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회의가 끝나자마자 미국달러화 가치가 다시 한번 강하게 미끄럼을 탔다.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과 투박한 환율전쟁을 벌여온 미국의 입장에서는 목표로 했던 유로화와 아시아 통화 강세를 이끌어낸 것이다. G20 경주선언 이후 시장 반응은 일단 달러화의 판정승으로 귀결된 셈이다. 달러화는 25일 각국의 외환시장이 문을 열자마자 일제히 약세를 연출했다. '경주 담판'에서 합의한 대로 각국이 물리적 개입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일제히 달러화에 대해 강세를 보인 것.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는 81엔대가 무너지면서 장중 80.66엔까지 내려앉았다. 마감가 기준으로는 80.72엔을 기록했다. 마감가 기준으로 81엔대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1995년 4월이후 15년 만이다. 유로화 가치는 1.40달러대로 반등했고 말레이시아 링깃화도 최근 6주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가치가 상승하며 장중 3.0925링깃을 기록했다. 태국 밧화와 싱가포르달러화는 통화 당국의 심리적 마지노선이라 할 수 있는 30밧과 1.30싱가포르달러를 밑돌면서 각각 29.79밧, 1.2919싱가포르달러까지 절상됐다. 대만달러화 역시 30.626대만달러까지 가치가 상승했다. 서울외환시장에서도 전거래일보다 1원30전 내린 1,121원70전으로 출발했다가 6원70전 떨어진 1,116원30전으로 장을 마쳤다. 환율전쟁 종식이라는 기대감까지 섞이면서 외국인이 5,000억원 넘게 사들였고 덕분에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18.40포인트(0.97%)나 뛰어오르면서 1,915.71로 마감, 연고점을 다시 갈아 치웠다. 장중에는 1,918.87까지도 올랐으며 일 평균 거래대금 역시 연중 최고치를 연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경주 G20회의의 결론은 '달러화 약세가 지속된다는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달러매도를 중단할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상품시장에서도 달러약세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서 전기동 값이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옥수수 등 곡물 가격도 뜀박질했다. 반면 채권시장에서는 이번 합의에 따라 미국의 양적완화 규모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예상과 다음달 기준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관측으로 금리가 오히려 올라갔다.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거래일보다 0.07%포인트 상승한 3.80%로 거래를 마쳤으며 3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3.29%로 0.06%포인트 뛰었다. 팀 콘든 ING그룹 아시아리서치 수석은 "G20 합의에서는 미국의 양적완화 이후 발생할 상황에 대한 별다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달러약세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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