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지구 지정이 주변 집값에 호재일까, 악재일까. 인근 시세보다 저렴한 아파트가 대거 공급돼 주변 집값까지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가 하면, 대규모 인구 유입 및 개발로 주거 환경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3차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을 계기로 1차 보금자리지구로 지정된 지역을 중심으로 분양가 변동 및 실거래가 추이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 주변 집값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강남 세곡ㆍ서초 우면과 인접한 강남 지역은 뚜렷한 호재로 작용한 반면 고양 원흥 등 다른 수도권 지역은 초반 반짝 강세를 보였을 뿐 큰 변화가 없어 지역별 온도 차가 뚜렷했다. 31일 서울경제신문이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의뢰해 1차 보금자리지구가 지정된 지난해 5월부터 현재까지 지구지정 인근지역의 아파트 시세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서초 우면지구와 인접한 우면동 아파트의 3.3㎡당 가격은 2,137만원에서 2,354만원으로 293만원이 올랐다. 85㎡(이하 전용면적) 아파트의 경우 평균 5,600여 만원, 102㎡ 아파트는 평균 7,000여 만원이 오른 셈이다. ◇강남권 보금자리 주변 집값 껑충= 서초구 우면동의 코오롱아파트 53㎡는 지난해 4, 5월 4억1,000만~4억1,500만원에 거래됐지만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최근 시세가 4억5,000만~4억9,000만원 선에 달한다. 인근 한라아파트 60㎡ 역시 지구지정 발표 무렵 평균 4억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최근 호가는 5억~5억1,000만원 수준으로 올라있다. 1, 2차 보금자리주택이 들어설 세곡지구와 맞닿은 강남 일원동과 수서동 인근 아파트 역시 오름세를 보였다. 이들 지역은 지난해 5월 발표 이후 3.3㎡당 매매가가 각각 183만원, 103만원 상승했다. 일원동의 경우 85㎡ 아파트는 평균 5,000만원 가까이 오른 셈이다. 강남 수서동에 위치한 삼성아파트 85㎡도 지난해 4월 6억9,000만원에 거래됐으나 지난 2월에는 7억7,000만원선에 거래됐다. 인근 R공인 관계자는 "보금자리 주택이 들어서며 기존 주택 보유자 사이에서는 인구 유입으로 인한 활성화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현재 85㎡ 아파트는 7억5,000만원에서 8억원 선에 물건이 나와 있다"고 전했다. ◇서울 밖은 반짝 상승에 그쳐= 고양 원흥지구와 맞닿은 행신지구의 경우 11개월 동안 3.3㎡당 평균 21만원, 하남 미사지구를 아우르는 하남시는 34만원 오르는데 그쳤다. 85㎡ 아파트로 계산할 때 각각 800여만원, 500여만원 오른데 그친 셈이다. 하남시 D공인 관계자는 "전세 품귀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매매 가격은 초반 반짝한 이후 큰 움직임이 없다"고 전했다. 하남시 덕풍동 벽산블루밍 60㎡의 경우 지난해 보금자리 지구가 발표된 이후 실거래가가 2억4,000만원에서 2억8,000만원에서 4,000만원 가까이 상승했지만 그 이후 큰 변화가 없다. 미사지구의 경우 보금자리지구로 지정되며 초반 큰 관심을 받았지만 사전예약에서 미달 세대가 발생하며 가격 상승의 힘을 잃었다는 평가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이런 상황이 반전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강남권의 경우 특별한 교통 대책 없이 인구 유입이 가속화되면 주거 환경이 악화돼 외부인들의 선호도가 떨어질 수 있고 수도권 지역의 경우 대규모 지정으로 인한 개발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서초구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외부인들의 경우 보금자리주택 효과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많다"며 "보금자리주택의 상당량이 임대주택으로 채워지는 것과 함께 교통 대책 없는 인구유입으로 주거환경이 나빠질 것을 우려한다"고 전했다. 실제 내곡지구와 인접한 양재동의 경우 아파트값이 소폭이나마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스피드뱅크의 조민이 팀장은 "경기도 지역은 대규모 주거단지가 조성되기 때문에 기반시설이 갖춰지고 일대가 주거 벨트화 된다면 장기적인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며 "다만 저렴한 분양가와 함께 공급과잉 양상이 빚어지면 일대 집값을 하락시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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