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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양궁 단체전 금메달의 순간
입력2004-08-21 00:58:24
수정
2004.08.21 00:58:24
박성현(전북도청)의 마지막 화살이 활시위를 떠나는 순간 파나티나이코 경기장은 일순간 깊은 침묵에 빠졌다.
길게 포물선을 그리며 허공을 가르던 화살이 과녁 정중앙을 뚫으며 부르르 떨자박성현을 비롯한 한국의 여궁사들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얼싸안았고 화살의 궤적을 쫓던 중국 선수들은 아쉽지만 만족한듯 서로 악수를 나눴다.
한국 여자 양궁이 제1회 근대올림픽 주경기장인 파나티아니코경기장에서 올림픽단체전 5회 연속 우승의 시나리오를 엮어내기는 그리 쉽지 않았다.
엔드당 팀별 9발씩 3엔드로 나눠 모두 27발의 점수 합계로 계산하는 단체전에서한국은 윤미진, 이성진, 박성현이 3발씩 쏜 뒤 교대하는 방식을 꺼냈고 중국은 장주안주안, 린상, 허잉이 1~2발씩 번갈아 쏘는 변칙 작전으로 맞섰다.
중국의 선공.
1엔드에서 81점을 기록한 중국에 맞서 3점 많은 84점을 기록한 한국은 2엔드에서 79점을 추가, 78점을 보태는데 그친 중국과의 격차를 4점으로 벌렸다.
모두들 금메달 안정권으로 들어간 것으로 믿는 순간 마지막 3엔드에서 위기가찾아왔다.
먼저 중국이 3발을 모두 9점 과녁에 꽂을때 윤미진이 9,9,8점을 쏴 격차를 3점으로 좁혀주더니 이성진의 2번째 화살이 말썽을 부렸다.
중국이 10,8,9점을 쏜 것을 확인하고 사대에 선 이성진은 첫발을 9점에 꽂았지만 2번째 화살을 7점에 쏜 것.
3번째 화살도 9점에 맞추면서 순식간에 점수차는 1점차.
중국은 역전 희망에 부풀었고 장내는 일순간 술렁이기 시작했다.
중국의 마지막 3발의 화살은 모두 9점짜리였고 무거운 짐을 떠안은 한국의 최종궁사는 개인전 우승자인 박성현.
박성현의 손을 떠난 첫 화살은 9점 과녁에 꽂혔지만 2번째 화살은 8점이었다.
아~ 하는 탄성이 관중석에서, 선수단에서 흘러나왔다.
마지막 화살이 다시 8점이면 1점차 역전패이고 9점이면 연장전, 10점이어야 1점차 우승이 확정되는 절체절명의 순간.
선수도, 관중도 모두 숨죽이는 동안 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박성현의 마지막 화살은 직경 10.2㎝ 10점 라인으로 빨려들어갔고 그것으로 단체전 5연패의 대기록은 양궁사의 한 페이지에 쓰여졌다.
/ (아테네=연합뉴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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