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온실가스 감축목표엔 시간부족
배출권 거래제 2015년 시행 아쉽지만
산업계·정부 부처 합의 이끈 것은 보람 국내 에너지가격 OECD비해 낮은 수준
원가에못미치는 전기료는 합리화해야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도 시행 시기가 오는 2015년으로 결정된 것은 아쉬운 일입니다.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 제시한 202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에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양수길(68ㆍ사진) 대통령직속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그래도 산업계와 정부 각 부처의 다양한 입장과 의견을 조율해 합의를 이끌어낸 것에 보람을 느낀다"며 이같이 말했다. 양 위원장은 지난해 7월 출범한 2기 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으로서 정부 측 위원장인 김황식 국무총리와 함께 14개 정부부처 장관 및 장관급 위원과 36명의 민간위원들을 아우르며 '녹색성장'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양 위원장은 "수출기업 위주의 '갈색성장' 시대를 넘어 '녹색성장'의 시대를 지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논란이 되고 있는 전기요금에 대해 "원가에 못 미치는 전기료는 합리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최근 산업계와 마찰을 빚었던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도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의 입장에 대해 "녹색성장이라는 국가 비전이 부여되고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202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0% 감축'으로 설정된 이상 가장 효과적인 감축수단을 도입하는 것이 정부의 책무"라고 단언했다. 또한 그는 "우리나라의 에너지소비 현실을 감안할 때 자원고갈과 에너지가격 급등 같은 주변상황의 돌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기존 발전 패러다임으로는 한계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도 같이 경제주체의 행태변화를 촉진할 동인(動因)이 없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소비에는 구조적인 낭비요인이 있어 에너지효율(에너지원단위:TOE/천달러, 2008년 기준)이 일본의 0.10이나 미국의 0.19,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인 0.18에 비해 훨씬 높은 0.30에 달하며 올해 1월17일 우리나라의 전력수요는 사상 최대치인 7,313억kW를 경신했다. 여기에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유가가 2035년 배럴당 285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되는 등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 대한 국제환경도 급격하게 열악해지고 있다. 하지만 배출권거래제 도입 효과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이에 대해 양 위원장은 "녹색성장에 대한 확실한 시그널을 제공하고 경제체질을 고효율 에너지 소비구조로 전환시키기 위해 도입을 추진하는 것이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도"라며 "시장을 기반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경제적 동기를 제공해 경제주체가 녹색성장의 비전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도록 유인구조를 변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자신했다. 또한 "앞으로 배출권거래제가 효과적으로 정착된다면 에너지 효율 개선과 신재생에너지 확산 등 녹색기술 개발이 가속화돼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에도 이바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도 배출권거래제 도입에 따른 기업들의 부담이 걱정이다. 양 위원장은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의견을 적극 수렴하면 기업들의 걱정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경제주체들이 새로운 제도에 적응하기까지 다소의 부담과 비용발생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법안 마련과정에서 산업계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 경기변동, 국제동향, 산업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유연한 제도 운영이 가능하도록 많은 노력을 경주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그간 반대의견을 피력해온 산업계도 미래지향적인 인식을 갖고 새로운 제도에 전향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녹색성장 자체에 대한 산업계의 우려다. 녹색성장으로 기업의 부담이 늘어나고 생산과정을 바꿔야 하는 등 기업 입장에서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에 대해 양 위원장은 갈생성장의 낡은 패러다임과 사고를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산업정책이 녹색성장 위주로 갈 경우 굴뚝산업에 대한 역차별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산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포스코를 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제조기업인 포스코는 우리나라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10%를 차지한다. 