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이 내놓은 2014년 국가경쟁력평가에서 대한민국의 순위가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26위를 기록했다. 제도적 요인을 비롯해 금융시장·노동시장 등에서 낙제점을 받은 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특히 범정부 차원에서 규제개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와중에 이를 평가하는 법체계의 효율성 항목이 오히려 12단계나 순위가 하락해 114개 세부 항목 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낙폭을 기록했다. 정부의 규제 부담 역시 96위로 한 단계 더 밀렸다. 이렇다 보니 싱가포르(2위)와 홍콩(7위) 등 주변 경쟁국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대만만 12위에서 14위로 순위가 떨어졌을 뿐이다.
WEF는 올해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144개국 중 26위로 지난해보다 1단계 하락했다고 3일 밝혔다. 이는 WEF 평가 기준으로 2004년 29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앞서 지난해에도 6단계나 후퇴했다.
스위스에 제네바에 본부가 있는 WEF는 저명한 기업인·경제학자·저널리스트·정치인 등이 모여 세계 경제에 대해 토론하고 연구하는 국제민간회의이다. 일반에는 '다보스포럼(Davos Forum)'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평가는 3대 분야, 12개 부문 114개 항목으로 이뤄졌다. 세부 항목 중 설문평가 항목 80개(70%)는 기업 최고경영자(CEO) 100명의 응답을 통해 순위가 매겨졌다.
분야별로 보면 제도적 요인 등을 포함하는 기본 요인만 지난해와 같은 20위를 기록했고 효율성 증진 분야는 23위에서 25위, 기업혁신 및 성숙도가 20위에서 22위로 하락했다.
12개 부문별으로 살펴보면 거시경제 환경이 9위에서 7위로, 시장 규모가 12위에서 11위로 순위가 올랐을 뿐 제도적 요인(74→82위), 노동시장 효율성(78→86위), 인프라(11→14위), 보건 및 초등교육(18→27위)은 순위가 내려갔다. 다만 거시경제 환경을 비롯해 시장 규모, 우수한 인프라, 기업혁신 등은 20위 안에 들어 우리 국가의 강점 요인으로 꼽혔다.
하지만 각각의 세부항목을 살펴보면 우리 경제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우선 제도적 요인 중에서는 법체계의 효율성이 101위에서 113위로 12단계나 미끄러졌다. 이 항목은 기업에서 규제가 불합리하다며 정부에 규제개선 건의를 했을 때 얼마나 효율적으로 개선되는지를 평가하는 항목이다. 정책 결정의 투명성도 137위에서 133위로 다섯 계단 올라섰지만 여전히 최하위 수준이다.
지난해보다 8단계가 떨어져 전체 144개국 중 86위를 기록한 노동시장 효율성의 세부항목도 전체적으로 박한 평가를 받았다. 우리 경제의 고질적 문제로 평가되는 노사 간 협력 항목은 132위로 정책결정의 투명성과 더불어 역시 최하위 수준이었다.
금융시장 부문은 전체적으로 순위가 1단계 올랐지만 은행 건전성 항목이 9단계나 떨어지는 등 여전히 문제점이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항목의 성격별로 구분해보면 전체의 30%에 해당하는 통계지표는 2.9단계 상승한 반면 설문지표는 2.3단계가 하락했다. 통계 지표상 국가경쟁력이 올라갔지만 민간 기업은 이와 상반된 평가를 내린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설문조사를 진행한 2~4월은 개인정보 유출사건, 북한 미사일 발사, 세월호 사고 등이 기업인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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