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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발레에도 'F4' 열풍

꽃미남 발레리노 4인방 "발레 대중화 위해서라면 연예계와 교류도 OK"



살림살이가 나아지면 사람들은 '감성 살이'에 관심을 두게 마련이다. 보다 풍요로운 인생을 가꾸는데 문화ㆍ예술 만큼 좋은 대상이 있을까. 하지만 공연이나 예술작품 등을 감상하는 데 별도의 교양과 지식이 필요하다는 선입견을 갖기 쉽다. 특히 문학ㆍ연극ㆍ뮤지컬 등 텍스트나 언어가 있는 작품보다 무용ㆍ미술 등 비언어적인 예술 작품 감상이 어렵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무용수의 몸짓과 표정 그리고 그림 한 장에 인간들의 복잡한 심리와 다양한 삶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아무런 설명이 없이 예술적인 메타포(은유)를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이탈리아 출신의 심리분석 전문가인 피에로 페루치는 "사람마다 아름다움의 대상은 다른데 이는 취향과 개성의 문제일 뿐 교양이나 지식의 유무와는 상관이 없다"며 "다른 사람들의 미적 안목과 자신을 비교하지 말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심미안(審美眼)을 키워나가야 삶이 더욱 풍요로워진다"고 말한다. 어렵다고 여겨지는 발레를 대중과 함께 호흡하기 위해 국립발레단의 '꽃미남 F4'가 떴다. '발레의 대중화'를 위해 나선 주인공은 한국 발레를 대표하는 국립발레단의 실력파들로 발레리노 김현웅(28), 정영재(25), 박귀섭(25), 이동훈(23) 등이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나올법한 수려한 외모에 날렵한 몸매 그리고 끼와 개성까지 갖춘 이들이 발레 팬들은 물론 일반인 사이에도 인기가 높다. 그렇다고 겉만 번지르르한 '꽃남' 이라고 속단하면 오산이다. 주인공들은 '발레계 F4'라는 타이틀이 민망하다고 손사레를 치지만 발레 무대에 '꽃남 열풍'이 불어 관객들이 좀 더 발레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주변 남성들의 '따가운' 시선도 상관없다고 입을 모은다. 9월에 막이 오르는 발레 '차이코프스키'에 나란히 출연하는 이들을 예술의전당 연습실에서 만났다. ▲다들 꽃미남으로 유명하던데요. 현웅- "솔직히 인사치레로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 아닌가 싶어요. 거울 봤을 때 단 한번도 그런 생각해본 적 없는데. 생긴 건 동훈이가 제일 잘생겼죠." 동훈- "사람들 눈에 띈다는 게 기분 좋은 일이죠. 하지만 그런 말은 깊게 생각하진 않아요. 인기는 귀섭이 형이 최고죠." 귀섭- "제가 솔직히 꽃미남 스타일은 아니죠. 개성 있다는 말은 많이 해요. 어느 정도 인기는 있는 거 같아요." 영재- "귀섭이 보세요. 패션에도 관심이 많아서인지 인기가 하늘을 찔러요. 저는 잘생겼다는 말보다 만화 캐릭터 같다는 얘긴 많이 들어요." ▲그렇다면 끼가 제일 많은 사람은 누구죠. 귀섭– "현웅이 형은 대학교 다닐 때부터 인기 많았어요. 특히 여자 후배들을 잘 챙겼죠." ▲다들 솔직하네요. 발레에 대한 욕심은 누가 많은가요. 귀섭- "현웅이 형이요. 연습하는 거 보면 독하단 생각 들어요." 현웅- "동훈이하고 영재는 뭔가 해 내려는 욕심이 커요. 잘 안 되는 동작이 있으면 늦게까지 남아 될 때까지 반복해서 꼭 하고 마는 성격이죠." 동훈- "귀섭이 형은 기본이 탄탄해요. 게다가 항상 긍정적이고 밝죠. 오늘 안되면 내일 다시 시작한다는 자세는 본받고 싶어요." ▲최태지 단장께서는 발레리노를 내세운 강한 발레를 해보고 싶다고 하셨는데요. 귀섭-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 같은 멋질 발레를 해 보고 싶어요. 남성적인 아름다움을 발레로 승화시킨 멋진 작품이죠." 현웅- "공연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들만의 축제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뮤지컬처럼 발레 공연을 즐기는 일반 관객이 아직 많지는 않죠. 발레를 대중화하지 못한 무용인들의 책임이 크죠. 그래서 저도 매튜 본 스타일의 작품 꼭 해보고 싶어요." 영재ㆍ동훈- "저희도요" ▲다들 연예계로부터 크고 작은 제안을 받았다면서요. 동훈- "대학 때부터 발레단에 들어온 뒤까지 '탤런트나 연예인 해보겠냐'는 제안을 많이 받았어요." 현웅- "발레단에 들어왔을 때 모델 일을 같이 하고 싶었는데 두 일을 병행하기 어려워 포기했어요. 지금은 가능하다면 발레를 더 알리기 위해서라도 모델 일을 해보고 싶어요. 대중이 없는 발레 공연은 무의미하잖아요." 영재- "2003년도에 소니 광고 모델을 한 경험이 있어요. 발레도 좋아서 하는 일인데 제 자신에게 재능이 있다면 (연예계도) 도전해 볼 가치가 있죠." 귀섭- "학교 다닐 때 그런 제안을 종종 받았어요. 저도 흥미는 있지만 지금은 글쎄요. 발레를 제대로 한번 잘 해보고 싶은 욕심이 더 커요. 발레 동작 하나하나를 완벽하게 해 내기에도 지금은 벅차죠." ▲기회가 되면 연예인으로 활동할 생각도 있다는 말인가요? 현웅- "그냥 연예인이 아니죠. 발레를 사람들에게 좀 더 알리기 위한 연예인이라면 맞아요. 하지만 단순한 엔터테이너라면 사양할래요." 영재- "저희들 무대 뒤에서 정말 열심히 해요. 아픈 거 참아내면서 공연하는데 그 만큼 관심을 못 받는 게 안타깝죠. 다들 보여줄 준비가 돼 있는데 홍보가 잘 안돼 아쉬워요. 발레계의 'F4'라는 말이 낯간지럽지만 관객들이 발레를 좀 더 쉽게 생각하도록 만든다면 영광스러운 별명이죠." 영재- "우리나라 발레단에서 좀더 쇼킹한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김주원 선배가 누드를 찍었을 때 검색어 1위였던 거 기억하시죠? 발레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지 않았으면 해요." 귀섭- "발레 하면 클래식하고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바꾸고 싶어요. 저희 '발레 F4'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웃음)" 이렇듯 이들은 한국 발레계의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을 놓고 치열하고 고민하고 있었다. 젊은 무용수들이 바라는 게 뭘까 궁금했다. 영재- "러시아에서 5년간 유학을 했는데 그곳에는 돈 많은 사람들이 보는 게 발레가 아니에요. 청소부나 노동자들도 발레를 접하고 즐긴답니다. 마치 영화 관람과 다를 게 없죠. 한국에선 어려운 예술 장르라는 인식이 있는데 영화처럼 쉽다는 인식을 바꾸고 싶어요." 현웅- "앞서 말씀 드렸듯 관객들이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많이 올려야 한다고 봐요. 전 친구들에게 발레를 소개할 때 어려운 작품보다는 '돈키호테'처럼 위트와 유머가 있는 재미있는 작품을 추천하죠. 공연을 보고 나서 어렵다는 편견을 갖게 해선 안되겠죠." 동훈- "발레를 알리고 홍보하기 위해 CF모델이라든가, 뮤지컬 분야 등에서 활동할 수 있는 방법도 있죠. 발레단에서 허락한다면 개인적인 인기 때문이 아니라 발레의 인기를 위해 제가 기여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볼 생각이에요." 인터뷰가 끝나갈 때쯤 최태지 단장이 들어왔다. 단장- "관객들이 좋아하는 스타들이 있다는 건 발레단으로서도 큰 힘이 되죠. 우리 단원들이 뮤지컬 등 다른 분야에도 진출해 크로스 오버로 활동하는 것도 방법이죠. 물론 발레단원으로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조건에서만 허락할 생각입니다."

