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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투자의 활로를 뚫자

친구가 경영하고 있는 회사에서 지난해 순이익을 천억원 정도 냈는데 그 돈의 쓰임새를 알아보니 400억원은 대출금을 갚고 500억원은 은행에 예금하고 나머지는 배당 등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현금은 늘었지만 투자는 거의 없었다는 얘기인데 이 회사뿐 아니라 많은 기업이 투자하기를 꺼리는 것이 최근 우리 경제의 특징이다. 수출이 대폭적으로 증가하는데도 불구하고 설비투자는 지난해 내내 감소추세를 보였고 올 1월에도 3.1% 줄어들었다. 반면에 미국은 설비투자 호조에 힘입어 경기를 회복했고 중국은 두자릿수의 투자증가율로 고속성장을 누리며 10년 이상 경기침체에 빠졌던 일본도투자확대를 통해 성장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중국은 고속도로를 달리고 일본은 터널을 벗어나려고 하는데 한국은 컴컴한 터널로 들어서고 있다 ’는 어느 경제단체 임원의 말처럼 경제의 명암을 가르는 것이 바로 투자실적이다. 우리 기업들이 투자에 소극적인 이유는 노사관계의 불안 및 임금상승과 수 도권 공장증설 억제 등 정부의 규제 때문이다. 세계 어느 나라나 노사간 갈등과 마찰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성적인 타협보다 감성적인 대결이 빈번하고 법과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불황 가운데서도 임금은 8.9% 상승했는데 노동생산성은 8.1% 상승에 그쳤다. 물론 생산량이 증대되면 노동자의 몫도 커져야 하지만 글로벌경쟁체제 속에서 기업이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이 돼서는 곤란하다. 세계은행이 각국의 기업경영(Doing Business) 여건을 조사한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에서 창업하는 데는 열세가지 절차가 필요해 전체 110개 국가 중 에서 78번째로 규제가 많은 나라로 꼽혔다. 주한 유럽상공회의소 회원 등외국인들은 세무조사와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규제가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국내에 투자하는 대신 해외에 공장을 짓거나 설비를 증설하는 기업도 많다 . 삼성전자의 해외공장은 모두 26개로 국내공장 숫자인 7개를 훨씬 능가한 다. 이 회사의 매출은 연간 46조원에 이를 정도로 빠르게 늘어났으나 투자 나 고용의 상당 부분이 중국의 쑤저우, 미국 텍사스 오스틴, 헝가리, 슬로 바키아 등에서 이뤄지고 있다. 국내공장 건설이 수도권 규제 때문에 지난2003년 말까지 묶여 있었던 탓이다. 현대 자동차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 건 설을 계기로 앞으로 국내에는 공장을 짓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지난 10년간 두 해를 제외하고 매년 파업을 한 노조를 피하기 위해서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해외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 지난 1년간 해외에 생산기 지를 만든 회사가 2,000 개 이상이다. 반면에 외국기업들의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는 매우 적다. 중국은 800억달러가 넘는 수준인데 우리는 그 10분의1 정도다. 인구 1,000만명에 불과한체코의 외국인투자와 비슷한 금액이다. 스위스 국제경영원은 우리의 외국인투자 수준을 30개 주요국 중 최하위로 평가한 바 있으며 최근 UN이 발표 한 투자선호도에서도 우리나라는 중국ㆍ인도ㆍ타이ㆍ말레이시아에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우리나라의 공장가동률이 83%를 넘어섰다고 한다. 현재 시설로 더 이 상 버티기에는 한계에 도달했으며 따라서 기업들의 투자가 확대될 수 있는 여건은 갖춰졌다. 남은 과제는 기업의 투자마인드를 북돋워주는 환경을 만 드는 일이다. 전국항운노조가 무분규선언을 했는데 이는 국내외 투자가들이 가지고 있는 노사관계에 대한 불안감을 줄여줬으며 이 같은 움직임이 다른 사업장에도 확대돼야 할 것이다. 정부에서도 연구개발투자에 대한 세 제지원이나 규제완화를 추진해야 한다. 또한 외환위기 때 들여왔던 부채비 율 200% 상한제도의 개선이나 중소기업대출에 대한 애로요인을 해소해주는 금융상의 조치도 필요하다. 설비투자 부진은 경기침체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우리 경제사회가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가 표출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성장잠재력을 높 이고 국제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한국i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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