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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서울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네 명의 사나이가 각각 꽹과리, 징, 장구, 북을 손에 쥐고 연주를 시작했다. 남사당패의 전통과 현대적 음색을 접목시킨 독특한 공연에 관중들은 열광했다. 민속학자 심우성 씨는 4가지 악기로 구성한 이 공연을 '사물놀이'라고 이름 붙였고 전국에 아마추어 사물놀이 공연 단체들이 유행했다. 김덕수(장구), 이광수(북), 최종실(징), 김용배(꽹과리)로 이뤄진 원조 사물놀이팀은 4년 뒤 세계무대로 진출했다. 1982년 미국 댈러스에서 열린 '세계타악인대회'를 시작으로 1984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월드 드럼 페스티벌' 등 각종 축제에 참가했다. 이후 LA, 뉴욕, 도쿄, 베를린 등 전세계 주요 도시에 사물놀이 캠프가 세워졌고 대영백과사전에는 '사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란 뜻의 단어 '사물노리안(samulnorian)'이 등재됐다. 사물놀이가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세월이 흐르면서 원년 멤버들도 각기 다른 길을 걸었다. 김덕수와 최종실은 각각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중앙대에서 놀이패를 키우고 있다. 이광수는 충남 예산군에 민족음악원을 설립해 연주활동을 계속하는 중이다. 1984년 국립국악원으로 옮기면서 사물놀이패를 떠난 김용배는 1986년 작고했다. 오는 5~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이들이 14년 만에 다시 모여 30주년 기념공연을 연다. 김용배의 작고로 인해 담당 악기는 달라졌다. 고수 이광수는 꽹과리를 치고, 징수 최종실이 북을 두드린다. 김용배를 대신해 1984년부터 사물놀이패에 합류한 남기문은 징을 맡고 김덕수는 이전과 같이 장구수 역할을 맡는다. 이들은 길놀이, 비나리, 삼도설장구가락, 판굿 등 대표적 레퍼토리로 신명 나는 놀이 한마당을 펼칠 예정이다. 1577-5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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