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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에 푹 빠진 이사벨라(25)는 온라인 상거래 업체 아마존을 통해 수시로 한국물건을 구입한다. 한국 아이돌이 입고 나온 옷은 물론 화장품, 전자기기까지 모두 그녀가 가장 갖고 싶은 물건 1순위다. 15일 한국과 달리 쌀쌀한 겨울 막바지에 접어든 상파울루에선 한류에 대한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약 2만km 떨어진 지구 반대편 곳까지 국내 기업들이 '브라질 드림'을 꿈꾸며 현지 진출에 나선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블랙박스 제조업체 큐알온텍은 국내 시장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남미시장 공략에 나섰다. 상파울루 거리의 극심한 교통체증이 말해주듯 차도를 가득 채운 자동차들이 모두 공략 대상이다. 브라질의 경제 중심지 상파울루 월드트레이드센터에서 열린 '2014코리아브랜드&한류상품박람회(KBEE)'에 전시 부스를 차린 이 회사는 브라질 현지 바이어는 물론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등 주변 국가에서 상담 문의가 이어졌다.
현경식 큐알온텍 해외영업팀 이사는 "보수적인 브라질 사람들 성격과 높은 관세 등으로 공략하기 쉬운 시장은 아니지만 품질이 좋고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 현지에서 관심이 높다"며 "한류를 통해 브라질을 발판 삼아 장시간 지속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큐알온텍 이외에도 IT와 콘텐츠, 한류상품 및 패션, 식품 등 수출 유망 분여 69개사가 태평양을 건너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섰다. 업체들은 "브라질만큼 전세계에서 잠재력이 큰 시장이 없다"며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230여개의 브라질 바이어들도 한류 열풍으로 친숙해진 한국상품에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브라질 한 온라인유통 업체의 구스타보 타바레스 팀장은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은 물론 한국문화가 브라질에 전파되면서 한국제품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한국제품이 브라질에 퍼져나가는 것은 물론 한국기업들이 현지에 진출하면서 일자리 등 많은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은 최근 일본 아베 총리와 중국 시진핑 주석이 다녀갔을 만큼 국제사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시장 중 하나다. 남미경제를 이끄는 중심 역할은 물론 브라질 자체만으로도 성장이 가파르기 때문에 잠재수요가 많다. 이에 한국 정부 역시 올해 KBEE 행사 장소를 브라질 상파울루로 정하며 브라질 공략에 나섰다.
특히 거리가 멀어 교류가 활발하지 못하다는 단점을 커버하기 위해 인터넷 상거래(e-Biz)를 통한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지리적 한계로 인한 유통채널의 한계를 브라질 현지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온라인구매를 통해 해결하자는 것이다. 유재원 상파울루 코트라 무역관장은 "중남미의 지리적 한계로 인한 유통채널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현지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온라인구매를 위한 사이트 개설할 예정"이라며 "이에 앞서 현지 온라인판매업체와 파워블로거 등을 통해 직구족의 상품구매를 촉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중소업체들의 가시적인 성과도 이목을 끈다. 애니메이션 업체 '그래피직스'는 현지 콘텐츠기업과 공동제작 MOU를 맺고 약 250만불 규모 거래를 체결하며 물꼬를 텄다. 한아테크는 현지 엔지니어링 업체와 오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조달 공동진출 협약을 맺으며 경제한류의 시작을 알렸다.
브라질로 침투하기 위한 국내 기업들의 노력과 함께 현지에서 활약 중인 한국인들의 성과 또한 놀랍다. 27년 전 태평양을 건너 혈혈단신 브라질 이민 길에 오른 윤주동 말라게따 대표는 'MUNNY'라는 의류브랜드를 출시, 상파울루 유명 백화점 3곳에 입성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자국 브랜드가 열악한 브라질 현지에서 한국인이 만든 옷이 전 세계 브랜드와 경쟁하고 있는 셈이다.
SPA 브랜드 '콜린스' 역시 브라질 전체 패션시장에서 점유율 5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2016년 리우 올림픽까지 5억달러 매출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윤 대표는 "2억명의 인구가 사는 브라질 패션마켓 규모만 해도 740억원 수준일 만큼 파이가 크다"며 "한류를 바탕으로 한국제품에 대한 이미지 호감도 역시 높아지고 있어 감각적이고 높은 품질을 자랑하는 한국상품의 인기는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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