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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가업승계 2세 중기인의 한숨


얼마 전 송년회 자리에서 인천에서 목재사업을 하는 모 중소기업의 2세 경영인을 우연찮게 만났다. 그는 "상속세법 통과가 또다시 불투명하다고 그러던데, 참 답답하다"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가업승계 기업인들이 일하기엔 참 힘든 곳 같다"고 탄식했다. 수많은 가업승계 중소기업들의 소망이 또다시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일면식도 없는 기자에게 술김에 하소연을 털어놓은 것이다. 상속세법을 둘러싼 중소기업계의 환호가 실망감으로 바뀌고 있다. 중소업계는 오랜 세월 가업 상속의 애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고용과 연계한 독일과 같은 상속세제의 도입을 지속적으로 건의해왔다. 그 결과 정부는 가업상속 공제율을 40%에서 100%, 공제한도를 1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마련해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했다. '중소업계의 해묵은 과제가 드디어 해결되는구나'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중기인들이 뛸 듯이 기뻐했던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뜻하지 않게 국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 심의 과정에서 기업상속 공제율과 공제한도를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 결국 소위는 기획재정부에 공제율과 공제한도를 재검토한 뒤 의견을 다시 내라고 지시를 내렸다. 사실 그동안 중소업계의 줄기찬 요구에도 형평성, 세입 감소 등의 우려로 상속세법 개정을 묵살했던 정부가 마음을 돌려먹은 이유는 경영 1세대의 고령화로 대규모 은퇴가 불가피해지면서 가업승계가 사회 현안으로 대두됐기 때문이다. 실제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의 평균 연령은 지난 1993년 48.2세에서 2007년 51.5세로 늘었고, 60세 이상 CEO 비중도 10.6%에서 17.0%로 커졌다. 이는 '기업의 안정적 승계를 통한 지속성 유지'가 개별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사회적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얘기다. 즉 원활한 가업승계는 장수기업의 토대를 마련함은 물론 안정적 일자리를 창출하고 유지하며, 기술ㆍ노하우를 계승ㆍ발전시키는 등 국가 경제적으로도 매우 중요해 정부가 큰맘먹고 상속세를 손질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국회는 법을 고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하지만 충분히 논의가 이뤄지고 합리적인 선에서 도출된 결과를 일방적으로 뒤집어서는 안 될 말이다. "현행 법에 맞춰 상속세를 마련하려면 공장ㆍ회사 다 팔아야 합니다. 그러면 뭘 갖고 사업을 합니까." 가업을 잇기를 바라는 2세 경영인의 호소가 공허한 메아리로 남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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