이런 포스코가 녹색성장 정책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포스코는 오히려 온실가스를 줄이는 기술을 개발, 새로운 성장 모델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양 위원장은 "지금의 경제산업 구조와 질서로는 경제성장의 한계에 달했으며 자연생태계도 파괴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기존의 고(高)탄소 갈색성장 패러다임이 급속히 붕괴하고 새로운 경제사회질서를 만드는 녹색성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녹색성장의 전도사답게 양 위원장은 "녹색성장은 녹색산업의 체계적 육성 및 녹색금융 활성화를 통한 녹색기업에의 투자확대 등을 통해 기업의 수요를 자극하고 기존 산업을 녹색산업 구조로 전환시켜 기존 산업의 재도약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경제와 사회구조를 환경친화적으로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수요, 신사업 기회 발생→녹색산업 활성화 및 신성장동력 창출'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제시하면서 "녹색기술은 저탄소화와 녹색산업화에 기여해 환경보호와 경제성장이 선순환되도록 하는 핵심 요소로 기능하게 될 것이며 녹색 분야 청년창업 촉진, 녹색중소기업ㆍ벤처 활성화, 녹색 연구개발(R&D) 투자확대를 통해 녹색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전기료 문제를 양 위원장에게 물었다. 원가에 못 미치게 제공되고 있는 전력요금을 현실화할 것이냐, 물가안정을 위해 현 기조를 유지할 것이냐는 정부의 입장에서는 진퇴양난의 문제이다. 이에 대해 양 위원장의 대답은 '쾌도난마(快刀亂麻)'이다. 그는 "화석연료를 줄여야 하는 지금 상황에서 정부가 석유와 석탄을 원료로 하는 전력요금을 지원해준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조속히 원가 수준으로 가격을 높이고 더 나가가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비용을 추가해 전기료를 원가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내 에너지가격은 평균적으로 OECD에 비해 낮은 수준이며, 특히 전기요금이 다른 국가에 비해 낮은 실정으로 2009년 기준 한국의 주택용·산업용 전기요금은 각각 OECD 평균의 51%, 54.2%에 불과하다"면서 "유류 등 1차에너지에 비해 낮은 전기요금에 따른 상대가격 왜곡 심화로 비효율적 전력소비가 증가하고 있으며 산업 분야는 에너지 다소비 현상을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 위원장은 "현재의 전기요금 가격구조는 장기적으로 스마트그리드사업의 도입, 신재생에너지 등 녹색 에너지 보급에 있어 장애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양 위원장은 "최근 낮은 전력가격에 따른 전력 낭비현상이 심화돼 앞으로 국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녹색성장을 실천하는 차원에서 전기요금 현실화가 시급하다"며 "이에 따라 지식경제부 등 관계부처는 올해 상반기 중 전기요금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며 녹색성장위원회에서도 이산화탄소 감축과 에너지 절약 등을 위해 합리적인 전기요금체계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녹색성장에서 중소기업의 역할도 중요한 관심사이다. 이 대통령은 중소기업이 녹색성장의 주역이 돼야 한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했지만 막상 중소기업들은 그 말이 실감나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으며 일각에서는 결국 수출 대기업에 '몰아주기'의 새로운 방편이 녹색성장이 아니겠냐는 의혹도 있다는 지적에 대해 양 위원장은 "녹색성장 시대의 주역은 중소기업"이라는 소신을 분명히 했다. 그는 "녹색산업을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하는 데 있어 핵심 녹색부품ㆍ장비ㆍ소재를 공급하는 중소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부품ㆍ소재 등 중소기업 분야의 녹색기술력 확보 없이는 우리나라 녹색산업이 단순히 외국의 핵심 부품·소재 도입에 의한 조립산업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녹색시장에서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녹색기술 R&D 투자를 확대하고 효율성ㆍ전략성을 강화하며 녹색 중소기업의 기술경쟁력을 제고하는 한편 부품ㆍ소재 분야에서 수입을 대체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양 위원장은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벤처기업 중 녹색 벤처기업은 1,785개사로 전체의 9.5% 수준이며 분야별로는 그린IT 분야가 699개(39.2%), 환경보호 및 보전(15.4%), 친환경 농식품(9.6%), 신재생에너지(8.5%) 순으로 조사됐다"면서 "국내 녹색 중소기업이 주로 진출한 영역은 부가가치가 낮은 설비·설치 분야이며 핵심 부품 제조기업이 부족한 게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녹색위원회는 녹색산업ㆍ신산업 분야 미래 유망기술 중 중소기업 맞춤형 기술을 선정ㆍ지원하는 중소기업형 녹색원천기술 개발 전략을 수립해나갈 계획이라고 양 위원장은 설명했다. 아울러 양 위원장은 "급성장하는 녹색산업 분야에서 핵심 부품ㆍ소재를 공급하는 녹색 중소ㆍ중견기업에 대한 성장단계별 지원책을 마련해나가겠다"며 ▦녹색 분야 전용 정책자금 및 보증규모 확대 ▦취업과 연계한 녹색 전문인력 양성 ▦기존 재직자 재교육 활성화 ▦중소기업형 유망 녹색기술 분야에 대한 R&D 및 제품화ㆍ사업화 자금지원 ▦구매협약 프로그램 등 시행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 밖에도 양 위원장은 "세제혜택이 부여된 녹색금융상품 활성화, 자본시장을 이용한 직접금융 활성화, 금융기관의 녹색산업 교육ㆍ기업 컨설팅 프로그램 지원 등을 통해 민간 금융회사의 실질적 자금공급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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