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전기차(EV) 제조업체 비야디(BYD)가 최근 파격적인 가격 인하를 발표하면서 천연 고무 국제 가격이 급락했다. 자동차 타이어는 천연 고무 수요의 70%를 차지하는 주 수요처다.
10일(현지 시간)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오사카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벤치마크 고무 선물 가격은 지난 3일 기준 전 거래일 대비 4% 내린 kg당 280엔을 기록했다. 지난해 2월 이후 최저치다. 상하이 거래소의 고무 선물 가격도 4일 기준 메트릭톤당 1만 3300위안 아래로 잠시 떨어졌다.
이번 가격 하락은 비야디가 자사 주요 브랜드의 22개 모델 가격을 최대 34% 인하한다고 발표하면서 촉발됐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자동차 가격을 두고 출혈 경쟁이 심화하면서 타이어 가격에도 부담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중국자동차제조협회에 따르면 수출을 포함한 중국 신차 판매량은 4월 9.8% 늘었지만 과잉 생산에 대한 부담은 커지는 추세다. BYD를 필두로 지리와 샤오펑, 체리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올 들어 최대 30% 이상 가격을 인하하며 점유율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에서도 신차 수요는 급격히 둔화하고 있다.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신차 판매는 전년 대비 1.4% 증가해 3월 9.1%, 4월 9.9% 증가 대비 급격하게 줄었다.
아시아 지역은 천연 고무의 주요 생산지이자 거래의 중심지다. 특히 동남아시아에서는 건기인 2~5월 동안 고무나무가 낙엽을 떨어뜨리며 수액 수확량이 감소하는 영향이 있다. 이달 이후 생산이 증가하면서 가격이 추가 하락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수요 역시 가변적이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천연 고무 수요는 주로 세계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경제에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다. 일본의 유타카 트러스티 증권의 기업 판매 부문 관계자는 "천연 고무 가격은 미중 협상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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