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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초대석] 김병일 기획예산처 장관

김병일 기획예산처 장관은 예산에 관한 프로중의 프로로 꼽힌다.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정책기조인 `재정 조기집행`이라는 정책 수단도 차관 시절의 그가 개발한 것이다. 김 장관은 최근 재정의 `경기 대응론`을 더욱 강조한다. 재정을 더 풀어 경기회복을 도모하게 되면 세수가 늘어나 빈 곳간을 다시 채울 수 있다는 논리다. 이를 두고 그는 재정운용의 묘라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당해연도 균형재정에 집착하지 않고 재정을 좀더 탄력적으로 운용하겠다”고 강조했다. 경기회복속도가 예상보다 더 더뎌질 경우 재정집행의 속도를 더 올리고 경우에 따라 추경편성까지도 감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김 장관은 추경편성 여부에 대해서는 연초인 만큼 시기적으로 적절하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장관께서 재정의 경기대응기능을 강조하고, 상반기중 재정을 집중적으로 풀고 있는데도 여전히 경기는 어렵습니다. ▲지난해 3분기부터 경기가 점차 회복되고 있으나 내수부진으로 체감경기는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재정조기 집행과 일자리 창출시책을 적극 추진하는 것입니다. 올해 159조원의 주요사업비중 1분기에 26.9%, 상반기에 54.8%가 나갑니다. 2분기 이후 하반기로 갈수록 체감경기가 점차 개선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과거 외환위기 당시에도 경기저점 통과후 8~10개월이 지나면 심리가 회복됐습니다. -적극적인 재정운용으로 적자재정이 6년째 이어지고 있는데요, 균형재정의지가 약해지는 것은 아닙니까. ▲기본적으로 균형재정을 통해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고자 하는 기본방침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경기대응도 재정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당해연도 위주의 균형보다는 경기사이클을 감안한 중장기적 차원에서 균형재정이 이뤄져야 합니다. 경제상황이나 재정여건에 따라 신축적으로 대응해나가는 `운영의 묘`를 살릴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외환위기 이후 사회안정망을 확충하고 실업대책을 세우는 등 적극적인 적자재정 운영을 통해 경기침체를 조기에 극복한 바 있습니다. 지난 2000년부터 재정적자규모가 크게 줄어 재정건정성이 조기에 정상화된 것도 적절한 재정정책의 대응 때문이었습니다. 다만 지난해는 예기치 못한 태풍피해에 따른 추경편성, 올해의 경우 FTA통과와 이라크 파병 등 불가피하게 지출요소가 늘었기 때문이지, 방만한 재정운용이나 구조적인 적자 재정의 결과는 아닙니다. -내년 예산편성부터 첫 도입되는 톱다운 방식으로 예산편성의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의 이면에는 부처간, 중앙과 지방간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사전 재원배분제도는 분야별ㆍ부처별 지출한도를 미리 설정하고 그 범위내에서 구체적인 사업별 예산을 결정하는 제도입니다. 부처입장으로서는 부처별 지출 한도내에서 사업의 우선순위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한정된 국가재원을 전략적으로 배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반드시 정착시켜야 할 과제입니다. 예산편성에 참여하는 여러 주체들간의 신뢰와 협력이 제도 성공의 핵심 전제 조건입니다. 공감대가 형성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이해 충돌이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별ㆍ부처별 지출한도를 설정할 때(국가재정운영계획의 수립 단계)부터 해당 부처를 적극 참여시켜 범정부적 공감대를 형성하겠습니다. -지방에 대한 재정의 자율성을 높이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민선 자치단체장들이 표를 의식해 예산을 헛되게 쓴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자율성이 높아진 만큼 책임도 반드시 물을 것입니다. 지방재정운용에 대한 평가기능을 강화하는 것이죠. 평가 결과에 따라 지방채 발행한도를 설정하고 국고를 지원할 때도 차등화할 것입니다. 지방재정분석 자료의 의회통보와 주민공개와 같은 지역주민의 지방재정운용에 참여할 기회를 넓히겠습니다. 