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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펀드의 저주' 이번엔 피해갈까

자금 쏠림에 1조펀드 잇달아… 몸집 커지면 수익률 떨어져

"분산투자땐 충분히 극복가능"

"펀드 6000억~8000억이 적정"vs"벤치마크 추종 피하면 성과 꾸준"



1조 돌파 6개펀드 평균수익 9.25%… 명성 비해 높지않아

코스피 상승률 못따라가거나 환매장서 방어실패 경험

"시총 비중대로 담기보다 지배구조 탄탄한 종목 주목을"


20대 직장인 김 모씨는 지난해 7월 처음으로 국내 주식형 펀드에 가입했다. 김씨가 가입한 펀드는 당시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데다 최근 1년간 수익률이 18%로 높았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 펀드 수익률을 확인한 김씨는 크게 실망했다. 수익은 커녕 1.3% 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김 씨가 펀드를 가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펀드에서는 환매가 이어졌고 급격한 자금 유출에 운용사는 유망한 종목까지 대거 처분하느라 성과를 낼 수 없었던 것이다.

최근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자금유출이 지속되고 있지만 운용규모 1조원이 넘는 '공룡펀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주식형펀드에서도 쏠림현상이 가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펀드 규모와 수익률의 상관관계가 높지 않고 오히려 규모가 클수록 운용상 제약이 커져 수익률이 떨어지는 '공룡펀드의 저주'가 종종 발생한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합리적인 투자판단이 요구된다.

3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메리츠코리아펀드'는 운용순자산이 1조229억원을 기록하며 지난 2013년 7월 출시 이후 3년 만에 1조원을 돌파했다. 6월24일 중소형주에 주로 투자하는 'KB중소형주포커스펀드'가 1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올 들어 두 번째 사례다. 이들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각각 1일 현재 35%, 19%로 국내 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 8.73%를 훨씬 웃돈다. 최웅필 KB자산운용 밸류운용실 상무는 "자금이 중소형주 투자 비중이 높은 펀드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주식형펀드 가운데 운용규모가 1조원을 넘는 펀드는 이들 신규 펀드 2개를 제외하면 6개이며 이들의 평균 수익률은 9.25%로 880개 수준의 국내 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을 약간 웃돌기는 하지만 명성에 비해 높은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특히 이들 펀드 가운데 수익률 100위권에 포함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 가장 수익률이 좋은 KB밸류포커스(18.60%)도 130위권이며 0.71%의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한 한국투자운용의 삼성그룹주식적립식2의 경우 770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이처럼 대형펀드들의 수익률이 좀처럼 개선되는 기미가 보이지 않자 공룡펀드의 저주가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07~2008년 국내 증시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펀드 수익률이 크게 떨어졌고 이어 2009년 주식시장 전반이 회복세에 접어들었음에도 운용자산 1조원 이상의 초대형펀드들이 코스피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환매가 크게 늘었다. 2009년 설정액 3조3,565억원에 달했던 '미래에셋인디펜던스증권투자신탁K- 2'가 대표적인 예다. 이 펀드는 이듬해부터 극심한 환매 사태를 겪으며 2011년 초 1조6,047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2011년 유럽 재정위기 속에서 자금마저 많이 빠져나가자 이 펀드는 2011년 15.20%의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현재 대형펀드들도 1조원 돌파를 전후해 수익률이 급등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형펀드의 경우 주식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수 있어 안정적 수익률을 기록한다는 일반적인 개념과는 크게 다르다. 3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운용하는 신영자산운용의 밸류고배당펀드만 해도 1조원을 돌파한 2013년 19.61%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이듬해에는 6.37%로 뚝 떨어졌다. 현재 1조6,000억원의 순자산을 운용 중인 KB밸류포커스는 1조원을 돌파하기 바로 직전해인 2010년 46.68%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2011년에는 3.75%로 크게 낮아졌고 이듬해에는 12.27%로 다소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펀드 규모가 커져도 펀드 매니저들이 굴리는 종목이 한정되면서 소수 종목의 주가 등락에 따라 전체 펀드 수익률이 흔들리는 경향이 있다고 금융투자 업계는 지적했다. 한 운용사 고위임원은 "사실 국내 주식형펀드의 적정규모는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규모를 고려할 때 6,000억~8,000억원 수준"이라며 "운용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한 펀드 규모가 커진다고 해서 수익률이 따라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과거에 비해 펀드 규모가 중요하지 않다는 반론도 나온다. 메리츠코리아를 운용하는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펀드 규모가 1조원 수준에 도달했지만 아직 운용에 문제가 없는 상태"라며 "투자지분을 낮게 가져가고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하면 꾸준히 우수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주식형 펀드가 비교지수(벤치마크)에 따라 시가총액 비중대로 담는 데 비해 메리츠코리아는 SK그룹 계열사 등에 3% 수준씩 분산 투자해 올해 우수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리 대표는 "일반 펀드들이 시장 상황에 따라 휘청이는 것은 벤치마크를 지나치게 추종하기 때문"이라며 "맹목적으로 벤치마크를 따르기보다 지배구조가 튼튼한 사업에 주목하는 전략을 활용해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웅필 KB자산운용 상무도 "올해 헬스케어·화장품 종목들이 인기를 끌면서 펀드들이 해당 종목을 마구 담고 있지만 이렇게 되면 환매 장세에서 펀드가 타격을 입게 된다"며 "주가가 아무리 올라도 적정 규모를 넘어선 종목을 담지 않고 유망한 종목을 꾸준히 발굴하면 환매 장세가 오더라도 수익률 방어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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