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세율을 올리면 길게는 세수가 줄어들 수 있다.”(증세의 역설)
정부가 최근 복지와 증세에 대한 정치권의 요구가 거세지자 ‘역설(paradox)’의 개념을 앞세워 정치권 주장을 에둘러 비판했다.
기획재정부는 26일 ‘세계경제가 직면한 4가지 역설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현 세계 경제가 복지ㆍ증세ㆍ달러ㆍ절약의 역설에 갇혀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는 ▦지속 가능한 복지모델 정립과 ▦고용 및 기업 친화적인 조세체계 구축 ▦글로벌 국제공조 ▦각국의 자구 노력 등을 꼽았다.
보고서는 ‘복지의 역설’에 대해 “정부의 복지지출 증가가 빈곤층이나 사회적 약자의 자활의욕을 고취하기보다는 근로의욕을 떨어뜨려 성장률 감소와 사회보장 급여에 의존한 생계유지 욕구를 증가시킨다”고 주장했다.
또 1990년대 저성장ㆍ고령화ㆍ장기불황 등에 시달렸던 일본을 예로 들면서 중산층의 빈곤층 추락을 막기 위해 사회보장을 강화했지만 오히려 국가부채만 늘었다고 설명했다. 저성장의 틀을 부수는 과감한 경제개혁 대신 재정지출을 늘려 사회보장을 확대했지만 빈곤 탈출의 사다리는 여전히 복원되지 않는 ‘복지의 역설’에 직면했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이는 최근 국내 정치권에서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선심성 복지공약을 겨냥해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또 최고 세율을 올리거나 누진율 등을 강화하면 세금이 더 걷힐 것 같지만 중장기적으로 오히려 세수가 감소한다는 ‘증세의 역설’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조세체계는 국가경제의 근간으로 대중심리적, 정치적 이해관계로 접근하면 역기능이 발생하므로 세계 기준에 부합하고 근로 및 기업활동을 하고자 하는 의욕을 높여주는 세제가 중요하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과도한 누진율은 국제적 조세 경쟁구도에서 근로의욕 저하, 투자위축, 자본 출 등을 초래 할 수 있어서다. 이와 같은 지적은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증세 움직임에 대해 정부가 비판적인 견해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보고서는 “미국이 국제 유동성 공급을 중단하면 세계 경제가 위축되고, 그렇다고 달러화가 과잉 공급되면 달러화 가치와 준비자산으로서 신뢰도가 하락한다”는 ‘달러의 역설’을 현 세계경제가 직면한 문제로 진단했다. 이밖에 개인의 저축 증가가 국가적 저축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경제전체의 소비 감소를 야기해 경제 불황과 소득 및 저축의 감소를 초래한다는 ‘절약의 역설’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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