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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스토커와 자살 시도남의 기묘한 동거기

[리뷰] 영화 '우리집에 왜 왔니'


'우리집에 왜 왔니'는 3년째 자살을 시도 중인 남자와 짝사랑하는 남자를 수년간 스토킹하다가 전과 3범이 된 여자의 한 달간의 기묘한 동거를 다룬 멜로 영화다. 병희(박희순)는 한 순간의 실수로 아내를 잃은 뒤 생긴 우울증과 과대망상으로 직장에서도 쫓겨나 자살 시도만 3년째 하고 있는 남자다. 병희가 지방 소도시로 단체 자살여행을 떠났다가 역시 실패하고 집으로 돌아와 천장에 줄을 달아 목을 매려는 순간, 너덜너덜한 옷을 여러겹 겹쳐 입은 남루한 차림새의 젊은 여성(강혜정)이 "다녀왔습니다"라며 유유히 걸어 들어오더니 그의 자살을 무자비하게 막는다. 그리고는 며칠만 자살을 참아 달라며 병희의 손과 발을 묶은 채 감금하는 여인의 이름은 수강. 줄에 묶인 채 수강이 차려 주는 일회용 식사에 병희가 익숙해질 무렵, 수강은 건너편 아파트의 한 남성(승리)을 훔쳐 보는 일에 집중하고 그 남성의 일거수일투족에 예민한 반응을 드러낸다. 한 쪽 팔만이라도 풀어달라고 애원해주는 병희에게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달라며 수강은 자신이 노숙자 처지에 전과 3범으로 전락하게 된 사연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수강이 땅에 파묻겠다며 스토킹을 감행하는 대상 지민(승리)은 다름 아닌 그녀의 첫사랑 상대. 수강이 전교생에게 왕따를 당하던 고3시절, 같은 재단의 중학교에 다니던 13세의 지민이가 처음 그녀를 향해 말을 건네며 손수건을 전해 준 일을 계기로 두 사람은 불장난 같은 사랑에 빠져든다. 하지만 수강으로 인해 자신마저 왕따를 당하게 될 위기에 놓인 지민은 수강을 피하기 시작하고, 그럴수록 수강은 지민을 향해 과도하게 집착하는데…. 영화는 아내와 며칠 있으면 태어날 아기, 적당한 사회적 지위 등 세상 모든 것을 한 순간에 잃고 사회와의 소통을 거부한 병희와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깊은 산 속에서 홀로 살며 학교 친구들을 비롯해 세상 누구와도 소통을 거부당한 채 살아가는 수강의 만남을 통해 이들이 세상을 향해 서서히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다뤘다. 영화는 수강이 병희의 집에 들어서며 던지는 "다녀왔습니다"라며 인사하는 대목과 도대체 자신에게 원하는 게 뭐냐고 묻는 지민에게 "그냥 지금처럼 그렇게 나를 보면 돼"라고 말하는 장면 등을 통해 주제를 내비친다. 꼬질꼬질하게 때에 절었지만 때로는 지나치게 당당하고 한 편으론 한 없이 가련한 수강이라는 캐릭터는 영화의 긴장감과 흥미를 자아내는 큰 힘으로 작용한다. 전작 '작전'에서 폭소탄을 제공했던 박희순은 자칫 마니아용으로 전락하고 말았을 영화 곳곳에 웃음을 던지며 재미를 더한다. 병희와 함께 자살 여행을 떠나는 역할로 카메오 출연한 오광록과 수강의 노숙자 친구로 등장하는 조은지 등도 깜짝 웃음을 전한다. 반면 지나칠 정도로 빈번하게 등장하는 수강과 병희의 과거 장면은 관객이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을 가로 막는다. 수강과 병희의 만남과 수강의 과거 설명까지 아기자기하게 진행되던 이야기는 수강과 병희의 사랑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길을 잃고 모호한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황수아 감독은 "기억과 감정의 조각들을 모아 파장을 일으키고 싶다.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고 연출의 변을 밝혔지만 집착하는 사랑과 포기하는 사랑 중 어느 것이 옳은가를 묻는 이분법적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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