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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포커스] 정초부터 노조에 휘둘리는 금융산업

'정치금융' 이상으로 노조도 정치화

새 CEO 들어설 때마다 길들이려 해

취임 초기 기선제압용 농성 "수익 악화되는데 요구 커져…"

CEO, 노조 달래기 안간힘… 샅바싸움에 임단협은 가시밭


지배구조 문제로 극심한 혼란을 겪었던 KB금융그룹은 '사투(?)' 끝에 지난해 10월 내부 인사를 새 회장으로 맞았다. 내정자 발표와 함께 노조는 환영했고 1%의 저항 없이 윤종규 회장은 폐쇄적 색채가 진한 KB에 입성했다. 그런데 취임도 하기 전 윤 회장은 예상치 못한 저항에 마주했다. 국민은행 노조가 행장실을 점거하면서 농성에 들어간 것이다. 이유는 엉뚱했다. 연초 정보유출 파문 등으로 야근을 밥 먹듯 했으니 특별 수당을 달라는 것이었다.

전 국민이 정보유출 문제로 힘들어하고 장기간 이어진 최고위층의 권력 다툼으로 '스트레스'에 시달렸는데 특별 수당을 달라는 요구부터 들고 나온 셈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당시 "최고경영자(CEO) 취임 초기에 기선을 제압해야 한다는 논리가 강했다"고 말했다.

우리 금융산업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서도 노조의 입김이 강하다. 개별 은행의 노조위원장을 거쳐 금융노조의 집행부로 가고 이를 발판으로 한국노총을 거치거나 곧바로 국회의원으로 가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노조위원장이 하나의 출세 코스가 된 것이다. 이 때문일까. 금융사 CEO들은 너나없이 취임 초기부터 노조 달래기에 힘겨워하고 전략 하나하나를 실행하는 데 노조의 동의를 구하느라 애를 먹는다. 지난해는 씨티은행 등에서 감원 등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파열음이 거셌고 연말에는 은행연합회장을 비롯한 인사 문제까지 결부돼 노조는 권력화된 도구로 다시 부상했다.

최근 만난 금융지주의 한 회장은 "정말 노조 때문에 힘들다"며 "수익구조는 나빠지는데 노조 요구는 더 커지고 있다. 동의가 아니라 허락을 맡는 느낌"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해가 바뀌어 이런 상황이 바뀔 것으로 기대됐지만 노조의 힘은 오히려 세지고 있다. 6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에 CEO가 교체됐거나 CEO의 연임 이슈가 걸려 있는 금융회사일수록 노사 간 대립의 정도가 심하다.

당장 국내 은행들은 연초부터 지지부진한 임금단체협상에 따른 몸살을 앓고 있다. 예년 같으면 회계연도가 끝나는 연말 이전에 타결되던 임단협이 올해는 실무자급 협상조차 매듭짓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사측과 노조 간 임기 초반 샅바 잡기 싸움이 벌어진 결과다.

금융산업사용자단체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해 11월 말 △임금인상률 2.0% △정년연장·임금피크제 은행별 협상 등을 합의했다. 통상 은행 임단협은 11월께 노사 양측 간 상견례를 시작으로 12월 말께 실무자 합의, 노사 대표 합의 등의 순으로 이어진다. 연말 안에 임단협을 끝내야 임금인상분을 해당연도 장부에 비용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협상 테이블만 열렸을 뿐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 가장 먼저 임단협에 나섰던 국민은행은 아직 실무자 간 합의점도 도출해내지 못했다. 국민은행 노조는 4.4%의 임금인상을 제시했지만 사측은 산별 협상 임금인상률인 2.0% 이상은 불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국민은행은 금융권에서도 높은 수준의 연봉을 받고 있다.



노조의 임금 인상률 요구에 일부에서는 내부 출신 인사인 만큼 자신들의 요구를 잘 들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보내고 있다. 수년 동안 계속된 지배구조 문제를 끝냈다면 신발끈을 동여매고 리딩뱅크 탈환에 나서야 하는데 임금 인상 요구부터 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적지 않다.

하나·외환은행은 '해도 너무 한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사측의 전략 실패에도 원인이 있지만 노조가 이를 과도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환은행의 경우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여부를 놓고 노사가 극한 대립을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29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는 쟁의행위가 가결됐다. 사측 관계자는 "하나를 들어주면 다른 것을 꺼내는 구도가 계속되고 있다"며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연임을 무기로 노조가 정치게임을 하는 것 같다"는 소리가 나온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임단협도 현재 타결점을 찾지 못하고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

정중동 행보를 보이고 있는 우리은행 역시 임단협이 본격 시작되면 초반 기세 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 노사는 아직 임단협을 시작하지 않았다. 지난해 말 취임한 이광구 행장은 업무파악 및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입장부터 확인해야 한다는 이유로 노조에 시간을 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박종복 행장이 새로 취임하고 노조집행부도 다시 꾸려진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도 양측 간 업무파악이 마무리되는 대로 임단협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사 모두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은 만큼 치열한 수 싸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량 구조조정 가능성도 노조의 강성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농협은행 등 대다수 은행은 올해 안에 채산성이 낮은 지점들을 폐쇄하기로 했는데 이렇게 되면 대규모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다. 금융연구원 자료를 보면 국내 은행 점포의 약 10%가량은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으며 점포당 순이익은 지난 2007년 21억원에서 지난해 6억원으로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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