내년중 5조원으로 책정된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운영도 자율성은 확대하겠지만 반드시 사후평가작업을 거쳐 다음년도 지원액을 차등화할 것 입니다. -교육예산은 올해만 26조원이 투입되는 등 전체 정부예산의 거의 4분의 1에 육박하고 있습니다만 사교육비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공교육비의 GDP비중은 7.7%로 세계최고 수준에 이르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최근 교육부에서 EBS 강의 등 사교육비 경감대책을 발표하였는데 이 대책이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재정측면에서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나갈 것입니다. 톱다운제도가 도입되면 교육현장의 정보와 교육부의 전문성을 적극 활용할 수 있어 보다 효율적인 교육예산을 편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 재정운용의 효과와 책임성을 제고하기 위해 `성과관리제도`도 도입됩니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성과관리제도를 우선적으로 시행하는 22개부처중의 하나입니다. 내년도 예산요구시 성과계획서를 함께 제출해야 하고 이 성과계획서는 예산편성과정에서 활용되기 때문에 교육예산이 보다 효율적으로 편성될 것으로 봅니다. -한ㆍ칠레 FTA 체결로 농촌지원예산이 5,000억원 늘어난데다 이번 폭설로 피해도 수천억원대에 달합니다. 추경 편성이 불가피한 것은 아닙니까. ▲정부는 현재 추가적인 소요재원에서는 구체적인 재원소요시기를 보아가면서 예비비와 2차 보전예산 여유분 활용 등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중에 있습니다. 다만 시기적으로 연초인 지금 단계에서 추경편성 여부를 거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총선후 정부조직개편이 뒤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예산편성기능을 재경부로 통합해 재경부의 정책기능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부처통합 등 정부조직개편은 국가기능조정이라는 전체차원에서 검토돼야 할 것입니다. 정부 정책의 결정 및 집행과 관련해서는 부처간 실무자는 물론 장관급 레벨에서도 호흡을 같이하고 팀워크를 함께 하는 노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공기업 민영화가 주춤거린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한국전력ㆍ한국가스공사ㆍ한국지역난방공사 등 3개 에너지 관련 공기업은 국민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망(network)산업 분야입니다. 때문에 민영화로 인한 요금인상이나 공급부족 문제, 공공성 훼손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준비를 보다 철저히 하면서 신중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 3개 공기업의 구조개편과 민영화와 관련해서는 주무부처 등에서 해외사례 조사나 이해관계자 협의 등을 통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 중이며, 이를 토대로 향후 세부추진방안을 검토해 나갈 것입니다. -청년실업난 해소를 위해 예산처는 최근 공기업과 정부산하기관에 상반기중 인력을 충원토록 요청했습니다. 자율적인 공기업 구조조정원칙에 배치되는 것은 아닙니까. ▲일자리 창출은 민간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공공부문에서도 계획된 예산을 가급적이면 조기에 집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미 연초부터 재정집행 과제로 일자리 관련 예산의 조기집행과 청년채용을 관련부처와 협의하여 추진해 왔고, 이를 위해 공기업에 신규로 채용키로 이미 계획된 인력을 가급적 빨리 채용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던 것입니다.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을 상시 근로자로 전환하는 방안은 언제쯤 가시화될 예정인지. 