤처기업 분야에 국한해서 외주 개발사 선정과 개발업무 진행에 대한 실전 노하우를 이 자리에서 소개할까 합니다.

◇외주개발 계약 최소 10곳 이상 미팅 후 정하라

벤처의 최대 자산은 무엇일까요? 그렇죠. 헝그리 정신입니다. ‘발품’을 팔아서 현장에서 체득한 지식을 바탕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게 정답입니다. 외주 개발사 선정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전화기를 붙잡고 몇 군데 성의 없이 상담할 게 아닙니다. 개발 결과는 스타트업의 성패를 결정합니다. 주변에서 추천도 받고 벤처협회와 같은 곳에서 외주 개발사 리스트를 확보하는 게 중요합니다.

교육벤처기업인 (주)베티의 고동완 대표는 “저 같은 경우에는 적어도 10여 곳 이상과 미팅을 가졌다”며 “실제로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눠보면 어느 정도 업체에 대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고 이후에 2차 미팅을 가질 업체를 선정한다”고 말했습니다. 고 대표가 발품을 팔면서 사업을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현장에서 얻은 정보가 가장 값진 것이라는 철학이 있기 때문. 실제로 (주)베티는 2차 미팅을 여러 차례 실시한 뒤 견적서를 꼼꼼히 따져본 뒤 가장 적합한 외주 개발사를 선정했습니다.

벤처기업은 자신들이 개발하고 있는 서비스의 성격과 가장 유사한 제품을 이미 개발해본 업체를 선호하기도 합니다. 비슷한 서비스를 개발한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개발기간을 단축하고 결과물에 대한 품질도 어느 정도 보증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도서 포털 서비스를 개발하는 (주)달빛의 신갑수 대표는 “외주 개발사 미팅 중에 ‘아이템이 좋다. 사업이 크게 성공할 것 같다’는 말처럼 사탕 발린 칭찬보다는 조금 불편한 질문들을 얼마나 능숙하게 던지는가를 눈여겨본다”며 “외주 업체 담당자가 계속해서 예상치 못한 예리한 질문을 던진다면 서비스에 대해 자세히 공부했고 깊이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보안이 필요한 아이템이라면 견적 의뢰서를 여러 곳에 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런 경우 주변의 소개를 통해서 실력 있는 업체를 수소문해서 접촉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물론 외주 개발사의 규모와 매출규모, 직원 수, 설립일 등을 꼼꼼하게 확인해 비슷비슷한 경쟁 업체에서 견적서를 받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견적서를 다 받았으면 어떻게 최종 업체를 선정할까요. 일반적으로 상당수 기업들은 최저가로 제시된 금액보다 10~20% 줄인 금액을 정적가격으로 정합니다. 이후 마음에 드는 업체에 제시합니다. 한 가지 노하우를 덧붙이면 외형적으로 안정적인 곳은 기본이고 외주 개발사와 물리적 거리가 가까운 곳을 추천합니다. 수시로 방문해 진행 상황을 논의하고 조율하려면 너무 먼 곳에 떨어져 있으면 곤란합니다.

◇계약이 끝났으면 관리자보다 실무자와 가까워져라

계약을 하게 되면 관행적으로 계약금 50%, 잔금 50% 조건으로 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발 금액이 큰 규모이거나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계약금, 중도금, 잔금의 방식도 가능합니다. 그렇지만 소규모 계약을 놓고 중도금을 준다고 하면 난색을 표하는 개발사가 많은 게 사실입니다.

이제 계약을 했으니 실제 서비스를 개발해야 합니다. 서비스나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개발사와 트러블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계약 조건에 서로 구체적으로 명시했어도 실제로 진행하면서 이견이 벌어집니다. 스타트업이 잘못을 범하기 쉬운 순간이 바로 이 지점. 외주 개발사를 단순한 하청업체로 생각하고 막무가내로 대했다가는 감정적으로 골이 깊어질 수 있으니 말입니다. 처음 생각했던 디자인이나 기능이 구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래처 관리자에게 거칠게 클레임을 걸기 십상입니다.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정말 현명하지 못한 짓입니다.



한 중견 벤처기업의 기술개발 팀장은 “사실 엉뚱한 디자인이나 기능을 초안으로 들고 오면 속에서 부아가 치민다”며 “하지만 그 순간 개발사와 틀어지기 시작하면 프로젝트 전체가 스트레스 덩어리가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화가 나는 것은 당연하지만 화풀이를 하는 순간 외주 개발사와 감정적으로 틀어지게 된다는 말입니다. 사람이 하는 일인 탓에 개발사 관리자와 실무자 등과 트러블이 생기면 프로젝트 끝까지 일이 피곤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대목에서 개발사 실무자가 잘못했다고 해서 그 회사 관리자에게 항의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설령 외주 개발사의 관리자가 부하 직원을 나무란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실무자와 관계는 완전히 틀어져 다시 회복하기 어려워지고 그로 인해 프로젝트는 엉망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많은 선배 경영자들이 한 두 번쯤은 겪었던 일입니다.

