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기업들의 M&A 공격 대비 위해<br>프라다 이어 페라가모등 기업공개 추진<br>"자금 모으고 몸값 키우려는 속셈" 분석
| 프라다 가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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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라가모 구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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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클레르 패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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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적인 경영 전략을 펴온 유럽의 명품업체들이 최근 프라다를 필두로 잇따라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예정이어서 이들이 왜 자금을 확보하려는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와 리치몬트그룹 등 대형 명품그룹들이 인수합병(M&A)에 박차를 가하자 위기를 느낀 중견 명품업체들이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 경영권 방어에 나서거나 혹은 더 좋은 조건으로 인수되기 위해 몸값을 올리려는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유럽 명품 시장이 쇠퇴하고 최대 명품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 등 이머징마켓을 공략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이 필요성도 있다.
첫 번째 IPO 스타트는 이탈리아 명품 가방업체인 프라다. 12일(현시시간) 마켓워치는 프라다가 오는 6월 홍콩 증시 IPO를 계기로 유럽 명품업체들이 줄줄이 기업 공개 행진을 추진하거나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탈리아 가족 경영회사로 유명한 살바토레 페라가모와 고급 다운점퍼 브랜드인 프랑스의 몽클레르, 명품 구두 브랜드인 영국의 지미추 등도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 명품 회사들이 주로 가족이 임원진이자 주주인 가족 경영 회사여서 기업 공개 붐은 다소 이례적인 현상이다.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는 올해 전세계 명품시장 매출액이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지난해 보다 8% 증가한 1,850억 유로(약 286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중국 명품시장이 전년보다 25%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 명품업체들의 최근 IPO 러시는 명품시장의 이러한 활기에 힘입어 지금이 자금 모금을 위한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융서비스회사인 IPOX 슈스터의 조세프 슈스터 대표는 "프라다 상장 소식이 최근 명품업체들의 IPO 열풍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며 "페라가모와 몽클레르 등은 프라다 상장으로 고무된 시장 분위기를 이용하기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IPO에 적극적인 명품업체들은 주로 단일 브랜드이거나 전통적인 가족 기업들로 중소형 규모이다. 이 때문에 중소 명품업체들이 IPO로 일단 경영 자금을 마련해 이른바 공룡기업들의 M&A 공격에 대비하려는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LVMH가 지난 3월 보석 브랜드인 불가리를 사들이고 현재 에르메스 인수까지 추진하는 등 대형 명품기업들은 몸집 불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명품업계는 현재 자금력과 경영전략을 갖춘 대형 기업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이는 명품사업이 기본적으로 많은 자금이 필요한데다 새로운 성장동력인 중국 등 신흥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대형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마켓워치는 설명했다.
반대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명품업체들이 향후 더 나은 조건으로 인수될 것을 노리고 IPO를 통한 기업가치 높이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센트로방카의 시몬 라가지 애널리스트는 "상장을 추진하는 일부 기업들은 먼저 IPO를 한 다음 잠재적으로 M&A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켓워치는 대형 명품업체들의 인수대상에서 제외되거나 독자적인 IPO에 실패한 군소 업체들은 업계에서 갈수록 도태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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