비정규직들이 상시직으로 전환하면 비용부담이 늘어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는데요. ▲정부는 노동부차관을 단장으로 하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추진단`을 구성해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대우 조치를 시정하고 정규직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상시직 전환에 따른 비용부담 문제는 경영개선을 통한 비용절감을 통하여 최대한 당해 기관에서 우선 흡수하되 불가피한 경우 예산 지원방안도 검토할 예정입니다. ■ 발자취 김병일 장관은 예산과 금융ㆍ공공개혁분야를 두루 섭렵한 정통 경제관료로 통계청장ㆍ조달청장ㆍ예산처 차관ㆍ금융통화위원 등 경제의 주요 분야를 섭렵했다. 행시 10회로 옛 경제기획원에서 공직을 시작해 예산실 주요 국ㆍ과장을 맡았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수석전문위원으로 2년간 근무하는 등 나라살림에 관한 몇 안되는 전문관료로 통한다. 기획예산처 차관 때에는 침체된 경제에 힘을 불어넣기 위해 `재정 조기집행`이라는 새로운 거시경제 정책수단을 개발해서 둔하기 그지없는 각 부처와 지자체, 공기업들을 숨가쁘게 움직이게 했다. 이는 지금까지 효과적인 경기조절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조달청장 시절에는 전자조달시스템(G2B)을 도입해 고질적인 병폐인 입찰비리가 생겨날 수 있는 여지를 아예 없애버렸다. 그가 기틀을 마련한 전자조달행정은 몇 년 지나서 UN이 조달청에 공공부문 경영혁신 대상을 수여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렇다고 해서 그는 일중독자(workaholic)는 아니다. 김 장관은 유람을 꿈꾸는 `한량`이다. 사학도 출신의 김 장관은 시간 날 때면 지우들과 유적지를 찾아 다니고 역사에 대해 얘기하는걸 즐긴다. 족보학에 대해서도 일가견이 있어 웬만한 사람은 잘 모르는 자기 조상에 대해서 오히려 더 상세히 알려줄 정도. 3년전 우연한 기회에 시작한 마라톤 실력은 수준급이다. 10여차례의 풀코스 완주기록을 갖고 있다. 원리원칙주의자인 그는 자신은 물론 아랫사람에게 엄격하다. 다른 부처 직원이라도 잘못했을 때는 호통을 친다. 그러나 그의 호통은 일의 결과가 나빠서라기 보다는 일하는 태도에 대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적극적인 자세로 일하면 반드시 해결책이 있다는 신념 때문이다. 그래서 스스로에게도 또 부하 직원에게도 항상 맡은 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을 주문한다. ◇약력 ▲45년 경북 상주생 ▲서울대 사학과졸 ▲행정고시 10회 ▲경제기획원 예산총괄과장 ▲공보관 ▲국회예산결산특위 전문위원 ▲통계청장 ▲기획예산위원회 사무처장 ▲조달청장 ▲기획예산처 차관 ▲금융통화운영위원 ■ 내가 본 김병일 장관 유상규(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 결과로 보여주는 대쪽 추진력. 재정개혁 전도사…. 사람들은 그를 `대쪽`이라 부른다. 하지만 나는 늘 그에게서 이희승의 `딸깍발이`를 연상한다. 꼬장꼬장하고 기개를 중시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대나무의 차가움이 아닌 따뜻한 체온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배 공무원들은 그를 어려워하면서도 전폭적인 믿음으로 대한다. 그는 엄격하지만 끈끈한 정을 바탕에 깔고 있다. 그리고 무거우면서도 센스 있게 행동할 줄 아는 선비형 신사다. 김병일 장관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기회를 가졌던 것은 지난 98년 기획예산위원회(현재 기획예산처) 시절이다. 당시 그는 사무처장으로 있으면서 진념 장관과 함께 IMF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구조조정작업을 지휘했다. 예산과 공공부문개혁이라는 두개의 칼을 함께 갖고 있었지만, 늘 겸손했고 매사에 빈틈이 없었다. 김 장관은 한번 믿음을 준 사람을 끝까지 신뢰한다. 기획예산위 당시 그의 진두 지휘로 위기극복의 밑그림을 그리던 젊은 공무원들은 이젠 예산처의 최일선 국장으로 자리잡고 있다. 탄탄한 팀웍으로 일에 매진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김 장관은 내실의 전형이기도 하다. 그에게는 다른 엘리트 관료들에게는 흔한 화려한 언변이 없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이라면 감히 흉내내기도 어려운 뛰어난 결과(performance)를 항상 보여준다. 이제 그는 대한민국의 나라살림을 책임지는 수장이 되어 다시 돌아왔다. 50년 재정사상 최대의 변화라는 3대개혁 과제(국가재정운용계획 수립ㆍ톱다운 예산편성ㆍ성과관리시스템 도입)에 시동을 걸고 있다. 그의 빈틈없는 솜씨와 강력한 추진력이 다시 한번 기대된다. <대담:김희중 경제부장, 정리=권구찬기자 chan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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