사람은 자신을 존중하고 칭찬해 주는 이에게 약합니다. 개발사 실무자와 인간적으로 친해지고 설득해서 원하는 결과를 끌어내는 게 현명한 전략입니다. 가령 간식이나 음료수라도 사들고 실무자를 찾아가서 잘 부탁한다고 먼저 손을 내미는 게 똑똑한 처신입니다. 그도 인간인 탓에 ‘몽니’를 부리고 일을 대충할 것도 사람 얼굴을 봐서라도 조금이라도 성의 있게 작업한다고 많은 벤처 선배들은 이야기합니다. 혹자는 ‘상전(上典)을 모시는 것이냐’고 되묻는다면 저는 그래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상전 그 이상이면 어떻습니까. 좋은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 그 정도의 성의는 보여야 하지 않을까요.

◇사장이 개발하지 못한다면 외주가 바람직

외주를 해야 하는지, 자체 개발이 좋은지 정석은 없습니다. 회사 사정에 따라 다릅니다. 당연히 회사에 핵심 개발자가 있다면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게 좋습니다. 대용량 동영상 파일공유(P2P) 서비스를 개발하는 조기덕 (주)마블루스 대표는 컴퓨터 공학 박사 학위를 보유한 최고 기술자 출신 벤처기업인입니다. 조 대표는 개발자들을 직접 채용해서 외주 개발사를 쓰지 않고 자체적으로 회사에서 개발하고 있습니다. 조 대표는 “자체 개발에 더 무게를 두는 이유는 회사 내에서 직접 개발하게 되면 개발자들이 많은 경험을 쌓게 된다”며 “아무래도 장기적인 측면에서 개발팀의 호흡도 잘 맞아 자체개발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외주개발의 장점도 적지 않습니다. 다양한 개발경험을 통해 노하우가 많이 쌓였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비슷한 모델을 개발해본 적이 있다면 전반적인 시스템 구성이 수월해지기 때문입니다. 다만 서비스의 업그레이드에 있어서 추가 개발요소가 자주 발생하는 경우 순수 외주개발은 위험이 많습니다. 반면 직접개발의 경우 사용자와 상호소통하면서 지속적인 변경과 업그레이드가 가능합니다.

두 경우 모두 전제는 있습니다. 현재의 회사사정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외주개발은 개발자금이 필요하며, 직접개발은 인건비와 개발자가 있어야 합니다. 아울러 데이터베이스 및 시스템이 탄탄하게 개발돼야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사장이 개발자 출신이 아니면 처음부터 기술자를 고용해서 개발을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사장이 업무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기술자가 있다고 해도 일을 제대로 시키기 어렵습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고 게으른 존재입니다. 아무리 의욕이 넘치는 직원이라고 해도 저녁 7시에 퇴근할 수 있는데 구태여 새벽 1시에 퇴근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더 멋지고 뛰어난 기능이 있지만 야근을 하지 않고 싶지 않은 탓입니다. 좀더 편하게 일하기 위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둘러대는 게 인간의 본성이라고 합니다.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그런 이유로 대표가 기술을 모르고 직접 개발에 나서면 대부분 실패하곤 합니다.

이외에도 외주 개발사와 계약을 맺을 때 ‘계약이행보증보험증권’을 가입해서 첨부해 달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이행보증보험은 외주 개발사가 계약 사항을 정확히 이행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손실에 대해 서울보증보험이 대신 보전해 주는 제도입니다. 이는 외주 개발사가 약간의 비용을 지불하고 발급받으면 됩니다. 만약에 벌어질 일에 대해 외주 개발사가 책임지고 반드시 들어야 하는 보험인데, 초기 기업은 간과하고 넘어갈 수 있으니 주의하길 바랍니다.

사실 글 서두에 개발사와 스타트업의 관계를 마치 견원지간(犬猿之間)으로 묘사했는데 솔직히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일면 사실이면서도 다른 면은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개발사와 스타트업은 서로 공생하는 관계가 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스타트업 대표가 너른 마음으로 개발사 실무자를 이해하고 다독이면서 일을 풀어나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외주 개발사 실무자와 소주잔을 기울여보지 못한 사람은 벤처를 논하지 말라!’

/안길수. 벤처기업인 (주)인사이트컴퍼니 대표이사. ceo@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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