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세계시장 석권도 머지않다.” 삼성전자가 ‘초소형 프린터’라는 틈새상품을 내세워 컬러레이저복합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불과 2년 전 점유율 10위권 밖에 머물렀던 삼성은 시장의 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하면서 1위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7일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ㆍ4분기 세계 컬러레이저복합기 시장 점유율 28.9%를 기록해 1위 HP(29.3%)에 불과 0.4%포인트 차로 바짝 다가섰다. 불과 2년 전인 2006년 0.5%의 점유율로 11위에 머물렀던 점을 감안하면 컬러레이저복합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돌풍은 괄목할 만한 성과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삼성전자는 이변이 없는 한 올해 안에 1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특히 초소형 컬러레이저복합기인 ‘레이’를 앞세워 유럽과 독립국가연합(CIS)ㆍ한국시장에서 1위로 올라섰다. 삼성전자는 유럽시장 점유율 26.1%를 기록해 처음으로 HP(25.8%)를 제쳤고 CIS에서는 46.9%로 HP(40.6%)를 6.3%포인트나 따돌렸다. 국내시장에서는 88.9%의 점유율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짧은 기간에 선발주자인 HP를 따라잡은 비결은 ‘작은 프린터’라는 틈새시장에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까다롭기로 소문난 유럽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 사람들의 생활패턴을 분석한 결과 유럽의 가정집은 크지 않은 편이어서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는 프린터가 호응을 얻을 것으로 판단하고 이 부분을 집중 공략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우선 환경이 비슷한 국내시장을 유럽 진출의 시험무대로 삼기로 했다. 2006년 세계 최소형인 CLP-300 컬러프린터를 출시하고 ‘이제는 프린터를 책상 위로’라는 홍보문구를 내세웠다. 반응이 뜨거워 1년여 만에 국내 프린터 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자신감을 얻은 삼성전자는 이듬해 초소형 컬러레이저복합기 ‘레이(CLX-2161K)’를 출시했다. 결국 복합기에서 인테리어와 디자인이라는 ‘고객 문화수요’ 창출에 성공하면서 1ㆍ4분기 유럽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삼성전자의 첨단 기술력도 복합기 급성장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삼성 관계자는 “초소형 복합기는 메모리 반도체와 화학ㆍ광학 기술 등이 집약된 제품”이라며 “프린터 분야의 선전은 삼성전자뿐 아니라 각 계열사의 노하우가 뭉쳐진 결과”라고 말했다. 여기에 독특한 마케팅 전략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공 요인이었다. 복합기에 ‘레이’라는 애칭과 캐릭터를 사용해 해외 고객들의 호평을 얻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측은 “올해 초소형 컬러레이저 제품에서 기업용 초고속 컬러레이저 제품에 이르기까지 프린터 전 분야의 시장공략을 강화하는 한편 혁신적인 제품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수익성 개선은 삼성전자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삼성전자는 판매량 면에서는 HP에 0.4%포인트 차이로 근접했지만 매출액은 3분의1에 불과하다. 평균 판매단가(ASP)가 HP의 절반에도 못 미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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