① 김현웅(28) 2007년 입단한 솔리스트(solist). 무대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고 180㎝ 중반에 이르는 신체조건이 큰 장점. 2005년 동아무용콩쿠르에서 금상을 수상했고 '백조의 호수' '스파르타쿠스'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한 차세대 주역이다. ② 정영재(25) 지난 7월 국립발레단에 특채로 입단했다. 러시아 울란우데 국립발레학교를 졸업하고 국립발레단ㆍ유니버설발레단 객원무용수를 거쳐 최근까지 영국국립발레단에서 솔리스트로 활동했다. 오는 9월 '차이코프스키- 미스터리한 삶과 죽음'에서 왕자역으로 데뷔한다. ③ 박귀섭(25) 2007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해 활동하고 있다. 깨끗하고 완벽한 테크닉과 유연성이 뛰어나 단원들 간에도 부러움을 사고 있다. 체공 시간이 긴 높은 점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솔리스트다. 올해 서울국제무용콩쿠르에서 2등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④ 이동훈(23) 지난해 9월 특채로 국립발레단에 입단했다. 지난 6월 모스크바국제발레콩쿠르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귀여운 외모와 달리 파워풀한 도약과 회전 등으로 남성적인 발레를 선보인다는 평. 어린 시절 비보이로 활동하다가 뒤늦게 발레로 전향해 재능을 꽃피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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