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이 금호고속 지분을 매각한 뒤에도 경영권을 단독 행사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서울고속버스터미널과 금호고속, 대우건설 등 금호산업이 갖고 있는 3개 자산의 매각 협상이 조만간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은 3개 자산매각을 위해 IBK투자증권과 협상을 진행해 오면서 금호고속 경영권 행사 주체를 놓고 이견을 보여 왔다. 금호산업은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38.74%)에 대해 매각제외 요청이라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채권단의 압박으로 금호산업은 곧바로 철회했지만, 대신 금호고속 지분을 매각한 후에도 단독으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딜에 정통한 관계자는 “금호고속 경영권 행사와 관련된 큰 틀의 합의는 마무리된 상태”라며 “몇가지 세부적인 쟁점에 대해 집중적으로 협상을 벌이고 있는 만큼 조만간 타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금호산업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금호고속을 IBK투자증권에 매각하지만,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경영권은 독자적으로 행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인수자측인 IBK투자증권은 나중에 다시 사가더라도 지분을 100% 인수한 만큼 인수자측이 경영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논리로 맞서 이견이 팽팽했다. 특히 IBK투자증권은 금호고속의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딜에 참여한 관계자는 “금호고속의 경영 주체를 놓고 금호산업과 인수자측이 상당한 이견을 보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호산업이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매각대금이 장부가보다 현격히 낮다는 이유로 매각대상에서 제외를 요청하자 협상이 꼬이는 듯 했다. 실제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의 장부가액은 3,800억원이었지만, 매각대금은 2,000억원에 불과했다.
일부에서는 금호산업이 금호고속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선수를 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금호산업이 우선매수청구권을 빌미로 금호고속에 대한 경영권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은 측면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금호산업은 협상타결을 강하게 압박하는 채권단의 요청에 의해 인수자측인 IBK투자증권이 지명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허용하는 방안에 대해 수용여부를 막판 고심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단도 자금회수를 해야 하는 입장이고, 시장의 분위기도 있는 만큼 최대한 빨리 협상타결을 종용하고 있다”며 “몇가지 쟁점에 대해 집중협상을 벌이고 있는 만큼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호산업의 3개 자산매각 협상은 금호고속에 대한 경영권 행사에 대한 황금비에 따라 지연될 지, 조속히 마무리될 지 결정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금호산업 관계자는 “딜이 진행중이어서 구체적으로 언급할 사안이 없다”고 말했다.
금호산업은 고속버스터미널(38.74%)과 금호고속(100%), 대우건설(12.28%) 등 3개 자산을 IBK투자증권 컨소시엄에 매각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해 왔다. IBK투자증권은 케이스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1조원의 인수자금 조달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자금 구성은 한국정책금융공사(KoFCㆍ1,800억원), 교직원공제회(900억원), 새마을금고(500억원), 한국증권금융(200억원) 등이 3,400억원의 자금을 출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사모펀드 무한책임사원(GP)인 BK투자증권-케이스톤컨소시엄이 60억원을, 금호산업이 1,500억원을 출자키로 했다. 나머지는 우리은행 등 금융권으로부터 신디케이론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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