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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위하여

농업은 토지의 생산력을 이용하는 산업이며, 토지의 생산력은 작물을 수확할 때마다 약화되는데 이를 보완·강화시키는 것이 비료다.우리 선조들은 곡식을 거두고 나면 부실해진 토지에 두엄을 뿌려 생산력을 보존했다. 풀과 볏짚과 가축의 분뇨, 그밖에 잡살뱅이에 태양의 자양을 섞어 만든 두엄은 토지의 원기를 돕는 지혜의 처방전이었다. 토지는 두엄으로 다음해에 작물을 키울 생명의 젖줄에 영양을 비축했다. 세세년년 인간에게 먹을거리를 제공하고도 우리의 토양이 언제나 기름진 옥토로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두엄의 덕이었다. 현대에 이르러 경작지가 광범위해지면서 두엄 대신 등장한 것이 화학비료다. 화학비료는 최소한의 노동력으로 드넓은 경작지를 옥토로 바꾸는 과학의 결정체로서 우리 근대사에서 기근을 추방하는 데 큰몫을 담당했다. 물론 오늘날에는 고품질 농산물을 많이 수확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될 영농의 필수자재가 되어 있다. 그런데 최근에 화학비료로 인한 토양의 영양불균형과 환경오염이 지적되기도 한다. 화학비료란 작물에 필요한 원소들 중에서 토양에 결핍되기 쉬운 질소(N)·인산(P)·칼리(K)를 주성분으로 제조된다. 그런데 이 비료성분은 적정량을 초과하여 사용할 경우 작물을 수확한 후에도 얼마간은 땅에 그냥 남는다. 우리 농토에는 지난 20여년간 이렇게 잉여 비료성분이 쌓여왔다. 그것이 오늘에 와서 토양의 영양불균형을 일으키고 있으며 더러는 빗물에 씻겨 하천에 유입되면서 환경문제를 일으키기도 하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점은 현장의 농업인들이 지난해에 썼던 똑같은 성분의 비료를 습관처럼 올해 다시 쓰는 영농방법에서 벗어날 때 해결될 수 있다. 최근 비료업계에서는 우리 농토의 영양 정도에 맞춘 새로운 비료를 생산, 공급하고 있으며 나아가 경작지의 토양성분을 정밀하게 검토, 분석한 후 거기에 맞추어 시비처방을 하는 주문비료까지 생산하고 있다. 과학영농은 경작지의 토양성분을 제대로 파악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의사가 검진 후 약을 처방하듯 경작지의 영양상태를 따져보고 비료를 써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두엄으로 옥토를 보존했던 선조들로부터 이어져내려오는 땅에 대한 애정표현의 현대적인 방법이며 자연을 활용하는 농업인들의 의무사항이기도 하다. 땅은 우리가 건강을 지켜줄 때 다시 우리 곁에 왕성한 생산력을 가진 생명의 현장으로 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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