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이 1년 만에 채권시장에서 순매도로 돌아설 전망이다. 또 국채선물시장에서도 연일 매도공세를 펼치며 누적물량의 절반을 털어내는 등 외환ㆍ주식시장과 더불어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의 ‘셀(sell) 코리아’가 위험 수위에 달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국인의 무차별 매도 여파로 금리는 뛰고 변동성은 커지는 등 채권시장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14일 현재 국내 채권시장에서 3조원가량을 순매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해 4월 당국의 외화차입 규제로 2조6,00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한 후 첫 순매도다. 외국인은 지난해 원화조달비용인 통화스와프(CRS)금리가 급락하자 재정거래 차원에서 32조원가량의 국채ㆍ통안채 등을 순매수했다. 하지만 올 들어 환율이 치솟고 이와 관련된 외화스와프시장이 크게 불안해지면서 자금 유입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12월 각각 8조9,000억원, 6조3,000억원을 쓸어담았던 외국인은 올 1월 3조4,000억원, 2월 5,000억원으로 매입 물량을 크게 줄인 뒤 급기야 이달 들어서는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특히 이번주에는 환율 폭등에 따른 환차손과 스와프시장의 붕괴로 인한 손절매성 매도물량이 크게 증가한 상황이어서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재정거래 기회가 확대된 지난해 하반기 만기가 짧은 채권을 중심으로 외국인의 단기거래 자금이 채권시장에 대거 유입됐다”며 “최근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차익실현을 위해 만기도래 물량을 털어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채선물시장에서도 외국인의 매도 공세로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 7일까지 외국인의 누적 잔량은 8조원에 달했지만 이후 2주간 연일 ‘팔자’를 외치며 잔량이 4조원대로 뚝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재정거래와 금리인하를 기대하며 지난해 평균 누적잔량(3조원)을 뛰어넘는 비정상적 수준으로 국채선물을 매수해왔다며 최근 매도행진은 스와프시장 패닉에 따른 손절물량과 20일선 매수단가 하회에 따른 기계적 매물이 겹친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외국인의 팔자 공세로 채권시장은 금리가 치솟고 변동성이 확대되는 등 불안 양상이 증폭되는 모습이다. 이달 초 기준금리(5.00%) 아래인 4.92%까지 하락했던 국고채 3년물은 한은의 금리동결과 외국인 매매에 영향을 받아 최근에는 5.3% 수준까지 급등했고 5.17%로 떨어졌던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도 상승 반전해 5.3%대 부근까지 올라왔다. 또한 국채선물의 경우 20일 오전 31틱 낮은 106.99까지 폭락했다가 오후 들어 환율 및 주가 안정에 힘입어 26틱 오른 107.56까지 급반등하는 등 최근의 심각한 변동성 장세를 이날도 어김없이 보여줬다. 서철수 대우증권 연구원은 “환율과 스와프시장의 불안으로 외국인의 물량 털기가 거세지면서 채권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며 “특히 12일 이후 하루는 전약후강, 다음날은 전강후약 장세가 반복되는 등 시장이 방향성 없이 엎치락뒤치락하며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