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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 정보기술분야 경기회복의 길

휴렛패커드의 컴팩 인수는 20년래 최대의 불황이 정보기술 산업에 얼마나 큰 타격을 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상징적인 사례다.개인용 컴퓨터(PC), 반도체, 통신분야에서 그동안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해온 전세계 기업들은 이제 포화상태의 시장, 만성적인 설비과잉, 그리고 세계경제 침체라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IT기업들이 적정한 성장을 되찾으려면 무엇보다도 과감한 감축에 나서야 한다. 각국 정부의 정치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공장 폐쇄, 기업 도산, 감원, 그리고 이들 기업에 조달된 차입금 및 투자자금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 같은 일련의 작업을 유효 적절하게 처리하기란 쉽지 않다. 그보다는 IT기업들이 시장순리에 신속히 적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첫번째, 기업 합병에 대한 발전지향적 시각(enlightened view)을 가져야 한다. 설혹 그것이 공룡기업의 탄생이라 해도 말이다. 유럽연합(EU)의 반독점 당국은 그동안 높은 시장점유율을 불공정 경쟁으로 보는 경향을 자주 보여왔다. 그러나 IT산업에서는 종종 제조업의 규모가 마케팅이나 서비스, 유통부문에 비해 덜 중요한 것으로 인식된다. 더욱이 제조업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오히려 시장진입 장벽이 낮다는 반증으로 볼 수 있다. 휴렛패커드와 컴팩은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라이벌 상품을 판매해왔다. 그러나 그들의 합병은 전격적인 시행에도 불구하고 다분히 방어적인 거래로 비쳐지고 있다. 문제는 그들의 합병이 경쟁을 해치는가의 여부보다는 얼마나 잘 굴러갈 수 있느냐에 있다. 두번째, 카르텔 같은 협정들을 추종하지 않는 것이다. 미국과 EU 당국은 지난 80년대 그 같은 공모-특히 반도체 기업간-를 후원해왔다. 하지만 그 같은 지원은 산업 생산성의 제고 없이 경쟁력만 약화시켰다. 세번째, 정부 차원의 경기부양(state bail-outs)은 없어야 한다. 과거 유럽과 일부 아시아 지역에서 IT산업을 국력신장의 상징인 것처럼 집착함으로써 그 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러나 대부분 결과는 회복보다는 기업의 정부의존도만 높였다. 네덜란드 정부가 위기를 겪고 있는 통신 서비스 기업 KPN을 구제할지 말지 모르지만 이 기업은 이 같은 교훈의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지 않게 하려면 브뤼셀은 이 기업에 대한 어떠한 지원도 금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로컬 네트워크 독점으로의 회귀는 없어야 한다. IT산업이 미래의 번영을 이루기 위해서는 시장을 더욱 개방하고 경쟁적인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과거 창조적 파괴 시대와는 대조적으로 IT산업의 회복은 결국 혼란(maelstrom) 속에서 찾아질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수요와 공급 균형의 회복이 전제돼야 한다. 그 같은 과정을 거부하는 것은 단지 고통을 연장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파이낸셜타임스 9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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