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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압박·수출경쟁력 약화 '이중고'

■ 국내영향엔저 장기화땐 경제운용계획 손질 불가피 경제정책당국이 엔저의 급격한 진행에 따라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저물가ㆍ저금리기조'가 흐트러질 개연성이 높아진 것이다. 지난해 말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은 원ㆍ달러 환율이 연평균 1,270원에 그칠 것으로 나라살림과 성장계획을 짰다. 그러나 엔저가 장기화돼 원ㆍ달러 환율이 상승할 경우 경제운용계획을 손질해야 하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엔저가 장기화될 경우 조선과 자동차ㆍ공작기계 분야의 우리 수출이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반도체와 통신기기는 수출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원재료 수입단가가 낮아져 상대적으로 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 경제운용 계획수정 불가피 정부의 경제운용계획은 연초부터 삐그덕대고 있다. 원화 약세에 서울 강남 일부지역의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른 물가 앙등 위협으로 인해 경우에 따라서는 '상반기 재정지출 확대(하반기 경기회복'으로 요약되는 올 시나리오가 먹혀들 여지를 협소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엔저와 물가 및 국제 유가 급등을 바라보는 재경부의 시각이 아직은 '예의주시' 상태로 파악된다. 하지만 올해 가장 큰 내부변수인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대통령 선거, 월드컵 및 부산 아시안게임으로 인해 내심 당혹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재경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원화가 엔과 70~80% 정도 동조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한국 경제는 물가압박과 수출경쟁력 하락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 호재와 악재 혼재 9ㆍ11테러 보복 전쟁이 이라크를 비롯한 중동으로 확대될 경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제 유가가 1배럴당 30달러 이상으로 폭등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입장이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국제유가 앙등은 엄청난 부담이다. 최악의 경우 비축유를 방출해야 할 사태를 맞이할 수도 있다. 정부는 그러나 엔저, 물가, 국제 원유가 상승 등 불안요인이 많지만 반도체 가격 상승, 자동차 수출호조 등 긍정적인 요인도 많아 당초 정부가 세웠던 내수진작을 통한 하반기 경기회복의 기조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 엔저에 따른 업종별 영향 산업연구원(KIET)은 원화동조 현상이 계속되고 있어 우리 수출에는 그다지 큰 영향을 주지 않겠지만 엔화 약세가 장기화될 경우에는 업종별로 영향이 엇갈릴 것이라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영향이 큰 업종으로는 일본이 수출가격을 인하할 경우 우리 제품과 가격차가 축소되는 자동차 산업과 우리가 가격경쟁력을 갖고 있는 수치제어(NC) 선반을 중심으로 한 공작기계, 서로 경쟁관계인 조선, 일본 기업의 자국산 조달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금형산업 등을 꼽았다. 또 양국 모두 해외생산 비중이 높은 가전의 경우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고 석유화학과 컴퓨터는 대(對)일본 수출에만 다소 차질이 생길 것으로 연구원은 전망했다. 그러나 통신기기ㆍ의류ㆍ반도체 업종의 경우 수출에 큰 영향이 작거나 없으며 반도체는 재료와 장비 등의 수입단가 하락으로 수입측면에서는 득이 될 것이라고 연구원은 지적했다. 박동석기자 권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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