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칼 라미(사진)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23일 "보호무역주의는 누구도 보호할 수 없고 특정 부분을 보호할 경우 다른 쪽으로 타격이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라미 총장은 이날 '글로벌 코리아 2009' 학술대회에서 이같이 밝히며 "각국이 보호주의로 돌아설 경우 자신들의 수출이 타격을 받게 된다"며 "세계적 경기침체로 보호주의에 대한 유혹을 느끼는 건 사실이지만 이는 '나쁜 소식(bad news)'일 뿐더러 (보호주의가) 유일한 대안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라미 총장은 그러나 최근 미국이 내세우는 이른바 '바이 아메리칸'과 관련해서는 조금은 다른 시각을 내비쳤다. 라미 총장은 "바이 아메리칸 때문에 보호주의 우려가 높아졌다"면서도 "최종안에는 예외조항을 뒀기 때문에 WTO 무역법에 부합하게 됐다"며 기존 WTO 입장과 다소 다르게 설명했다. 그는 또 "결과적으로 미국뿐 아니라 무역 파트너 국가들과 대화를 통해 WTO가 가진 의무가 지켜질 것"이라며 "결국 이는 WTO의 원칙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걸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도하개발어젠다(DDA)에 대해 라미 총장은 "DDA가 결실을 맺지 못한다면 전세계적으로 관세가 두 배가량 인상되겠지만 타결만 된다면 관세 상한선이 절반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DDA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라미 총장은 "한국이 50년 전 세계 최빈국에서부터 지금까지 성장한 데는 세계무역이 큰 기여를 했고 이를 잊어서는 안 된다"며 "지금과 같은 글로벌 경제침체가 왔다고 자유무역 기조를 약화시켜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라미 총장은 "글로벌 경제가 지난 몇 십년 동안 겪지 못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고 경기침체로 세계무역은 축소하겠지만 WTO는 이런 폭풍을 견딜 수 있게 설계된 시스템"이라며 "한국은 G20에서도 강조했듯 대통령이 나서 무역 개방을 유지하겠다는 명확한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에 (보호주의 태도 변화에 대해) 부연 설명이 필요 없다"고 말했다. 라미 총장은 "현재 무역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러 이유 중 하나가 무역금융의 부족 때문"이라며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ㆍ지역개발은행ㆍ수출담당기관 등의 참여를 통해 적극적으로 신속하게 유동성 수준을 높여나가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으며 오는 3월 중순에 보다 구체화된 아이디어가 나올 것이고 4월 G20 회의에서 공식 결과가 도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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