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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이민ㆍ유학 박람회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다음날인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COEX 대서양홀에서 열린 제18회 해외 이민ㆍ유학 박람회는 장사진을 이뤘다. 일부 이민 상담자들은 대통령 탄핵 사태를 개탄하면서 이민 날짜를 서둘러 잡아달라고 요구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S이민 상담업체 정모(31) 매니저는 “오는 7~8월에 이민 가는 걸로 돼 있던 고객으로부터 어제 e메일을 받았는데 탄핵 가결되는 걸 보고 이런 불쌍한 나라에서 하루빨리 떠나고 싶다며 5~6월로 앞당겨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개인사업을 하는 이준영(39)씨 부부는 “캐나다 이민 계획을 세워놓고 어제 인터뷰까지 마쳤다”며 “탄핵 가결 사태를 보고 이민 생각이 더 굳어졌다. 기가 막히면서도 눈물이 앞을 가렸다”고 말했다. 개장과 함께 700~800여명이 몰려든 유학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도 탄핵 사태를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중ㆍ고교생 대상 미국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주선하는 A사 허모(47) 한국본부장은 “지금 신청하면 4월께 교환학생으로 가게 되는데 탄핵 사태로 학부모들이 유학에 더 관심을 갖지 않을까라는 자체 분석도 해봤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에는 이라크전쟁 때문에 주춤했었는데 올해는 비교적 호응이 좋다”며 “교육정책도 우왕좌왕하는 상황에서 우리 업체만 교환학생 수가 2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박모(41ㆍ여)씨는 “사교육비가 너무 부담스러워 인도나 중국에 있는 국제학교에 입학시키려고 한다”며 “정부에서 내놓는 사교육비 정책은 안 믿는다”고 지적했다. 중국 유학을 준비 중인 최모(32ㆍ여)씨는 “남편이 앞으로 중국에서 학원을 경영할 생각을 갖고 있어 여름에 중국에 어학연수를 가려고 한다”며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우리나라 상황을 보면서 얼른 중국에서 발판을 마련해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외국계 정보통신업체에 다니는 강모(40)씨는 “회사 동료들 중에 자포자기 심정으로 자녀 유학과 이민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가장으로서 한국에 산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요새 절감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행사를 주최한 김문한(36) 한국전람㈜ 행사팀장은 “이민 상담에만 1만5,000명 정도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광본기자 kbg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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