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기관차처럼 질주했던 원ㆍ달러 환율이 13거래일 만에 멈춰 섰다. 당국의 시장개입과 이에 따른 경계매물로 외환시장이 다소나마 진정된 것. 하지만 최근 환율폭등의 주범인 투신권 해외펀드의 환헤지 매수세가 잠재수요로 버티고 있는데다 외국인의 주식매도도 계속되고 있어 시장은 1,000원을 지지선으로 당분간 크게 출렁거릴 가능성이 높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15원20전 급락한 1,014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월28일 이후 13거래일 만의 하락세이며 전일 대비 하락폭은 2005년 2월22일의 17원20전 이후 3년1개월 만에 최대치다. 하락반전의 주연은 당국이었다. 이날 환율은 오전 “환율급등을 경계한다”는 당국의 구두개입으로 크게 하락 출발했지만 투신권의 해외펀드 환헤지용 달러선물 매수에 힘입어 1,017원에서 1,030원대로 급등하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하지만 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매물이 오전10시30분~11시에 대거 유입되면서 환율은 다시 급반락했다. 당국의 시장개입 이후 수출업체 네고 물량과 역외세력 매도물량 등 경계매물도 이어졌다. 권우현 우리은행 과장은 “정부의 실개입 물량으로 추정되는 10억달러 상당이 오전에 출회됐다”며 “그 이후부터 수출업체의 네고 물량이 전 레벨에 걸쳐 나왔고 역외세력 역시 오전부터 ‘셀(sell)’ 방향으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홍승모 신한은행 과장은 “정부의 구두개입과 전날 밤 역외시장 종가(1,020원)에도 불구하고 투신권의 매수세로 환율이 오름세를 보이자 외환당국이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실개입을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의 적절한 액션과 환율안정 의지가 불안한 시장심리를 진정시켰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현물환시장 개입과 함께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의 포지션 청산 움직임도 역외세력 등 시장참가자의 매도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홍 과장은 “정부가 2004년께 NDF 매입분 중 일부분을 만기연장 차원에서 재매수하지 않고 청산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며 “이는 간접적으로 달러매도 효과와 다름없어 역외세력의 매도를 부추겼을 것”이라고 전했다. 당국의 시장개입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의 증시이탈 가속화와 고유가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 투신권의 달러매수 등으로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권 과장은 “투신권 매수가 대략 정리됐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글로벌 증시가 하락할 경우 추가로 달러선물을 매수해야 하는 등 잠재수요가 존재한다”라며 “외국인의 배당금 수요와 주식매도 달러전환 수요 등도 여전해 당분간 1,000원 위에서 크게 출렁거릴 것”이라고 말했다. 투신권은 전날 27억달러에 이어 이날도 28억달러가량의 달러선물을 매수했고 4,000억원 이상 주식을 순매도한 외국인은 이틀간 1조여원을 팔아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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