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세는 현찰이 아니다. 그것을 효과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면 허울뿐인 공중누각이 되고 만다. 외세가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되는 경우는 그것이 공격의 잠재력으로 작용할 때이다. 장쉬는 진작에 빵때림을 통하여 마련해둔 외세를 우변 백대마를 공격하는 데 이용할 작정이다. 그것을 잘 아는 최철한은 행마를 비틀어 변화를 구했는데…. 장쉬가 무심코 흑1에 받아준 것이 완착이었다. 복기 때 최철한이 한 말을 그대로 전하면 다음과 같다. “트릭이 통한 기분이었다. 낙관에 젖어 있는 상대방이므로 그렇게 받아줄 것을 느낌으로 알고 있었다.” 원래 백은 참고도1의 백1로 올라서는 것이 시급한 행마였다. 흑2면 또 백3으로 올라서야 한다. 그런데 이 코스는 흑에게 4로 지키는 수를 허용하게 마련이다. 흑4가 놓이면 중앙 방면에 흑의 집이 10집쯤 붙게 된다. 그것이 싫어서 백이 변화를 구했던 것인데 장쉬가 보기좋게 걸려들었다. 실전은 백14까지 우변의 백대마가 시원스럽게 탈출한 모습이다. 중앙 방면의 흑집은 거의 제로가 되고 말았다. 흑1로는 참고도2의 흑1에 틀어막았어야 했다. 백이 2로 몰면 3으로 따내고 백4에는 5로 반발한다. 이 코스(백6은 3의 왼쪽. 흑11은 8의 위)였으면 백은 두집 내고 살기 바쁜 바둑이었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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