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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석학에 듣는다] <1> 폴 새뮤엘슨

[해외석학에 듣는다]폴 새뮤엘슨 "세계 경기회복" 과장된 낙관론 경계를 >>관련기사 "그것은 최고의 시간이었다. 동시에 최악의 시간이기도 했다" 프랑스 혁명을 다룬 찰스 디킨스의 소설 '두도시 이야기'의 첫머리다. 이 유명한 문구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최근 상황을 표현하는데도 적합한 말이다. 미국은 지난 3월 이후 경제의 침체(recession)상태를 공식 선언했다. 이런 와중에서도 중국의 고도 성장을 뒷받침하는 관련 수치들은 속속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 국가들의 상황은 중국과는 다르다. 아르헨티나는 절대권력을 휘두르며 국민의 희생을 강요하면서까지 페그제를 유지시켜온 경제 책임자들 덕분에 양손이 잘린 무능력자 신세로 전락했다. 일본은 아르헨티나보다는 나은 편이지만 악성 침체의 병세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일본에서 국민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고이즈미 총리는 말은 많이 하지만 지금까지는 수요를 자극하는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행동을 보여주지 못했다. 미국, 일본 등 주요 시장들이 생기를 잃자 한국, 싱가포르, 타이완 역시 수출이 급감,성장이 둔화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 경제 관련 기관들이 내놓은 유로랜드의 내년도 경제전망도 어둡다. 아프가니스탄을 겨냥한 대테러전을 계기로 미국과 영국의 유대관계가 공고해 졌지만 경기 하락세를 멈추는 데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이 같은 우울한 경제소식들 가운데 수요 부족과 과잉 생산으로 원유값이 하락했다는게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만약 석유수출기구(OPEC)와 노르웨이, 러시아 등의 석유생산국들이 성공적으로 감산에 합의했다면 세계경기 침체는 더욱 악화됐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이라크, 이란, 또는 중동의 어느 국가가 되더라도 대테러전이 확산됐다면 경기 침체의 골은 더욱 깊었을 것이다. 또 하나의 다행스러운 일은 앨런 그린스펀의 미연방제도준비이사회(FRB)와 토니 블레어의 영란은행은 경기둔화 가능성 확대여부를 주의 깊게 지켜보면서 수 차례에 걸쳐 과감한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경우 금리 인하조치에 힘입어 신규 주택판매와 자동차 판매, 크리스마스 쇼핑 매출, 월가의 주식시장 등이 살아날 조짐을 보였다. (그러나 개인적인 견해로는 월가가 감기에 걸리면 전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적어도 누군가는 최근에 등장하고 있는 과장된 낙관론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경제학을 막 공부하기 시작할 무렵인 1929년에서 1935년의 세계 불황시절과 최근의 세계경제 동향을 비교하면 걱정은 더욱 커진다는 게 나의 솔직한 고백이다. 1929년 꺼지기 시작한 월가의 거품은 2000년 3월의 그것보다는 나은 편이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만약 1920년대와 같은 순수한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면 정부의 중립적인 자유방임정책이 1929년에서 1932년의 세계불황보다 심각한 현재의 침체 상황을 해결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전세계 경제가 붕괴되면서 히틀러와 스탈린은 오히려 이득을 얻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세계의 노동자들은 그들이 생각한 것보다 잃을 것이 훨씬 많다는 쓰라린 교훈을 얻었을 뿐이다. 경제사를 비춰볼 때 2001년은 1929년과는 분명 다르다. 그 차이점은 바로 현재 전세계인들은 혼합경제 체제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 예금 보험제도, 정부의 구제금융은 비록 그 제도가 잘 정비된 것이 아닐지라도 필수적인 것이 돼 버렸다. 민주적이면서도 제한적인 혼합경제는 주기적인 상승과 침체를 사라지게 만드는 전지전능한 힘을 발휘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 변동폭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비교적 합리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특히 최근의 불황이 과거 그 어느 침체기보다 더욱 길 수 있다는 명확한 가능성들이 제기되고 있는 현재로서는 더욱 그렇다. 이번 불황은 과거와는 어떻게 다른가. 최근 드러나고 있는 거품의 규모가 훨씬 거대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해보자. 또 1990년대 미국이 10여년에 걸쳐 장기 호황을 누렸다는 사실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생산성 증가를 강조한 슘페터의 개혁 이론은 각 기업들이 빌려온 돈으로 과잉생산을 초래함에 따라 어느 사이엔 가 자취를 감췄다. 이러한 동반 재앙은 10여년에 걸친 호황 뒤에 맞이한 1929년의 불황기와 1960년대 케네디 집권기의 행복한 시절 이후인 1970년대에도 마찬가지 모습이었다. 다시 말해 1930년대와 1970년대가 호황기에 뒤이은 궁핍기였다는 것은 별로 놀랄만한 사실이 아니다. (궁핍기는 풍성한 와중에 불필요한 생산이 초래됨에 따라 찾아오는 것이다.) 어쩌면 1년후에는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자들이 맞았다는 사실이 드러날 수도 있다. 미국이라는 기관차는 증기를 내뿜으며 2002년에는 전세계 경제를 되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약 백악관의 부시와 사소한 일로 분쟁을 일삼는 민주ㆍ공화당의 상원의원들에게 정가의 분열이 월가에까지 악영향을 끼치는 연쇄 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면 이는 지나치게 신중한 것으로 질책 받게 될까 이것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미국은 물론 전세계가 휘청거릴 것이다. 잘 차려 입은 로비스트들에게 융숭한 대접을 받는 일은 과다할 정도의 감원을 지지하는 구조 조정 담당자의 보고를 받는 일이나 2020년의 사회보장정책과 개인연금을 운운하는 경제정책 집행자들의 주장을 듣는 것 만큼이나 불필요한 일이다. 또한 시장의 메커니즘이 붕괴됐을 때 그에 따른 부담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저소득층의 소비가 줄어든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1990년대의 호황기 당시 정부의 보조금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미혼모들이 크게 줄어든 것은 이 같은 사실의 반증이다. 이는 미국의 거품경제가 한창 진행됨에 따라 취업시장이 활황을 보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두려운 일이지만 경기 회복이 연기되거나 혹은 기대보다 완만할 경우 건널목에서 이러한 표지판을 보는 일이 잦아질 것은 분명하다. "거리의 부랑아입니다. 한푼 보태주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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