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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낮 바뀜서 오는 질병 퇴치 길 열렸다

김은영 아주대 교수·조진원 연세대 교수 생체시계 조절 원리 규명<br>생체리듬 핵심 단백질 피리어드 기능 밝혀내<br>암·비만·당뇨·우울증 등 효과적 치료·예방 가능<br>식물 생육 기간 조절로 곡식 생산성 증대도 기대

김은영(가운데) 아주대 의대 교수가 연구실에서 초파리를 보면서 생체시계 핵심 단백질인 피리어드 기능과 관련해 연구원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아주대

인간의 수면과 기상 등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생체시계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메커니즘이 국내 연구자들에 의해 밝혀졌다. 이에 따라 장시간 교대 근무나 잦은 야근 등으로 야기되는 각종 암이나 비만ㆍ당뇨와 같은 질병을 보다 효과적으로 치료ㆍ예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아울러 하루 24시간 생체시계를 갖고 있는 지구상 모든 생물들의 생물학적 진화 원리를 규명할 수도 있으며 이를 활용해 곡식의 생산량 증대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이 같은 내용의 김은영 아주대 의대 교수와 조진원 연세대 의생명과학과 교수의 공동 연구 결과가 지난 1일 세계적 학술지 '유전자와 발생(Genes and Development)'지(誌)에 게재됐다고 28일 밝혔다.

◇암ㆍ비만ㆍ당뇨ㆍ우울증, 새 치료 길 열리나=연구팀은 생체시계의 핵심 단백질인 피리어드에서 오글루낵(O-GlcNAc) 수식화가 잘 일어나지 못하면 생체시계의 속도가 빨라지고 반대로 수식화가 잘 되면 속도가 느려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동물의 경우 빨라지면 하루 21시간의 행동 리듬을 나타내고, 느려지면 27시간의 행동 리듬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O-GlcNAc 수식화는 포도당으로부터 만들어진 'UDP가 붙은 아세틸글루코사민(UDP-GlcNAc)'이 단백질에 붙는 과정으로 세포의 영양과 대사 상태에 따라 그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연구팀은 규명 매개체로 초파리를 이용했다.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생체시계를 통해 낮ㆍ밤, 그리고 계절의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이에 맞는 행동을 한다. 사람도 수면ㆍ기상 리듬을 포함해 다양한 행동 및 생리작용이 24시간의 주기를 가지는 생체리듬에 의해 이뤄진다. 이 리듬이 빨라지고 느려지는 원리를 확인한 셈이다.

장시간 교대 근무를 하는 작업자들의 경우 생체시계 혼란으로 유방암ㆍ직장암 등의 발병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생체시계는 햇빛ㆍ온도 등에 민감하다. 따라서 지역적으로 일조량이 적은 북부 유럽이나 계절적으로 겨울에 우울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은 것도 생체시계가 흐트러졌기 때문이다. 비만과 당뇨와 같은 대사성 질환도 생체시계 교란의 위험인자다.

김 교수에 따르면 '진행성수면위상증후군(advanced sleep phase syndrome)'을 갖는 환자들은 일반적으로 오후7시에 잠을 자고 오전1~2시 사이에 깨는 일상을 갖는다. 이 질환의 원인을 조사한 결과 피리어드 단백질의 특정 아미노산이 인산화에 의한 수식화가 정상적으로 일어나지 못하는 것을 확인했다. 진행성 수면 위상 증후군과 반대인 '지연성 수면 위상 증후군(늦잠 증후군ㆍdelayed sleep phase syndrome)'은 오전3~4시에 잠을 자고 오후1~2시에 일어나는데 이 역시 피리어드 단백질의 인산화 프로그램이 잘못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피리어드 단백질의 수식화를 조절하면 생체시계의 속도를 제어할 수 있고 나아가 각종 질병을 예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김 교수는 "피리어드 단백질에 가해지는 수식화의 정도에 따라 생체시계 속도가 조절될 수 있음을 초파리를 모델로 해 개체 수준에서 밝혀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생체시계 연구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우리나라의 생체시계 연구는 상당한 수준이라는 게 학계의 평가다. 앞서 포항공대의 남홍길 교수팀은 식물의 개화시기를 조절하는 원리를 밝혀낸 바 있다. 애기장대 식물을 이용해 식물이 1년 중 언제 꽃을 피울지 하루 중 언제 광합성을 할지를 결정하는 생체시계 유전자들을 찾아낸 것이다.

KAIST의 최준호 교수팀은 새로운 생체시계 유전자를 발굴해내는 성과를 거뒀다. 최 교수팀은 생체시계를 전사(transcription) 단계에서 조절하는 새로운 유전자인 'CLOCKWORK ORANGE'라는 단백질의 존재를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최 교수는 지난해 12월 서울경제신문과 한국연구재단이 선정해 수여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을 받았다. 또 최 교수팀은 초파리를 이용한 대규모의 유전학적 스크리닝 실험을 통해 새로운 생체시계 유전자들을 발견하고 이들의 기능을 밝혀냈다. 사람을 포함해 동물의 생체시계가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데 획기적인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대 김경진 교수팀은 인체의 콩팥 위 부신이라는 곳에 있는 생체시계가 '코티졸'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해 다른 장기의 시간을 통일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2011년에는 쥐를 대상으로 인위적으로 시차 교란을 계속 일으켜 보니 생존율이 감소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는 장기간 교대 근무를 하는 작업자의 경우 교대 근무 시간을 어떻게 계획하는가에 따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치명적일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입증한 것으로 의미가 크다.

이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외에 생체시계 조절 원리를 이해하게 돼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들이 어떻게 시간을 인식하고 적응해왔는지에 대한 자연의 기본 원리를 밝힐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뿐만 아니라 식물의 생육을 조절해 곡식의 생산성을 증대시킨다거나 개화시기를 조절해 농작물 또는 화훼류의 유전공학적 개발에 적용할 수 있는 생물공학적 논리를 확립할 수 있을 것으로도 전망된다.

특히 과학계에서는 한국 연구자들이 새로운 생체시계 유전자를 세계 최초로 발견하고 생체시계 유전자의 새로운 조절 기전을 규명하는 등 이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 성과를 이룩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 이런 연구 결과가 쌓이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생체시계와 관련한 풍부한 연구 성과로 갈수록 다양해지는 현대인의 질병을 예방ㆍ치료하는 데 선구적인 전략을 우리 과학자들이 제시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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