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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밀한 집안 사정까지 공개… 소송 불씨 근원 차단 의지

■이건희 회장 작심 발언<br>"이맹희 장손으로 생각 안해 상속 대상 포함 안된다"<br>"금성사 시집가더니 떼 써 삼성 주식 한주도 못받아"<br>이숙희씨에 대해 언급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으로 출근하는 길에 이번 유산 상속분쟁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상용기자

24일 오전7시15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차량에서 내려 평소와 다름없이 수행원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향해 걷다 기자들이 던지는 산발적인 질문에 "어디 질문 한번 해보시지요"라고 말하며 발길을 멈췄다.

"탐욕으로 이번 소송이 초래됐다는 이맹희씨의 입장 발표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기자들이 묻자 이 회장은 작심한 듯 맹희씨와 숙희씨에 대한 속마음을 내보였다. 이 회장은 "이맹희 회장과 나를 일대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건 큰 오산입니다"라며 포문을 열었다. 맹희씨가 이건희 회장에게 "어린애 같은 발언을 하는 걸 듣고 몹시 당황했다. 늘 자기 욕심만 챙겨왔다"고 한 것에 대한 반격이었다. 또 숙희씨가 이건희 회장이 "선대 회장 때 분재됐다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한 입장 표명이기도 하다.

이처럼 이건희 회장이 맹희ㆍ숙희씨에게 강경 발언을 쏟아낸 것은 유산 상속 문제는 이미 30여년 전 일이고 지금에서야 소송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 불씨도 남기지 않겠다는 강한 의중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무엇보다 이날 이건희 회장이 "(이맹희씨는) 30년 전에 집에서 퇴출당한 양반"이라고 말한 것은 집안에서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상속 대상에 포함될 수 없다는 것을 못 박은 것으로 부친인 이병철 회장의 확고한 뜻이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맹희씨가 지난 1993년 출간한 '묻어둔 이야기'에서도 이런 사실은 드러나 있다. 맹희씨는 책에서 작고한 동생 창희씨가 청와대에 이병철 회장을 기업에서 영원히 은퇴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냈기 때문이라고 기술하면서 이병철 회장이 모반을 자신이 꾸민 일이라고 판단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아울러 이건희 회장은 "나를 포함해 누구도 장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며 맹희씨가 장손 자격이 없음을 명확히 했다. 이는 이병철 회장 생전에 가족이 모여 맹희씨를 경영과 가족에서 배제시키려 노력한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심지어 이병철 회장은 생전에 이맹희씨에게 "아버지 생일에 참석하지 말라"는 이야기까지 전해들을 정도로 삼성가는 맹희씨를 가족과 경영에서 철저히 제외시키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맹희씨도 '묻어둔 이야기'에서 이병철 회장과 가족이 자신을 정신병 환자로 몰아갔다는 점을 회상했다. 그는 "부산의 어느 양심 없는 의사를 찾아가 당시 돈으로 300만원인가를 주고 내가 정신병이라는 의사 소견서를 받아냈다고 한다"고 적었다. 또 "용인의 가족회의 석상에서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진행했던 바 집안 식구들끼리 일을 분담했다. 물론 아버지의 지시였다. 누구는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누구는 경찰에 가서 형사 지원 요청을 하고 심지어는 내가 나중에 은행 대출을 하려고 하자 그것까지 집안 식구라 막고 나섰다. 당시 누구라도 아버지의 명령을 거역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회상했다.

이날 이건희 회장의 이숙희씨에 대한 언급도 눈길을 끌었다. 이 회장은 "(이숙희씨는) 결혼 전에는 아주 애녀였다"며 "그 시대 금성사로 시집을 가고 나더니 전자 동업을 한다고 그쪽 시집에서 구박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우리집에 와서 떼를 쓰고 보통 정신 갖고 떠드는 정도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어 "(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기를) 네가 그렇게 삼성전자가 경계가 된다면 삼성의 주식을 한 장도 줄 수 없다"며 "이십 몇 년 전에 이야기하셔서 그것으로 끝난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숙희씨는 1956년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인 구자학 아워홈 회장과 결혼했다.

이숙희씨는 지금까지 주식이 아닌 현금으로 일부 상속을 받았으며 이는 단순히 경쟁사로 출가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회장은 그러나 보다 내밀한 집안 상황 설명을 통해 이숙희씨가 상속에서 배제된 배경이 경쟁사로 출가했다는 점보다 결혼 이후 삼성전자의 전자 사업 추진에 불만을 제기하는 등 집안 내 갈등을 야기한 데 있다고 주장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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